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심판하자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만... 전 좀 의아해서 말이죠. 한미 FTA 폐기 vs 유지의 대결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면 과연 이길까에 대해서.

 

한미 FTA가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해도, 내년 총선때까지 그 위엄을 과시할 정도로 즉효는 아닐 겁니다. 몇 개월 사이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ISD 제도를 활용할 미국 기업도 없을 것이고, 농업도 그 사이에 폭삭 망해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5개월 여가 지난 후, 사람들 중 상당수는 생각하겠죠. "어? 한미 FTA 체결된지 근 반 년 됐는데 나라가 안망하네?" 그리고 한미 FTA 체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내년 초에 대기업들이 대규모 채용 좀 해주고, 뉴스에서는 FTA 체결로 겁내 성장한 기업 사례 몇 개(정말 순수 FTA 덕분인지 아닌지는 알 바 아님) 특집보도 빵빵 하면... 오히려 "좌파들의 선동은 틀렸고 겁내 국익에 이익됐다"고 홍보되겠죠.

 

그리고 야권 후보가 "한미 FTA를 폐기하는 데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공약하면, 상대 후보의 움직임은 뻔하지 않나요? "한미 FTA는 한미 군사 동맹을 굳건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우리가 한미 FTA 폐기하면, 미국 의회에서 빡쳐서 주한미군 철수해버릴 수도 있고(미국이 누구 좋으라고 정말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역시 사실 여부는 알 바 아님), 그렇진 않더라도 최신 무기를 한국에 배치해서 북한 쫄게 하는 데에도 태클을 걸겁니다. 북한만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 이쯤에서 보수 언론에서는 "위기의 한미관계, 좌파 선동으로 한미 우정 금가나" 라는 기사 빵빵 나오고...

 

과연 한미 FTA 폐기라는 것이 여권 후보를 심판하는 결정적 한 방이 될까요? 전 그냥 그동안의 실정과 부정부패를 물고 늘어지는 게 더 현명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미국하고는 잘 지내야 해. 미국 수틀리게 하는 짓은 절대 하면 안돼"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말이죠. 오히려 여권에 질려서 야권으로 좀 넘어오려던 사람들이 여기에 쫄아서 못넘어오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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