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4 09:47
정말 이 영화 예고편은 100번은 본 것 같아요. 영화간 가면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영화관에 자주 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도 한군데 영화관만 주로 가는지라 생긴 노이로제였습니다. 지난주엔 이 영화 예고편이 나왔을 때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별로 볼 마음은 없었는데 의외로 잘 나왔다길래 봤죠. 예고편 보면 김주혁 나오는 로맨틱코미디가 싱글즈 아류, 혹은 싱글즈2같은 느낌이
강한데 막상 보면 싱글즈와는 전혀 상관도 없고 연결고리라고 해봤자 김주혁 밖에 없습니다. 김주혁 캐릭터도 싱글즈하고는 다르고요.
미스테리 로맨틱코미디라 할 수 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 편집 포맷을 응용한 예고편 보면 전혀 그래 보이지 않죠.
반전효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평범한 로코물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관객이 의외의 곳에서 계속해서 잔재미가 나오니
입소문은 좋게 퍼질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 미스테리 옴니버스 로맨틱코미디입니다. 크게 분리해 총4장으로 나뉘는 구성인데 1장은 김주혁, 이윤지 커플 얘기에요.
이 부분은 별로입니다. 식상하고 진부해요. 거의 1시간 동안 우린 맛도 없는 로코물 공식이 이어지기 때문에 대체 뭐가 잘 뽑혀나왔다는건지
이해가 안 됐죠. 그러나 2장, 3장에 이르면 달라집니다. 영화의 전개가 예상 밖으로 흐르고 아귀가 딱딱 들어맞기 때문에 재미가 있어요.
각본가가 머리 좀 썼겠다 싶은 구성이 많고 콘티 대로 편집하는데 애먹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조금만 뒤틀어지면
재미가 없어지는 설정이라 오차가 나면 안 되거든요.
2장, 3장은 1장을 통한 퍼즐맞추기입니다. 씨네21이 평론가는 지나치게 우연의 반복이라고 점수를 낮게 줬는데 맞아요.
작위적인 설정, 우연의 반복이 너무 많죠. 그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이 작품의 목적은 퍼즐맞추기에요.
연애의 재구성인 셈이죠. 2장, 3장에선 1장에서 살짝 푼 얘기를 계속해서 재구성하는데 주력합니다.
이 부분이 재밌어요. 특별출연식의 공형진 뺀 나머지 주연 배우는 1,2,3,4장에 모두 나오지만 각 장의 분량은 다릅니다.
2장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정세와 3장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시영 얘기가 재밌습니다. 이때의 퍼즐맞추기는 절묘한
순간을 여러번 만들어내서 흡인력이 제법 있죠. 이시영은 요즘 연기에 물이 올랐군요. 꽃뱀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하고
코미디 감각도 좋습니다. 김주혁은 좀 질리긴 하지만 투혼에서보단 더 자연스럽고요. 이윤지도 귀엽습니다. 오정세의 개폼 연기도 즐겁고.
문제는 감독이 퍼즐 조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겁니다. 후반부 10여분만 자르고 그냥 3장에서 끝내는게 좋을뻔했어요.
4장에 이르러서도 퍼즐 맞추기에 재미가 들렸는데 이쯤되면 지칩니다. 재미도 없고 반복된 구성에 빨리 끝났으면 싶었어요.
2,3장을 보면서 이거 괜찮은 영환데? 하면서 봤던것이 4장 때문에 도로아미타블이 됐어요.
거기다 이 영화의 치명점은 장면 재활용이 너무 많다는겁니다. 같은 장면 구성이라도 촬영을 다시 하거나 편집의 효과로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 단순 재활용, 플래시백에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많아요.
계속해서 같은 장면이 몇번이고 반복돼서 실상 촬영한 장면은 별로 많지도 않은것 같네요.
그래도 2,3장 부분이 좋아서 전반적으론 괜찮은 관람이었습니다.
2011.11.04 10:49
2011.11.04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