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4 10:20
지난주 휴가때문에 못본 천일의 약속을 마저 보았습니다.
김수현 드라마가 늘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유난히 캐릭터들의 대사빨이 장난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일단, 등장인물들은 말을 뱉기전에 머리속에서 서너바퀴는 돌아서 다듬고 다듬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시대를 풍미한 노작가가 요즘 잘나가는 막장드라마 작가들이나 분위기만 잡고 쿨한것만 찾는 작가들에게 '작가라면 글을 잘써야지' 하는 것 같습니다.
인어아가씨였었나.. 극중 드라마 작가인 아리영이 '피를 토하면서 쓴 글'이라고 하는데, 정말 피를 토하면서 쓰고 다듬은 글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런 대사를 실생활에서 쓰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TV 드라마가 아니라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천일의 약속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그 흔한 (김어준이 좋아하는) '~발~' 같은 것도 안 내뱉을 것 같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사들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친한친구라지만 평생 갑-을 관계로 묶여 살아서 미묘하게 주눅든 박원장 집안이나...
졸부가 아니라 대대로 부자집안이라 가정교육을 잘 받은 향기를 보면... 다른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싸가지 없는 재벌딸들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인의 경험들을 종합해보면 정말 꾸준히 부자였던 집안 자제들은 속으로는 어떻든, 금전적인 현실감각이 좀 이상하든간에 겉보기에 예의나 태도 하나는 깍듯하더군요.) 그런데 저런 열혈엄마와 딸 성격이 정 반대라는건 신기합니다.
수애가 알츠하이머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하는 행동도 묘하게 리얼해요. 실제 환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보는 저는 정말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저럴것 같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연속적으로 자폐아 문제, 엄마의 자아찾기, 동성애 문제 같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 이슈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루는 문제는 어떻게 이슈화될지 모르겠네요.
캐릭터들을 보면..
수애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최명길의 대사톤이 떠올라요. 눈감고 들으면 최명길 같아요.
김수현 작가는 초반에 연기자들 연기지도를 직접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김래원은 뭐... 나쁜자식이죠. 지난회에 수애가 '착한척 하지마' 라고 하는데 왠지 속이 시원.
이상우 같은 오빠가 있으면 저라도 여동생 하고 싶...(쿨럭)
박영규-이미숙은 내 남자의 여자에 나왔던 하유미네 부부가 떠오릅니다. 아내한테 벌벌 기면서도 은근슬쩍 바람질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때문에 점점 드세지는 아내.
다음주엔 꼭 본방사수 해야지.
참.. 김수현 작가는 이미 방영전에 12부까지 각본을 다 넘겼다고 하더군요. 이게 24부작이던가 26부작인가 했던것 같은데..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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