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한숨도 못 자서 여섯시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 다음 아침 스프를 끓였습니다.
며칠전에 씻어서 락액락에 넣어둔 상태가 메롱한 잎채소랑 토마토 키위 드레싱을 코딱지만한 도시락통에 꾹꾹 눌러담는 사이에
스프가 끓었어요.
음...찻물도 같이 끓이느라 스프를 끓일때는 쉼없이 저어줘야 한다는걸 까막 잊었네요.
이 나이가 되서 스프를 망치다니 쪽팔려요ㅠㅠㅠ
그것도 인스턴트 스프를ㅠㅠ
그래도 일단은 별 수 없으니 냄비째 들고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와서 이불을 끌어안고 퍼묵퍼묵
하게 전에 콩알만한 방에서 달걀 삶고, 스프 끓이고, 찻물 끓였더니 김이 장난 아니게 껴서 창문을 열었어요.
열린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차갑고 느낌상으로는 신선하고 맑은듯한 아침 공기
이불을 둘둘 감고 뜨거운 스프 냄비를 끌어안고 발끝으로만 그 공기를 음미하자니 뭔가 묘하게 행복하더군요.
이런 일상만 유지할 수 있다면 뭘 더 바라겠냐, 라는 생각과 동시에 휴학생각이 간절히 떠올랐지만
가망 없는 일은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아 하지만 정말 백수가 되고싶은 아침이에요. 남들은 적성이 안 되서 못하기도 한다는데 전 거기서 제 감당못할 운명을 발견할까봐 감히 시도도 못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네추럴 본 게으름, 한량, 방탕한 인간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제가 백수라면 정말 더 더 더 잘, 깊이 즐길 수 있을거 같아요.
다들 월요일 아침 힘내요:-)!!
집에서 노닥이다 보니 학교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전/// 씐나는 월요일 기운차게 시작하시길!(새벽에 깨서는 글마다 리플달며 참견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