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조용기 목사의 설교

2011.12.06 20:52

amenic 조회 수:3624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조용기 목사의 지난 5월 설교를 읽게 되었습니다. 설교의 주제는 누가복음 16장 19절부터 31절까지에 기술되어 있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였습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옛날 한 부자가 있어 연일 좋은 옷과 좋은 음식으로 호화롭게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대문 앞에는 나사로라는 거지가 살고 있어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음식으로 연명을 했고 더구나 몹쓸 병을 앓고 있었는지 온몸이 헌데 투성이였다고 하네요. 세월이 흘러 부자도, 거지도 죽어 부자는 지옥으로, 거지는 천국으로 가게 되었죠. 부자가 고통 중에 고개를 들어 천국을 보니 살아 생전에 고생만 하던 거지 나사로가 아브라함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여기로 나사로를 보내 손가락 끝에 물을 적셔 자신의 혀를 적셔 달라고 아브라함에게 청하지만 냉정하게 거절을 당해요.

그리고 부자는 살았을 때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통을 받았으니 나사로는 이제 위로함을 받고 부자는 괴로움을 받는다고 꾸지람을 들어요. 그러면 나사로를 부자의 살아있는 형제들에게 보내서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알리고 그렇게 살지 않도록 권고해달라고 하지만 그것도 거절당하죠. 모세와 수 많은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받고도 깨달음이 없는 자는 나사로가 가서 하는 말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요.

 

여기까지가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이 일화를 소개할 때는 크리스찬이 가져야 할 덕목, 최소한의 가난한 자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물질의 탐욕에 대한 절제 등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님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네요.

 

부자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고 거지는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에 각각 천국와 지옥에 가게 되었다는겁니다. 거기다 거지가 하나님을 믿긴 믿었지만 잘 믿은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추가하더군요.

즉 잘 믿었다면 축복을 받아서 부자가 됐을텐데 잘 믿지 못했기 때문에 거지로 고생을 했다는 얘기죠. 아무튼 잘 믿지 못해도 믿은 건 믿은거니까 천국에 갔다는 거죠.

결국 아무리 부자라도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고 아무리 가난해도 하나님을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아주 단순 명쾌한 결론을 내리더군요.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탐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보수주의자의 덕목인 자선과 청결한 삶은 강조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끝까지 부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시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거슬리는 부분은 부자를 물질적 향락만 누리는 '유물론자'라고 칭한 부분입니다. 유물론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철학의 큰 축의 하나인 '유물론'을 이렇게 왜곡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성경의 기자들 중에서 누가는 가장 사회주의적 사상체계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전해 집니다. 유명한 예수의 산상수훈에서도 마태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그의 복음서에 적었지만 누가는 아예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도 단순히 하나님의 존재를 믿었냐, 믿지 않았냐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분명히 '너는 살았을 때에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그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괴로움을 받느니라'라고 적혀 있거든요. 네가 살아 있을 때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라는 구절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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