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시아 애들하고 어울렸던 적이 있습니다. 구운김에 참기름과 소금쳐져 있는 것을 처음 보더니만 왠 검은 종이냐고 묻길래 밥에 싸서 줬더니 중독자가 되더군요. 그중에 한 친구는 한국산 압력밥솥까지 구해서 김구이를 즐겼습니다. 그게 간단하고 먹기 편한거죠. 밥은 자동이고 김또한 포장만 뜯으면 되니까. 그 외에 다른 요리가 크게 어필했던 기억은 없어요. 유난히 김구이가 인기였죠.



2.

약 20여명의 프랑스인들이 모이는 파티에서 엄마가 해주던 서울식 불고기를 그대로 해간 적이 있습니다. 각자 자기 요리를 해 오는 잔치였던지라 동이나는 순서를 보면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 반응이 꽤나 좋았죠. 아시아 요리라면 중국식 고기요리에 익숙하다가 서울식 불고기를 맛 본 쪽의 구체적 반응은 "중국음식처럼 디저트도 아닌 고기요리에 단 맛이 있다. 고기요리치고 기름기가 별로 없어 다이어트에 좋을듯한 것이 맘에 든다"였습니다. 결국 레시피를 토해내야 했어요. 네이버를 검색하면 나오는 레시피들의 초간단버젼 정도인데도 말이죠. (그냥 간장 양파 파 버섯 배즙정도 넣고 기다리다가 익히는 것 말이죠)



3.

중국 친구들하고 어울렸던 적이 있어요. 같은 기숙사에 살아서 같이 요리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어느날 각자 자기가 요리 한가지씩을 해 와서 나눠먹는 파티를 하기로 했죠. 저는 정말 고생을 하면서 동그랑땡을 만들었는데 옆에서 요리하는걸 보던 중국친구가 "너 늦게 와서 시간이 없어서 이거 만드는거야?"라고 묻더군요. 그도 그럴법한게 중국의 잔치용 요리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높더군요. 아침부터 준비해서 뭔가를 달그락달그락 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직접 고기다지고 야채갈아서 빚어서 만드는 동그랑땡도 저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애들하고 같이 요리해보니까 이건 도무지 게임이 안되더라구요. 그날 저는 거의 한시간동안이나 요리를 하느라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중국친구들은 4~5시간씩 뭔가를 해서 만두와 고기와 훠궈 등등을 가져오는데... 허어. 저야 좋았죠. 더 달라고 해서 다 먹어줬을 정도로.


신기하게도 중국은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더 요리에 적극적이고 잘 하는 것 같더라구요. 한국하고 다르게 남자가 요리를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같은게 있는 걸까요?



4.

미국 젊은 학생들을 잔뜩 만난적도 있는데, 대체 뭘 먹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파스타를 끓인 뒤 치즈를 얹고 그걸 그냥 먹어요. 한두명이 그러면 모르겠는데, 많은 학생이 그런 식이었어요. 애초에 요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보였습니다. 요리에 대한 능력들이 대체로 낮았어요. 중국학생들의 요리에 대한 능력도가 상상을 초월했던 반면, 이쪽은 요리에 쓰는 돈도 시간도 노력도 무척 적더군요. 파스타를 만들어서 시중에 판매되는 스파게티 소스를 넣는 것 정도 이상을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고기를 구워서 소금을 뿌린다는것 정도가 다였고요. 그러니까 대체로 요리의 레시피는 2단계입니다. 1.재료를 익힌다. 2.소스나 소금등을 뿌린다.



5.

프랑스인들의 김치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이었습니다. 제가 주로 제공한 김치는 종갓집 배추김치가 절반정도 숙성된 상태였고 밥하고 같이 내곤 했어요. 보통은 냄새를 맡고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고, 밥하고 같이 몇 번 먹어본 뒤 중독파와 혐오파로 나늬어요.


서울에 처음 놀러온 프랑스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가정집의 김치냉장고를 보고는 매우 간단하게 프랑스식으로 김치의 세계를 이해하더군요. 프랑스에는 수많은 지방의 수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고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특별한 창고나 와인전용 냉장고를 사는 것이 흔한 일이듯, 한국의 경우는 그게 바로 김치라고 말이죠. 그래서 온갖 종류별로, 그리고 숙성된 기간과 응용된 요리종류별로 서울에 있는 기간동안 많은 김치를 맛보고 다니더군요. 이게 저는 김치를 보는 괜찮은 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와인의 세계가 광활하듯, 커피의 세계가 광활하듯, 홍차의 세계가 광활하듯 한국요리의 경우 그게 김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누가 만들었느냐, 어느 재료로 만들고, 만든지 얼마나 지났느냐, 무엇과 같이 먹느냐, 어떤식으로 응용한 요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그 세계가 넓고 흥미롭지요. 김치라는게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고 저도 어릴땐 김치를 싫어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와인이나 치즈, 커피도 다를바 없이 처음엔 접근이 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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