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한자어 유입 문제

2011.11.08 12:21

nomppi 조회 수:2045

아래 잠깐 얘기가 나왔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일제 한자어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께 드리는 극약처방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국가차원에서 일본과 단교하고 일체의 물적,인적 교류를 끊을 것.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죠. 말은 그냥 말만 들어오는게 아니라 말이 나타내는 개념및 문화와 함께 들어옵니다. 일단 새로운 유입이 차단되고, 단절된 속에서

솎아내기를 한 100년 이상 하면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듣자하니 일본과 가장 교류가 없었던 시기가 우리나라 고려시대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거리를 두고 지내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게다가 지금은 국경없는 인터넷이라는 게 있으니)

 

이것은 보통 충격요법으로 하는 말이고

 

두 번째로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제3국의 문화/문물/개념을 일본을 거쳐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지역과 직교해서 받아들이라입니다.

미국문화는 미국에서 영어로 수입하고, 프랑스문화는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수입하고, 아랍 문화는 아랍에서 아랍어로 수입하여 한국어에 녹여내라는 얘기입니다.

구한말에 일제 한자어를 무제한적으로 수입해야 했던 것은 조선땅에 유럽어에 정통한 번역인력이 전무해서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죠.

당장 개화는 시급한데, 번역인력은 전무하니, 이미 청이나 일본에서 익숙한 한자어로 옮겨진 서적으로 지식을 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일본이 한국보다 더 중심지,결절점이고, 제 3국의 문화/문물도 일본을 거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건 지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남미산 담배,고구마,감자,고추등이 전래된 루트를 봐도)

 

마지막으로는  한자/한자어의 성질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일입니다.

한국어는 한자/한자어 의존율이 매우 높은 언어입니다. 단어 가운데 쪽수가 가장 많은 명사 대부분이 한자/한자어로 되어 있죠.

이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한자/한자어를 우리 것으로 길들인 결과지만, 반면에 토박이말이 매우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한자어를 워낙 길들인(또는 길들여진) 탓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새로 만들어진 한자어도 발음이 한국식으로 바뀌어서 들어오면 외래어라는 인식없이

바로바로 들어와 우리말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고 한글로 적지만, 많은 한글음절도 한자/한자어의 표기에 대응되는 까닭에

한자/한자어의 뜻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죠. "무"란 글자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뜻이 無라든가, "음"을 보고 떠오르는 게 音,陰이라든가 말입니다.

아무튼 한자/한자어 의존율은 높지만, 보통 한국사람들은 한자/한자어에 대한 주인의식이 희박합니다.

보통 중국어에서 예전에 들어온 단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일제 한자어라고 하면 왠지 일제잔재라서 쓰면 안될 거 같고, 한국에서만 쓰는 한자어가 있다는 얘기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죠.

중국인은 원래 자기들의 말글이라 그 주인의식이 말할 것도 없지만, 일본인들은 자기들이 한자/한자어 종주국이 아님에도 근대에 자기들이 만들어낸 대량의 한자어를 일제한자어로

분류하고 그에 대한 주인의식,권리의식이 대단합니다. 어떤 사람은 고대에 중국에게 진 빚(학문적)을 근대에 다 갚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요.

한자/한자어를 중국산 원자재로 보면, 일본은 근대에 중국산 원자재를 조립해서 유럽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중국,한국에 많이 팔아먹은 거지요. (한국은 뭐 거의 강매였지만요)

아무튼 한국인은 한자/한자어에 대한 주인의식이 희박해서 <단어 무역수지>에서는 늘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해방이후 우리국어정책자들의 목표 중에서 한글전용은 완전정착했지만, 토박이말 조어력은 아직도  매우 미흡해 보여요.

순국산이 아직 더 배양 연구가 필요하다면 번식력이 매우 왕성한 중국산에 국산딱지를 붙일 수 있는 정도로는 한자/한자어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자교육 하자는 분들도 보면 고전교육이나 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단어를 날(?)로 먹을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고, 현대 한국어에서 주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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