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직전에 자리에 앉은것 같은데 첫화면의 재미있는 사유리 게시물을 잠깐 클릭하다보니 어느새 9시 15분 >_<

 

오늘도 느슨한 독서모임은 느슨한게 시작합니다. 헉;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입니다.

 

 

전  조지 오웰을「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만 알고있었는데 알고보니 사회주의자였군요.

 

사회와 계급에 대한 여러가지 통찰들을 보고있자니 「동물농장」과 「1984」같은 문제적 작품이 그냥 아무런 맥락없이 툭 튀어나온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탄광지대에서의 조지 오웰 자신이 보고들은 경험담을 담고 있구요.

 

2부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체험과 자신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을 추구해야하고 무엇이 부족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작품은 아니지만) 멋진 신세계 라던가.. 동물농장, 1984 같은 느낌의 소설들을 읽었을때, 이 책들이 1900년대 초반,

 

과장을 조금 보태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쓰여진 작품들임에도 생생한 현대를 다루고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책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또한 현대, 특히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웠습니다.

 

특히 최근 느슨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나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읽을때 했던 고민들,

 

최근 FTA 문제나 쌍용차, 한진중공업 문제 같은 실업에 대한 이야기,

 

하다못해 오늘의 서울역 노숙자 이야기를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과 고민들의 일부가 이 책에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무려 70여년 전에 조지 오웰이라는 훌륭한 작가가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문제들과 2000년 대한민국의 고민이 어느 통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음... 이쯤 썼는데 아직 아무도 댓글을 안달아주셔서.. ;_;

 

계속 써야겠네..

 

 

 

기억에 남는 문구 몇가지를 표시해 두었는데 적어볼께요.

 

"탄광의 여건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젊을 때 땅속에서 허리에 마구 같은 띠를 차고 두 다리를 사슬로 이은 채, 팔다리로 기고 광차를 끌며 일하던 할머니들이 아직도 더러 살아있다. 그들은 임신한 상태로도 그런 일을 하곤 했다. 나는 심지어 지금도 만일 임신한 여자들이 땅속을 기어다니지 않으면 석탄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석탄 없이 살기보다는 그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리라 생각한다."

 

 

" '자산조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매주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에 대한 역겨운 공개 논쟁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일군의 영양학자들은 5실링 9와1/2페니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 뒤 그들에겐 한주에 4실링으로 먹고산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빗발쳤다"

작년이던가요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있을때, 바로 이 역겨운 공개 논쟁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지요. 4실링으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빗발친것까지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싶었습니다. 100년 동안 우리는 무얼 한걸까요?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 - 중략 - 이런 정경은 전쟁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다수의 영국인 가정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그런 가정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아버지가 실직했느냐 실직하지 않았느냐에 달려있다."

양심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데, 쌍용차 한진중공업 문제를 바라보면서 그들 실직자를 지지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투쟁을 계속해야할까라는 생각을 조금은 했었어요. '차라리 포기해버리고 막노동이라도 하는게 가정과 자신을 위해서 행복한 일이 아닐까', '나라면 그냥 포기해버릴것 같다'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실업이라는게 그런식으로 만만하게 해결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란한 한 가정을 순식간에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그런거겠죠. 실업이란...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2부 전체적으로 이런 논조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는데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사람은 평등하다, 평등할 권리가 있다, 다같이 잘살자, 말들은 어느 하나 어려운게 없어요.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사소하다면 사소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소해보이는 그러나 가장 극단적으로 이걸 보여주는게 최근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들의 최저시급 100% 지급에 관한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전 경비원 분들이 단순 경비직이라는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최저 임금의 80%를 지급받는 다는 사실에서부터 놀랐습니다. 최저 임금이라는건 정말 말그대로 어떤 이유로도 깎을 수 없는 최저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아닌건가요. 여하튼, 이 80% 지급분을 100% 지급으로 변경하는데 관리비 부담이 크다는 기사를 몇개 언론에서 쏟아냈습니다. 직접 계산해본 결과 실제로 세대별 관리비가 3만원씩 오르게 되겠더군요. 다함께 잘살자는 말을 늘어놓는건 언제나 쉽지만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자신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순간 모든 문제는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은 급격하게 보수화가 되지요. 말로만 다함께를 외치던 사람들은 내가 외치던 다함께가 정말 나의 취향, 나의 소비를 희생할 수 있는 다함께인지 고민해야할 것이고, 최저 임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부담을 실제로 누군가에게 부과하지 않는이상 구호는 구호일뿐이라는걸 이해해야만 할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5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41
126318 프레임드 #809 new Lunagazer 2024.05.28 8
126317 20240525 채상병 특검법 촉구 집회 다녀왔습니다 new Sonny 2024.05.28 50
126316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VOD, OST 2곡 공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디플 독점공개(예정), 신경끄기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신경끄기 어려운 현실 new 상수 2024.05.28 38
12631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new 조성용 2024.05.28 92
126314 박병호 kt에 방출 요청 new daviddain 2024.05.28 71
126313 책 선물받았어요 new daviddain 2024.05.28 74
126312 침착맨 탄원서에 대해 [2] new catgotmy 2024.05.28 289
126311 강아지 유치원 직원의 개 폭행사건 그리고 … [3] update soboo 2024.05.27 330
126310 의사소통 혹은 관계의 진전 부치빅 2024.05.27 104
126309 연령별 한국 여성들의 취미 [3] update ND 2024.05.27 326
126308 연령별 한국 남성들의 취미 [5] update ND 2024.05.27 311
126307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감독의 숏드라마 - 미래의 혼활 [2] update 상수 2024.05.27 133
126306 엔팁에 대해 [3] update catgotmy 2024.05.27 111
126305 강형욱 논란에서 이상한 점 [10] update 딸기와플 2024.05.27 620
126304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덜알려졌지만 음미할만한 노래 추천 할게요. jeremy 2024.05.27 75
126303 퓨리오사를 보기 가기 전 Fury Road를 복습했더니..(양영화 스포 포함) [4] Gervais 2024.05.27 216
126302 [애플티비] 살인자의 입을 열어야 살 수 있다. ‘블랙버드’ [4] update 쏘맥 2024.05.27 140
126301 퓨리오사 짧은 감상 (스포) [1] update skelington 2024.05.27 169
126300 취향과 사람들 catgotmy 2024.05.27 76
126299 에피소드 #91 [4] update Lunagazer 2024.05.27 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