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즐겨하는 주사위 게임이 있습니다. 규칙은 꽤 간단해요.


참여자마다 플라스틱컵과 주사위 다섯개씩을 나누어 갖습니다. 컵에다 주사위를 넣고 흔들고, 각자 자신의 주사위가 가진 숫자만 살핍니다.


차례로 돌아가면서 두개의 숫자를 부르죠. 두사람이 게임를 예로 들어, 첫번째 사람이 "3 - 5"라고 부른다면 두사람이 가진 열개의 주사위들 중에서 숫자가 5인 것이 최소한 세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상대방에게는 두가지 옵션이 있지요.


(1) 자신이 가진 주사위의 숫자와 상대방의 행동을 바탕으로 5를 가리키는 주사위가 세개가 안된다는 판단이 든다면, 컵을 열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2) 아니면 자신이 숫자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5 - 5라고 하지요, 이제 5를 가리키는 주사위가 최소한 다섯개 있다는 뜻이죠. 이때는 아무 숫자나 부를 수 있는 건 아니고,  상대방이 직전에 부른 숫자보다 주사위 눈금이나, 주사위의 숫자가 커야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3-5를 불렀을 때, 4-5 나 3-6은 가능하지만, 2-5나 3-4는 할 수 없다는 거죠.


누군가 컵을 열 것을 요구했을때, 실제 주사위의 숫자가 같더나 더 많으면 숫자를 부른 사람이 승리. 주사위의 숫자가 더 적으면 컵을 열라고 요구한 사람이 승리합니다.


여기에 약간 스핀을 가하기 위해, 스네이크 아이 (1)는 죠커로 작동합니다. 다시 얘기해서 1은 2,3,4,5,6 아무 것이나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써놓고 보니까 꽤 복잡한 것 같은데, 한두번 해보면 금방 익힐 수 있어요.



이 게임의 묘미는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상대방의 전략을 간파해서 맞춰주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는데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숫자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하고, 어느정도 익숙해진 사람은 블러핑으로 승부를 겁니다. 고수는 상대가 쓰는 전략에 맞춰서 블러핑을 걸어올 때 적절히 콜을 하거나 역으로 블러핑을 걸지요. 상대가 내 전략을 알아챈 기미가 보이면 바로 바꿔서 헷갈리게 해주야 하구요.


점심을 먹고 뒹굴뒹굴 뒹굴다가, 그동안은 심리게임이라고만 생각하던 이 주사위 게임에, 필승전략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주사위 게임은 생각해보면 텍사스홀뎀과 비슷하면서도 단순화된 전략 게임이거든요. 텍사스 홀뎀은 참여자가 모두 알고 있는 카드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카드가 있고, 그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유불리를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주사위 게임은 공통된 정보는 없고 각자 자신의 주사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주사위의 상황에 대한 확률을 구할 수 있겠죠. 그런 확률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최적의 오프너(처음 시작할 때 부르는 숫자)를 산출할 수 있을까 하는게 궁극적인 궁금증입니다. 최적의 오프너가 있다면, 상대도 최적의 오프너의 확률을 생각해서 거꾸로 가지고 있는 숫자를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고....... 처음엔 단순할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계속 꼬리를 물면서 생각이 꼬이더라구요.


국민학교 다닐때 산수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이런 계산도 금방할 수 있을텐데, 계산이 안되서 슬픕니다. 혹시 듀게에 게임이론 공부하신 분은 안계시려나요? 게임이론을 적용해보기에 딱 좋은 주제인 것 같은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5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5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76
33 방송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한 문제점들을 다음날 기사로 보는 경우 [7] chobo 2010.09.24 3248
32 월요일, 사표내겠다며 글을 올렸습니다. [4] ageha 2012.01.13 3251
31 친구 많으신가요? [9] 새빨간처자 2013.07.11 3294
30 고양이 커플 [11] dust 2011.07.09 3327
29 드라마의 주인공이 예쁘고 잘생기지 않아서 [10] 해삼너구리 2015.07.01 3348
28 [바낭] 복잡함에 대하여 주절 주절... [33] 구름이 2012.02.01 3356
27 도와주세요 ) 아이리버 u100 사용법을 몰라요..저를 위해 귀한 바이트 낭비해주실 분 찾아요... [5] 연금술사 2011.02.12 3381
26 당연한 얘기지만 요즘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몇가지 [2] 칼리토 2014.04.20 3409
» 점심후 식곤증 타파를 위해 생각해 보는 중국 주사위 게임 필승전략 [6] 걍태공 2011.11.08 3421
24 기자들은 왜 준비없이 다닐까요? [13] 나나당당 2011.03.14 3443
23 잡담 [11]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1.01.21 3489
22 오늘은 10.26. 대놓고 물어봅니다. 박정희 추도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1] chobo 2012.10.26 3493
21 바낭.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재능이 없다는 것 [9] 알랭 2012.11.01 3710
20 저도 싫은거 하나 밝힙니다. [17] 자두맛사탕 2011.01.07 3728
19 [강아지] 눈 떴어요! [10] 닥호 2012.09.23 3728
18 한국에서 IT 개발자는 좋은 직업입니다. [9] chobo 2013.01.10 3876
17 황상민 `朴 생식기만 여성'발언 - 이 분은 용감한 것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인가? [9] soboo 2012.11.02 3983
16 대중문화의 세대적 단절이란... [20] 아리마 2010.09.06 4029
15 설국열차 인터내셔널판은 20분 가량 잘릴 거란 얘기가 있네요. [10] 빠삐용 2013.08.06 4099
14 급질문입니다. 여의도에 주차되는 카페가 있을까요? [6] Jade 2012.08.03 41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