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보수성....

2011.11.14 15:46

주근깨 조회 수:2234

다들 부모님과 대화 많이 하시나요?


전  거의 안하는데,부모님은 뭔가 많은 대화를 언제나 제게 요구하시곤 하세요.

그런데 전 정말 할말이 없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어렸을때부터 꿈이 역사학자셨어요.그러나 할아버지의 욕망과 명성에 대한 자신의 욕구,가정형편등이 절충되면서 전혀 다른 길을 걸으셨지요.

그래도 여전히 그 기억들은 정정하시고,열정도 충분해서 함께 어디 역사지를 방문할때마다 관련된 정사들을 맛깔나게 쏟아내시곤 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때부터 민주당,김대중 전대통령의 빠돌이셨는데 본인의 연고지가 아주 큰 영향을 끼쳤을겁니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 제임시절,어떤 정책의 대대적인 시행이후 완전히 돌아서서 지금은 그쪽정당과 방향들에 대해서 학을 떼시고,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해서도 '대중이,대중이'로 말문을 시작하시더라구요.예전엔 그렇게 존경하시더니만..

신문도 3개이상 구독하시고,정치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으셔서 관련된 자신의 소신들을 매번 쏟아내는데,확실히 하시는 얘기들의 관점이 '한나라당'의 그것에 가까워보여요.본인도 그걸 아시더라구요. 이렇게 말씀하시죠.

'내 성향은 한나라당에 가깝다고 느끼지만,그래도 천성적으로 도저히 한나라당을 지지할수는 없더라.'

그래서 투표를 그만두신지 꽤 되신것 같습니다. 

상당히 의견들이 저와 상이한 경우가 많지만  일단 아버지의 의견은 존중하게 되는면이 있어요.그러니까 최소한 그 의견에는 동일한 논리가 존재하고,그 판단기재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선상안에 있다고 보거든요. 다른일면을 얘기했을때 저항감은 있지만 그게 납득되는 이야기라면 수긍도 잘하시구요.

일관성과 (자기판단내에서의)이성적인 태도는 제가 아버지께 느끼는 가장 존중할만한 품성이라 할수 있습니다.


반면 저희 어머니는 저와 상당부분 닮은 사람인데요.

감정에 동요가 크시고,그만큼 애정이 많은 분이기도 합니다.애초 정치나 역사등에 전혀 관심이 없으신 분이시고,지금도 그래요.열심히 인터넷이며 관련된 방송청취도 많이 하시지만..솔직히 어머니가 얘기하는 얘기들은 굉장히 얄팍하고 피상적이라고 느낄때가 많지요.또 말을 조리있게 하시는 스타일은 아니시거든요.

그래도 상당히 그 나이또래에선 진보적이고,생각이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왔고,실제 그런 관점으로 제가 성장과정에서 자주 이득을 보며 자라왔기도 합니다.

제 게으른 일탈을 '기존의 시스템'과 맞지 않는,식으로 이해하시면서 나름대로 다른길들을 찾아주려 노력하셨거든요.그런방면에서 상당히 깨어있으신 분이시죠.


문제는 나이가 드시고,어느정도 자신의 일에서 나름 괜찮은 승진과정들을 거치며,관리자로서 지위에 서게되신후에..정말 말을 섞기가 싫을정도로 극단적인 관점을 갖게 되신점이에요.

예전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밑바탕에 깔고,다른 이야기들을 곧 잘 수용하는 입장이셨던것 같은데,어느순간 대화가 힘들정도로 의견에 고집을 갖으시는데,그 의견이라는게 정말 들어보면 저로써는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란 말이죠.

어머니는 오세훈 전 시장이나 ,나경원 의원을 상당히 좋아합니다.이전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좋아하셨었는데 요즘 그의 실책들이 본인이 하시는 일에도 영향력을 주면서 돌아서셨어요.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오세훈,나경원에게 호감이 있는 이유는 별게 없어요.뭐 이것저것 얘기하시긴 하지만 본질을 보자면 그냥 그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고,학력도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이유죠.

어머니랑 정치얘기를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할때마다 언성이 높아지는데 어머니가 얘기하시는 레파토리가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그럼 모든게 수용된다.너희들과 정치관점이 다른건 내가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인거고,너희는 정치인들에게 휘둘려진 정보만 취합하기 때문인거다'라는 매우 클리세스러운

수순을 밞게 된다는거지요.

어제는 아침을 가족들과 함께 했는데,아버지가 강용석의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의 성품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들을 조롱하셨어요.어머니는 강용석의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계셨는데 관심을 두는것 같은 부분은 역시 그가 무슨 학교를 나왔는지,무슨일을 했는지에 관한것.

그리고 아버지의 그 사람에 대한 비아냥에  '그럼에도 그런 자리에 오른다는건 그러한 집요함,열정이 있다는것이고 참 본받아야 할 점이다'라고 얘기를 결론지으시더라구요.

이런 어머니의 어떤 판단들에는 그분의 성향뿐만 아니라 사실 자식들에 대한 과한 기대도 한몫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뭔가 자식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과 그들에게 성공한 사람들의 어떤 요소들을 투영하고 싶고,자극을 주고 싶다는 바램들이 뭔가 기묘하게 섞이면서 그런 논리가 탄생되는것 같단 말이죠.

어머니는 누누이 제게 말하거든요. 아버지가 크게 성공할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과정들이 자기는 언제나 한이 된다고요.그래서 제가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서 자신을 기쁘게 만들었으면 좋겠대요..전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립니다만.


아무튼 '도가니'에 대한 화두에도 어머니는 인하학교의 교장을 옹호하고(뭔가 이상한방식으로 자신을 그 사람에게 투영시킵니다),모든 정치적 사안들에서 정말 공격적일정도로,극단적일정도로 수구적인 판단들을 하세요.그러나 그 논리들은 그다지 납득하기 어려운것들이었지요.


요즘 제가 스티브잡스 전기를 읽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책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시더라구요.잡스를 나쁜놈.이라고 얘기하시면서도 그러세요.

어머니는 잡스의 성공.에 매료되시는것 같고,그의 인격적 파탄을 굳게 믿으시고 계신데 그런점이 앞서 얘기한 자신의 어떤 관점들을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방향인것 같아서 전 심하게 불편해졌어요.그래서 아닌저녁에 뜬금없이 잡스의 인격을 두고 설전을 벌였지 뭐에요.


부모님과 이런 대화들 많이하시나요?

다들 이러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32
88354 25년 전 데미 무어 [5] amenic 2011.11.14 3174
88353 강호동 내년 총선 출마설?! [9] chobo 2011.11.14 3145
88352 [바낭] 힘들게 일한 주말의 마무리는 (주의: 약간의 혐오 묘사 포함) [13] loving_rabbit 2011.11.14 1811
88351 집단 구타의 현장, 모르는 척 하는 어른,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피해자. [4] 스위트블랙 2011.11.14 1876
88350 [바낭] 전진 제대했네요 [11] 오늘은 익명 2011.11.14 2974
88349 [듀9] 영화감독의 고뇌에 대해(?) 잘 느껴지는 책 같은 게 있나요? [13] 듀나인 2011.11.14 1533
88348 [사회뉴스]"당신 해고야" 당장 잘라야 할 3가지 유형의 직원 [7] EEH86 2011.11.14 3178
88347 미국에서 최고로 성공한 한인집안 이야기 [6] 사과식초 2011.11.14 5672
88346 여러 가지... [16] DJUNA 2011.11.14 2512
88345 모바일에서 움짤 나오나요? [18] 자두맛사탕 2011.11.14 2637
88344 처음으로 합법 다운로드를 통해서 mp3파일을 받아봤어요. [4] 감자쥬스 2011.11.14 1858
88343 섬세하고 위대하신 가카의 아마존 자서전 띄우기 [3] 데메킨 2011.11.14 2269
» 부모님의 보수성.... [9] 주근깨 2011.11.14 2234
88341 [질문] 팝송 및 외국곡 많은 음원 사이트 추천바랍니다 [2] 파라파라 2011.11.14 1348
88340 {바낭} 선택의 어려움 [3] miho 2011.11.14 1204
88339 [회사생활바낭] 조직에 제 이름이 없어요. [3] 가라 2011.11.14 2171
88338 사표 던지면서 생각한 것.. [6] 도야지 2011.11.14 2456
88337 강남부자는 지금 - 의대생 아들에게 선물로 6억짜리 아파트를 사주는 아버지 [3] 생선까스 2011.11.14 4423
88336 다른 컴퓨터에서 ppt 띄울 때 동영상 안깨지는 방법은? [4] Rcmdr 2011.11.14 1978
88335 [기사펌]가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매각을... [2] 라인하르트백작 2011.11.14 18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