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7 14:28
전 소준문의 [알이씨]를 일종의 극중극으로 봅니다. 얼마 전에 개봉되었던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서 소준문이 이 영화를 찍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왔고 이는 다큐멘터리의 내용인 감독의 고민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지요. 소준문은 [알이씨]를 그가 전에 찍었던 단편 [올드 랭 사인]과 자매편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들을 따라가다보면 여러 영화들이 촘촘하게 이어진 그물망이 그려집니다.
영화는 홈비디오처럼 시작합니다. 종로의 어느 호텔을 찾은 두 게이 커플이 5주년을 기념하며 비디오를 찍습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죠.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를 하기 마련이니까. 이 부분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진짜 사실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조작된 현실입니다.
중반 이후 홈비디오는 끊어지고, 우리는 흑백으로 전환된 다른 카메라를 통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그들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홈비디오 파트를 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가능했던 것들입니다. 감독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 [알이씨]는 굉장히 뻔한 통속물이에요. 거의 50년대스럽습니다.
영화는 사실 좀 지나치게 긴 편입니다. 홈비디오의 설정은 재미있긴 하지만 오래 끌만한 건 아니죠. 원래 그런 건 당사자들에게나 재미있는 것이니까요. 드라마 전체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그냥 중편 정도가 맞지 않았나 싶어요. [올드 랭 사인] 정도의 러닝타임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을 것 같고.
하지만 두 배우들의 몸을 바친 연기가 설정의 지루함을 상당히 커버합니다. 이야기가 뻔하다고는 했지만, 배우들은 그 익숙한 상황 속에 빠진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거나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똑바로 인식하고 있고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충분히 짧을 수도 있었던 영화지만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러닝타임이 낭비되었다는 생각도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고요. 어차피 멜로드라마란 우리가 다 알고 다 이해하는 이야기의 반복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수위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이 영화는 척 봐도 19금입니다. 성기 노출도 나오고 섹스 장면도 많은 걸요. 그걸 없는 척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속옷 차림의 두 남자가 영화 내내 보여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냥 멜로입니다. 누군가에겐 옷을 많이 입지 않은 두 남자들이 붙어 있는 그림 자체가 음란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11/11/27)
★★★
기타등등
전 천창이 저렇게 휑하니 뚫린 방에선 개인적인 일은 조금도 못할 것 같습니다.
감독: 소준문, 출연: 송삼동, 조혜훈, 다른 제목: ●REC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_re_REC.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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