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하고 목욕탕이야기

2011.11.19 21:19

살아 움직이는 조회 수:1370

괴롭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좋아하는 낮잠과 저녁잠을 어제 잤어요. 

제가 자는 걸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거진 한달을 하루 스무시간씩 잤어요. 베개는 두툼한 겨울 이불이었는데, 인체공학적으로 구겨져서 

제 경추에 딱 맞았거든요. 그 형태를 한달내내 유지하고 잤습니다.  


뭐, 그건 딴 소리고, 어제 저녁잠을 자다가 대형마트에서 마라톤을 하는 꿈을 꿨습니다. 

신나게 뛰다보니, 마감시간이었고 그 때 되면 막 떨이로 팔잖아요? 

시식코너에서 생 대하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줬어요. 꿈속인데 참 맛이 생생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옆에서 아는 교수님이 성게알을 와사비간장에 찍어서 줬어요. 아 저 분은 교수 이미지라고 하기에는 참 이질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천직을 제 꿈 속에서 본겁니다. 하얀 위생모를 쓰고, 나무젓가락에 성게알 집어주는 시식코너담당이요. 

괜찮은 꿈이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잠만 자던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새벽에 일어나면 혼자서 목욕탕을 갔어요. 네신가 다섯신가...

아주. 작은 동네 목욕탕이었는데, 반나절동안 따뜻하게 하려고, 엄청 뜨거운 물이 담겨있었어요. 겨울 새벽에 뜨거운 탕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는 

참 따뜻하고 나른하고 좋았던 기억이 나서, 그 때 새벽에 일어나면 목욕을 갔다가 다시 잠들었어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제가 탕에 들어가기를 우물쭈물하자 한 번에 들어오면 하나도 안뜨겁다고 했어요.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그랬지만, 낯선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하거든요. 시키는대로 진짜 뜨거운 물에 한 번에 들어가서 고통을 참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맞지? 하나도 안뜨겁지? 하는데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뜨거운 물을 못참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저 어릴 때 아부지랑 목욕탕가면, 

아부지 다 씻을 때까지 온탕에 들어가있는게 제 일이었어요. 거기 물이 대단했습니다. 진짜 뜨거웠어요. 아무도 선뜻 들어오려 하지 않았어요.

발만 담근 남자들이 탕 주위에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탕에 혼자 목까지 담그고 멀뚱멀뚱 앉아있었어요. 

넌 안뜨겁냐? 라고 한 아저씨가 물어봤는데, 괜히 자랑스러웠던 기억이나요. 


새벽에 혼자 목욕을 가던 중학교 2학년생은 친구들과 방과후에 그 목욕탕을 훔쳐보기도 했어요. 옆에 간이 공사를 하던 자재들을 밟고

목마를 태워야 보였는데, 어어 봤어봤어 어어 하는 소리만 듣고 제가 올라갔을 때는 하나도 안보였어요. 친구들이 뻥을 쳤는지, 아니면 

신기루가 보였는지, 보이는 각도가 아니었거든요. 며칠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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