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듀게에 연애바람이 불고 갔을 때 멀리서 글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다 글을 남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듀게의 모님, 모님을 좋아하면서도 말 한 번 못하지만 주변에 이성들이 막 붙어있는 만인의 연인이지만 공식적으로 누구 누구 좋아해!! 라고 막 외치고 다니다가도 막상 둘이 딱 남게 되면 어버버버하는 그냥 짝사랑 소심남이죠.

짝이야 있다가도 없는거지 솔로생활 길어도 외롭다 느낀 적 없는 3x세의 아저씨, 청년입니다만 지난 여름부터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와 점점점점 커져 제 삶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짝사랑이라면 거의 이십년 전부터 쫓아다니던 사람을 6년만에 쟁취!(또는 소유, 이런 말 싫어하는데, 그 땐 정말 6년 만에 이끌어 낸 기적이니까요.)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너무나도 오랜만의 감정이라 제어하는 듯하다가도 폭주하고 제어하고...의 무한 반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까지 잘난 것도 없는데 여복은 터져서, 열 살차이, 띠동갑의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이성이 있었습니다. 밥 잘 사주고, 재밌게 해주는 오빠였고, 저 또한 깊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얼마나 편하고 가벼운 관계인가요.
그러다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짠! 하고 나타난 것 같아요. 십 몇 년 전 부터 알았지만 단 둘이 만날 기회도 없었고, 그냥 이름 정도만 알고 지내는 선후배 사이였죠.
어쩌다 서로 아는 사람 목록의 교집합의 작은 면적이 시간과 일치한 거죠. 불씨는 그 때 였다 기억하지만 불타오르진 않았어요. 전화번호만 교환했죠.
그렇게 연락처만 아는 사이로 발전(?)했는데,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걸로 전화를 하게됐고, 그녀가 저의 공간으로 들어왔습니다. 네, 기억 안나요. 왜냐면 그 다음이 저에겐 강한 임팩트로 남았으니까요.

제 마음을 홀딱 공개하는 후배가 있는데, 그 후배가 묻더군요. "그녀가 왜 좋아?"
왜냐니? 왜? 왜?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
그러고보니 저도 그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빠는 제가 왜 좋아요?"
그 질문에 답이 없더군요. 홍시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답한 건데, 좋아서 좋은 거지 왜라는게 어딨냐.
후배의 질문을 받고 하룻밤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그녀의 매력에 빠진 건지.
다음 날 대답했죠. 
"그녀의 설겆이 하는 뒷모습 때문에."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 된 건 너무나 사소하게도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인데, 그 뒷태가 예~뻐,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그냥 놓고 가도 된다고 하는 찻잔을 꼼꼼히 설겆이 하던 그녀의 모습이 제 기억에 남은 거죠.

그 대답을 한 순간부터 그녀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명확치 않은 이성과의 관계부터 모두 정리 했습니다.
한 사람이 중요했으니까요.

그녀의 일이 끝날 때를 기다려 저녁도 여러 번 같이 먹고 공연도 보고, 다음 날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 새벽까지 같이 작업하고...... 꿈같은 행복한 날들이 펼쳐졌었죠.

그런데 오늘 누군가의 얘기를 하다가 정말 매력있는, 한 사람의 사랑만 받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그게 저는 아닙니다.) 그 사람이 한 사람만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의 매력의 낭비다, 그 사람은 좀 더 많은 이성에게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는 어찌보면 괴변의 얘기를 하더군요.
제가 받은 느낌은 '날 좋아한다면 억압하지 마라. 난 공평하게 좋아해 줄 수 있다' 였습니다.
그렇죠. 소유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one of them 이 되고 싶진 않은게 짝사랑의 아픔인거죠?

생각해보니 저도 만인의 연인으로 상처줬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네요.
이것이 업보인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75
74 날이 서늘하네요. [6] 칼리토 2015.08.25 1701
73 [바낭] 곧 No.1 이 됩니다. / 김포로 입국하면 입국심사 받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3] 가라 2010.10.25 1707
72 (바낭) 사람을 만나고는 싶은데 귀찮기도 하고 [4] 사람 2013.05.15 1714
71 여름휴가는 뭐하세요? 아님 벌써 다녀오셨나요? [16] 103호 2012.08.09 1740
70 탄산수 바낭, 이후 이야기 [3] 칼리토 2015.04.08 1748
69 [듀나인] 렛 미 인(2008) 뒤늦게 봤는데.. [5] 마음의사회학 2011.03.08 1782
68 [잡담] 음료수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 [5] intrad2 2012.07.12 1812
67 (바낭바낭) 미술관에도 갔어요 >_</ (사진추가) [8] Kovacs 2013.10.10 1911
66 날씨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4] 해삼너구리 2010.08.24 1942
65 [바낭] 좋아하는 사람은 커녕 아는 사람도 만나기 힘든 가요 몇 곡 [10] 로이배티 2011.11.29 1942
64 브로콜리너마저 잔인한 사월 MV + 저도 꿈 얘기 [8] 봄눈 2012.06.08 1986
63 [바낭] 다른 사람은 안 웃긴데 나만 웃긴 말 [6] 에아렌딜 2012.05.02 1999
» [짝사랑 바낭] 내 안의 그녀가 너무 커졌어요. [3] ravia 2011.12.02 2005
61 [바낭] 여러명 대 한명의 싸움이 왜... [9] 가라 2011.07.22 2034
60 [바낭] 형편 없는 파스타집 한탄 [4] sweet-amnesia 2011.03.17 2106
59 [회사바낭] 조직해체 & 해경 구조작업 [5] 가라 2014.05.19 2158
58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던, 2007년 여름의 일기 [9] 이울진달 2011.11.16 2171
57 한 페이지에 시스타 효린양 이름이 두 번이나 떠 있길래... [5] 로이배티 2010.12.07 2178
56 바낭)하룻밤이 참 덧없군요 [4] 가끔영화 2011.03.29 2198
55 [연애바낭] 전 사실 운명적인 사랑을 믿어요. [3] Rockstar 2013.10.10 22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