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넘어가면 이상하게 추억에 잠기며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들이 밀려옵니다.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2학년 시절,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은 영어 과목 담당이셨는데 처음으로 담임을 맡으신 분이셔서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이 다소 서투르셨습니다.

그래서 반장이던 저와, 부반장은 그런 담임 선생님 뒷담화를 많이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담임 선생님께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당시 선생님의 나이는 아마도 20대 후반이셨을거예요. 미혼이셨고요.

 

저는 이 당시 저와 제일 친했던 이른바 베스트 프렌드의 반, 담임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했었답니다.

이 분의 담당 과목은 <기술 산업>.

자동차가 굴러가는 원리를 가르쳐 주시고, 아크릴 판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만들어오기 (문패처럼)  등등의 숙제를 내주셨던

그 선생님께서는 수업 시간에 아무렇지 않은 능청 맞은 얼굴로 야한 농담을 잘 하셨죠.

저는 그런 선생님이 너무너무 웃기고 그냥 좋았어요. 전혀 그렇지 않은 외모를 가진 분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는 

반 대항 장기자랑을 했는데 <기술 산업> 선생님께서는

하이디의 <지니>를 부르셨던 걸로 기억해요. "지니~ 너 없는 동안에~ 지니~" 하는 그 노래..

저는 일회용 카메라, 똑딱이 카메라로 노래 부르시는 선생님 모습을 열심히 촬영했고,

현상까지 해서 <기술 산업> 선생님께 직접 전해드리기까지 했었죠.....

당시 선생님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ㅋㅋㅋ

 

 <기술 과목>은 암기과목으로 분류되어 국/영/수/과학 등등 중요과목에 비하면 홀대 받는 그런 과목이었지만

저는 그저 이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서...

 

남동생이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이 발생했던 시험 기간에도

응급실 안에서 <기술 과목> 교과서 및 공책, 요점정리가 되어 있는 유인물을 들고 열심히 암기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 때는 이 선생님의 근황이 너무 궁금하여 싸이월드 사람찾기도 해본 적이 있는데 찾아지지가 않았어요.

성이 흔한 성은 아니라 몇 백명씩 검색되어진 것이 아니어서 하나하나 이름 클릭해가며 들어가봤는데 안 찾아지더라구요.

졸업한 중학교에 문의를 해볼까도 생각은 물론 해봤지만, 그냥 관뒀습니다.

우리반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친구네 담임 선생님을 이렇게까지 찾고 싶어하는 것이 뭔가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저를 기억 못하시면 굉장히 뻘쭘할 것 같아서요.

 

-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윤리> 선생님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 분은 저만의 짝사랑은 아니어서

대학생 되어서도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고

올 해, 그러니까 5월 달에 교육청에 문의해서 연락처를 알아냈어요.

그래서 문자도 주고 받았는데... 가정을 꾸리셨더라구요. 주니어도 태어났다고.

근무하고 계시는 학교가 어쩜..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여요.

저로 하여금 <철학>이라는 학문에 눈을 뜨게 해주신 은사님이시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스승상을 보여주신 분이시기에

올해 가기 전에 선생님의 주니어를 위한 선물을 사서 찾아뵐까 하는 중이랍니다.

 

저를 그래도 여태까지 지탱하게 해준 원동력은 바로..

이런, 스승님들이 계셔서 그런 걸꺼여요.

 

이제 자야겠숨돠.

 

한 주도 힘내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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