질풍노도의 심야골목

2011.11.04 04:57

이사무 조회 수:1689

음 이 집으로 이사온지 8년 정도 되는데
터가 안 좋은 건지, 1년에  한 두 번씩 심야에 저희 집 앞에서 난리가 납니다.
방금도 새벽 4시 에 난리가 나서 잠이 깨서 끄적거리네요. 참고로 동네가 주택가라서 밤이 되면 지나가는 차가 가끔 있고
 그 외에는 아무소리도 잘 안들립니다. 누가 가끔 지나가면서 대화를 하면 그게 막 울리고요.
꽤나 많은 일 들이 있었는데 방금 사건을 포함해서 기억나는 거만 몇 개 적자면....

 

-오늘 새벽 4시  -달려라! 중년남 -

갑자기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차를 '탕 탕 탕' 하고 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자다 깨서 도입부는 놓쳤는데,
중년 남성과  여성의 말다툼이 들리더라구요.  남자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내리라고, 가지말라고 그러고
여성분은 좁은 길을 어떻게든 남성을 피해 빠져나가려고 이니셜 D 마냥 좌우로 핸들을 꺾어가면서 움직이더군요.
30분 가냥 실랑이 끝에 결국 여성분이 포기한 거처럼 문을 열고 내리는........... 척하더니
다시 문을닫고 달려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중년 남성분이 차를 붙잡고 매달리다가  차가 앞서 나가자 차 뒤를  술이 취한채로 비틀거리면서 쫓아가더군요.
결국 차는 멀리가버리고 남성분은 떠난 차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는데, 음.... 내용을 들어보니 평범한 관계는 아닌 거 같았습니다.
근데 그 남성분, 저희집(빌라)이나 앞 집 사람도 아니더라구요. 여기가 어디지란 마을 반복하며 취해서 어디론가 쓸쓸히 걸어가시더군요.

 

 

-몇 년전 새벽 3시 - 가! 가버리란 말야~!-


장대비가 쏟아지는 새벽이었습니다.
집에는 저랑 엄마, 누나 셋이 있었는데 엄마와 누나는 잠이들고 저 혼자 쓸쓸히 게임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장대비 소리를 뚫고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 끼이이이이이익 펑 " 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멜로 드라마....

사건은 대강 이렇습니다. 주택가 좁은 길을 택시가 달려가는데, (저희집이 골목길 사거리에 위치해 있거든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여자가 탄 택시를  남성이 자신의 차로 쫓아가다가 사거리에서 추월을 하면서
택시를 자기차로 막아버린 겁니다. 그래서 택시의 급브레이크소리와 부딪힌 소리가 난거구요.

그리고 남성이 여성을 차에서 끌어내리기 시작합니다.  여자분은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지르고 택시운전사 분은 화가나서 싸우기 시작하구요.
남성이 기사분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설명을 하니 기사분은 떠나고

  새벽 3시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남성이 울부짓기 시작합니다.  뭐 예전 2% 선전 비슷하게요.  그리고 자기차를 주먹과 발을 이용해서 열심히 때려주기 시작하고요.
여성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며 그러지말라고 하면서 차가운 아스팔트에 드러누워 전위예술을.....하진않고
멜로드라마에서 나올 거 같은 대사들을 읊어대기 시작합니다.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사랑해도 할 수 없어, 그만해, 등등)
한 1시간 그리 드라마를 찍더니 남성이 다 젖은 자신의 웃옷을 벗어서 여성에게 걸쳐주더니 떠났습니다.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고성방가와 교통사고 소리, 그리고 온몸을 내던진 남녀주인공의 열연앞에서
엄마와 누나와 저는 밤을 지샜죠.

 

 


- 또 몇 년 전 새벽 2시       - 잘나가는 울오빠 -

 

또 또 급브레이크 소리는....아니고, 그냥 새벽에 또 싸움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사건발단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만취한(?) 젊은 남녀가 음악을 크게 틀고 저희집앞길을 달려가다가,  운전하던 만취남이 급했던지 차에서 내려서
다행히(?) 앞빌라에 구토를 했나봅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그 시간에 안주무시던 그 집 주인이 나와서 이게 무슨 짓이냐
왜 남에 집 앞에 토를 하느냐란 말로 실랑이가 되었는데,   그 만취남이 주먹을 휘두른거 같더군요.

그런데 만취남은 혀가 완전히 꼬부라져서 리스닝이 불가능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덜 취해보이는 여성은
취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면서 '우리 오빠가 누군지 알아! 당신들 큰일 날줄 알아!' 이러면서 옆에서 버프를 주고 있었구요.
그 말을 듣고 차를 보니 비싼 외제 스포츠카 더라구요.

그리고 경찰차가 그 시간에 와서 중재를 시작합니다. 그 때 쯤엔 이미 젊은 만취남은  심신미약의 상태에 빠져서 운신을 못하는 상태였고, 젊은 만취녀는 경찰관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너네 우리 오빠가 누군지 알아!?   어떤 집안인줄 알아?" 라며 경찰관들에게 행패를 시전합니다.

아주 높은 옥타브로  심야에 질러주시니 청중평가단에게도 먹힐만하게 동네에 울려퍼지더군요.
하지만 심지 굳은 우리 민중의 지팡이분들은 꿋꿋하게 만취남을 경찰차에 우겨넣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아저씨 제발 좀 봐주세요. 우리 오빠 집에 알려지면 죽어요. 그냥 제가 운전한 거로 할게요. 제발 봐주세요"

라면서 무릎을 꿇고 마구 빌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오승환마냥 표정 변화없던 경찰관 아저씨...
여성분도 경찰차에 우겨넣으시더니 둘을 데리고 사라지셨습니다.
하지만 저희집은 또 날샜습니다.

 

 


- 외전: 이사온지 며칠 안 되던날         -앞집에 조폭이 산다-


이사온지 며칠 안되던 날입니다. 이건 새벽 까진 아니고 한 12시쯤이었던 거 같아요.
예전에 살던 동네는 밤에도 찻소리니 사람소리니로 되게 시끄러웠는데, 이사오니 너무 적막해서 다들 적응을 못하던 중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앞 집(위에 나온 집과는 다른 방향) 주택에서 쇠사슬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철그렁 철그렁 소리와 함께 무언가 뒹구는 소리가 들리고.....

아주 중후한 목소리의 중년남성이 이렇게 외치고 있었죠.

" 죽어! 죽어!"

이게 한 30분이상 유지되자 저희 가족들은 모두 다용도실 창문에 나란히서서 이게 무슨일인가....라고 추측을 하기 시작했고
추측이고 뭐고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이난 저는 제가 내려가서 저집에가서 항의 하겠다고 말했죠.
그러나 아버지를 비롯해서 가족들이 가지말라고, 좀 더 지켜보자고 조폭들 같지 않냐고 하면서 다들 두려워하면서
창가 앞에서 몇십분을 서있었습니다.
소리는 계속들려왔습니다.

 "죽어 죽어"  " 너 이 자식 똑바로 안해! "   " 이새끼 끌어내!"  " 너네 옆에서서 뭐해 빨리 끌어내!"

라는 소리와 함께 계속 시멘트 바닥에 긁히는 쇠사슬 소리.....
다들 무서워 하면서 경찰을 부르자고 얘기가 나오고 경찰을 섯불리 불렀다가 혹시 보복같은 거 당하면 어쩌지라는 얘기도 나오고...
뭐 그랬죠.

그런데 한 30분이상 저 소리를 듣다보니, '죽어'라는 발음이  군나미욕을 깨달은 성삼문 마냥
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죽어 = 슈가 였던 거죠.  앞집 대형견 이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새벽에 고성방가가 해마다 들리곤 하는데...  이상하게 저희집 바로 앞에서 자꾸 생기더라구요.
터가 좋은가 봅니다. 내년엔 또 어떤 박진감 넘치는 심야가 기다릴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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