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교 초등학교에 갔었더랬어요

2011.11.17 00:29

miho 조회 수:2078

자정이 넘었으니 어제

 

면접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무작정 하차했더랬습니다.

 

때마침 점심시각이기도 했고, 집에 가봤자 딱히 먹을 것도 없기에.

 

4살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살던 곳이예요.

 

다니던 초등학교엘 갔지요.

 

당시엔 넓게 느껴지던 운동장이 어찌나 작게 느껴지던지.

 

뛰놀던 놀이터는 여전했고,

 

초등학교 담장과 울타리는 없어졌고 대신 화단을 아름답게 꾸며놨더라구요.

 

어머니께서 운영하셨던 미용실이 있던 자리에는 연립주택이 들어섰고요.

 

문방구는 이름만 바뀌었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위치해 있어서 그나마 반가웠습니다.

 

시장에 가서 사골왕만두국을 시켜서 점심으로 먹었는데 만두가 어찌나 크던지 2개나 못 먹고 남겼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분식집이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손이 크시더라구요. 여튼 맛있게 먹고 나와서 시장을 둘러보다가

 

탐스러운 단감이 한 바구니에 5천원에 팔길래 샀습니다. 딱히 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이 맘때쯤이면 감에 환장하셨었거든요.

 

감을 들고 걷다가 저절로 발 길이 예전에 내가 살던 곳, 동네, 주택으로 향했어요.

 

정말.. 여전했습니다. 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붙었긴 했지만 정말 재개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낡고 허름했고,

 

와.. 우리가족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았을까...싶을 정도로..... 기분이 묘하고 이상했습니다.

 

주택가에 들어섰는데

 

김장독을 묻기 위해 땅을 파고 계시는 노부부 발견.

 

알고보니 저희 윗층에 살던 분들이셨습니다.

 

저를 보더니 너무나 반가워 하시며 어여~ 들어가자~ 하셔서

 

얼떨결에 저는 손에 들고 있던 단감 한 봉지를 드렸고

 

저는 오렌지 쥬스를 얻어 마셨고

 

노부부의 금지옥엽같은 아들,

 

제가 5살 때 편지를 써주셨던,(한글도 못 읽었었는데) 

 

감수성이 넘치셨던,

 

초3때 산수빵점 맞아, 엄마에게 파리채로 두들겨 맞을 때 옆에서 말려주었고,

 

제게 산수를 가르쳐주었던,

 

"오라버니"의 <연락처>를 받아서 돌아왔습니다.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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