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 정부 들어 가장 '뜬' 정치 평론가를 꼽자면 고성국 정치학 박사입니다. 몇몇 평론가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가라앉은 반사이익을 본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의 능력때문입니다. 고성국은 합리주의자입니다. 그의 발언은 상식적이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고, 누구나 동의 할만합니다. 그의 의견에는 진보와 보수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평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평범하지 않은 의견을 평범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입니다. 이건 그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의견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가 내놓는 의견의 사이에는 틈이 없습니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이 치밀함이 깃들여 있죠. 그의 길은 완벽하고 매끄럽습니다. 


2. 그렇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성국 박사가 김두관 현 경남도지사를 밀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광풍이 되어 밀어 닥쳤지만 그는 김두관이 대선에 나올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뉴스를 참조하십시요 (고성국 "내년 대선 "박근혜 vs 김두관 싸움 될 것")  그가 고정 출연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죠.  김두관의 이름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김두관 역시 대선에 나오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대선 라인업에 없습니다. 본인도, 다른 이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고성국의 '김두관 대망론'은 논리라기 보다는 감정의 결과로 보기 쉽습니다. 겉으로 본다면 그의 길에는 균열이 났으니까요. 고성국이 박근혜 대세론을 주구장창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의심은 더욱 커져 갑니다. 김두관 대망론을 주장함으로써 야권 분열을 의도하겠다는 논리라는 거죠. 


3. 과연 그럴까요? 고성국의 김두관 대망론은 고성국 본인의 바람이 투영된 감정된 결론일까요? 항상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발언해왔던 그가 대선이라는 중요한 길목에서 자신의 감정만을 내세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이 출발합니다. 저는 고성국이 논리라는 도구로 김두관 대망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고성국은 김두관을 미는 것일까요. 


4. 고성국이 김두관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문재인이 무기력한 경우입니다. 그는 문재인의 지지율이 뜨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면 김두관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근데 이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겁니다. 안철수가 나오지 않고, 문재인 마저 지지율이 정체된다면, 김두관이 나올 가능성은 무척 높아지죠. 그렇다면 고성국만의 주장은 한가지로 좁혀집니다. '문재인이 무기력해질것이다' 라는 거죠. 


5. 그렇다면 고성국은 왜 문재인의 지지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걸까요? 안철수에 대한 얘기는 일단 젖혀두고, 문재인만 따로 보죠. 문재인의 지지율은 총선과 연동되어 있다는 건 지극한 상식입니다. 그가 주도 하고 있는 통합정당운동이 정당화로 연결되면 자연히 그 정당의 파괴력과 문재인의 지지율은 연동입니다. 즉 문재인의 지지율이 높으면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차지할 의석수는 많아질것이고, 통합정당의 의석수가 낮다는 건 문재인의 지지율이 낮다는 뜻이 됩니다. - 이건 손학규도 마찬가지구요-


6. 결국 고성국의 예상에는 문재인의 지지율 하락 이전에 통합정당이 실패하거나, 의석수가 낮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어갑니다. 과연 고성국의 예측은 합리적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새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렇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독자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통합전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 자체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자파로서는 통합정당으로 들어가게 되면 공천 보장이 어려워 지기 때문입니다. 즉 이익의 싸움입니다. 


7. 독자파가 남아 따로 출마하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그것은 2004년 선거에서 이미 증명된바 있습니다. 탄핵열풍속에서도 한나라당이 121석이나 건진건 당시 민주당의 독자 출마때문이었죠. 서울에서 살아남은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열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2004년에 살아남은 한나라당 의원 중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민주당의 표 갈림 없이 당선된 사람은 원희룡 단 한사람입니다. 천하의 홍준표도 당시 민주당 후보가 아니었다면 승리가 불가능했습니다. 


8. 즉 현 민주당 단독 전대파. 다시 말해 독자파가 합당에 동의하지 않고 계속 몽니를 부려 독자출마로 이어진다면 수도권에서 통합정당의 승산이 떨어집니다. 현재 반한나라당 기류가 강하고 그것이 내년 4월까지 꾸준히 이어진다는 추측이 가능함에도 2004년과 같이 살아남을 한나라당 후보들이 많을꺼란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의 영향력이 떨어질껀 당연합니다. 손학규도 대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멀어진 이상 문재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통합정당의 기수로서 문재인은 자신의 역량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이 확실한 건 내년 총선에서의 압승입니다. 이 가능성이 떨어지면 문재인 지지율도 정체될 것이 뻔하고, 그러면 김두관에 대한 출마 압력이 강해지겠죠. 저는 고성국의 김두관 대망론에 숨겨진 논리를 이렇게 봅니다. 


9. 만약 지금 문재인이 안철수 급되는 정치인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민주당 독자파가 현재와 같이 큰 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dj때와 마찬가지죠. 강력한 대권후보 dj는 선거때마다 공천 대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외부수혈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의 중진들은 계속해서 숙청당했죠. 그럼에도 그들은 dj에게 반항하는 소리 한번도 내지 못했습니다. dj가 강력한 대권후보였고, 대권 창출이후 보장될 떡고물이 많았기 때문이죠. 지난번에 문재인이 위험하다라는 글에서 저는 문재인이 제대로 된 대권주자가 되지 못하면 그의 염원도 이뤄지지 않을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고성국의 의견은 저의 논리와 동일합니다. 


10. 물론. 민주화된 정당과, 영웅이 존재하지 않은 의사결정구조는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저도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이상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정치라고 믿지만, 현실을 정확히 알라야 이상을 현실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그런 제 입장에서 밍기적 밍기적 하다가.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독자파의 반격에 휘말리는 현 통합파와 문재인에게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정치는 실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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