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정말 잔소리가 심한 편이셨어요.
왜... 일단 맘에 안드는 것부터 보여서 지적하는 성격 말이죠..
항상 잘못 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치길 요구해야 하시는 분들이셔서 어릴 때에는 제가 아주 실망스러운 아이인줄 알았어요. 

집에서 놀고 있으면 넌 왜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냐고 혼나고
그래서 책을 보면 공부는 안하고 딴짓만 한다고 혼나고
청소를 안하면 정신 없는 방에서 잘도 지낸다고 혼나고
청소를 하면 이제야 지저분한게 보이냐고 평소에 물건을 제 자리에 놓으라고 혼났죠.

물론 제가 깔끔하고 야무진 성격이 아닌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노력하고 고쳐도 돌아오는 건 잔소리와 핀잔..
잘해도 잔소리 해서 가끔 잘하는게 무슨 소용 있냐고 또 핀잔을 들었죠.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런 말들에 상처받지 않고 무신경해지더군요.
어짜피 만족하지 못하실테니 나는 나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면 된다.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 느끼는 건데 '나'라는 사람이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이걸 고쳐야 하고 저걸 고쳐야 하고.. 
날 가장 많이 대면하는 사람에게 날 맞추는 것에 상대를 만족시킬 방법이었으니까요.
그저 주변에서 신경쓰는 행동은 아닐까. 또 혼나지 않을까. 또 싫어하지 않을까.
신경쓰고 눈치보는게 제 판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언제나 중간에 있는 회색 사람. 이런 제가 너무 싫더라고요.

나중에 아이를 키우면 나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립이란 스스로의 생각을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아이도 인격체인데 뜻하는 데로 만들고 싶어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 부모님처럼 내 자식을 키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요.
요즘 애인님을 대하는 날 보면 스스로 섬뜩해 지더라고요.

애인님이 이만큼 좋고 이만큼 자랑스러운데도.
사소한 것들을 자주 놓치는 게 싫다거나. 난 이런 행동을 하길 원했는데 서운했다거나.
제가 꿈꿨던 애인의 모습과 다른 부분들이 보이면 서운해 하고 실망하고...
또 그걸 얘기하게 되요.

그리곤 문뜩. 부모님이 이렇게 날 바라보신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모든게 나빠 보인게 아니라 더 마음에 들길 원하신거였다고요.
그런데 그건 잘못된거잖아요.
그렇게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나쁘다는 걸 느껴놓고 제가 다른 타인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거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사소한 것들을 지적질이 아닌 형태로 맞춰가는 방법을
전 이렇게 밖에 할 줄 모르나봐요.
수 많은 사랑들이 사소한 의견 차이와 다툼으로 지나갔는데도 변하는게 없는건
30년이라는 세월동안 부모님께 각인된 대화 법이었을까요.

무서워요. 스스로.
더 칭찬해주고 난 당신에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저는 왜 입을 열면 "오늘은 좀 초췌해 보인다 잠은 좀 잤어?" 같은 질문만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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