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 인생의 책에 속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처녀시절 읽으셨다는 말에 삼중당에서 나온 5권짜리 장왕록교수의 번역판으로 읽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큰 행운이었어요. 나중에 안정효번역과 이름은 기억안나지만 2권짜리로 된 다른분의 글도 읽어보고 드문드문 원본도 읽어봤는데 차이가 좀 미묘했습니다.

 

장교수의 레트는 열일곱살연하의 스칼렛을 처음만나 청혼할때까지 혼잣말이나 놀려댈때를 빼고는 깍듯이 공대합니다. 숙녀를 존중하는 남부전통때문이겠지요. 결혼 후 반말을 하는데 그럴듯해요. 안정효의 번역은 거침없습니다. 비웃을때만 존대를 했던거 같습니다. 레트는 남자답고 스칼렛은 사랑스럽긴해도 좀 어리석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번역자가 그런 인상을 그대로 녹여냈을까요?  책을 열독한 후 영화를 봤기에 느낌은 남달랐습니다. 영화는 책을 충실히 옮겼고 남녀주인공은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구요.

 

주인공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남부, 북부하면서 어머니와 열띤 대화를 했었죠...

 

 

제가 마치 남부대지주의 딸이라도 된양 열을 올렸다가 급격하게 남의 나라일이라고 급짜식한건 공교롭게도 한 영화때문이었는데요.

 

몇년 뒤 텔레비젼에서 방영한 만딩고(MANDINGO)였습니다. 농장주가 10살도 안되는 남자아이를 발깔개취급을 하는데서 마음이 불편해지더니 연속되는 장면이 죄다 구역질을 유발시키더라구요. 투견이나 투계를 하듯 건장한 흑인노예에게 돈을 건 싸움을 시키는 건 제일 약한 축에 들고 살인, 강간이나 간통은 예사구요.

 

스칼렛이 아버지에게 왜 흑인노예를 모녀를 같이 사왔냐고 할때 아버지는 자식을 떼어놓고도 팔수 있다던 이웃집농장주와 그런 취지로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을 거고,  채찍질을 금지한다고 설명하는 스칼렛 집안을 보면 채찍질이 예사였던 이웃도 있었던거고, 마미유모에게는 애틋하지만 그 유모도 스칼렛 외할머니의 깔개에서 자랐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전용 애보개였던거죠. 주인공들이 왜 흑인에게 자유를 주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습속에는  뼛속가득 편견이 있구요.

 

바람과함께사라지다나 만딩고나 다 배경은 같았던 거에요. 그 속을 아니 추악하고 가느다란 허리를 자랑하며 남부가 어떻고 북부가 어떻고 하는 대목에 코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볼때 너무 무서워서 방밖을 나왔다 들어갔다하면서 봐서 기억에 남는 게 몇장면정도였는데 유투브에 올라가 있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영화는 제가 봐도 범작수준이고 당시에도 별 인정을 못받았다고 합니다.  꼭 저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장면이 많은데 아마도 추악한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자 한것이겠죠.  영화는 추악해도 비판어린 냉정한 시각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용기를 내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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