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참 많은 단독범행이 있었지요.
이를테면 김구 선생 살해사건도 안두희의 단독 범행이었고요,
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도 민주당원 김상붕의 단독 범행이었대요.
여기에 또 있어요... 정인숙 살해사건도 오빠의 단독 범행이었답니다.
이제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도 단독범행이라니까요.

 

우선 첫 번째 부터 이야기하죠.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인 1949년 6월 26일, 김구는 경교장(현재 삼성병원자리)에서 육군 소위인 안두희가 쏜 총에 맞고 서거합니다. 안두희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단독범행으로 밝혀지고, 이후 옥살이 조금 하고 나와서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삽니다.
...로 끝난 게 아니라 4. 19 이후로는 사람눈을 피해 다니고 6개월 마다 이사를 다니고, 부인에게는 이혼당하고, 계속 이민가고 싶어했지만 끝내 가지 못하고, 그러다... 나중에는 너무 외로웠는지 노인정에 가서 자기가 안두희라고 밝히고 다녔다네요. 결국 죽을 때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대요.
어쨌거나 단독범행이라니 그런가 보죠.

 

그리고 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은,,, 자유당 인기가 곤두박질 치고 있던 1956년에 벌어졌어요.
어찌어찌 대통령은 간신히 이승만이 차지했지만 민주당의 장면이 이기붕을 꺾고 부통령에 당선되었지요. 그러다 장면 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여했는데 김상붕이라는 사람이 총을 쐈어요. 천만 다행으로 손등을 다친 정도로 끝났지만...
그렇게 해서 체포되어 조사한 결과, 당연히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어졌죠.
경찰이 이 모든 사건은 민주당의 신파, 구파간의 싸움 때문에 그랬다고 발표했거든요.
경찰이라던가 치안국에서 연루가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나중에 4. 19 이후로 치안국 과장 김종원이 재판에서 사실은 높으신 분 - 이기붕이 장면을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긴 했지만, 아무튼 단독범행이었대요.

 

그로부터 10여년 쯤 지난 1970년, 정인숙이라는 26살의 젊은 여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경찰 수사 결과 차를 운전하고 있던 오빠가 뒷자석에 타고 있던 여동생을 죽인 거래요.
그 오빠란 분은 정말 굉장했어요. 난잡하게 사는 여동생이 가문의 수치라서 + 그리고 여동생의 재산이 탐이 났대요. 그래서 여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차 안에서 죽이고 자기 허벅지를 총으로 쏜 다음(...) 차를 몰고(...) 교외에 가서 총을 버린 뒤(...) 돌아와서 강도를 당한 것 처럼 가장했대요. 총 맞은 채 운전을 하다니 정말 굉장하지 않아요?

죽은 사람의 수첩에서 거물정치인들 여럿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나오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아들을 두고하있긴 했지만, "아빠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청와대 미스터라고 말하겠어요~♪"란 노래가 널리 유행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유언비어였지요? 글쎄, 오빠의 단독범행이라니까요.

 

...
......

 

어, 웬지 뒷골이 땡기네요.
잠깐 혈압 좀 가라앉히고. 좀 옛날 이야기나 하며 마음을 다잡아보도록 해보아요.

 

1603년, 조선시대 선조 때 여요.
유성군 유희서가 성묘를 하러 포천에 갔다가 노상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고위관리가 길바닥에서 살해당했으니 당연히 큰 사건이었는데, 사명감에 넘치는 포도대장 변양걸이 사건을 수사해보니 이게 단순한 강도가 아니었어요. 임금의 큰아들이자 잘 나가는 망나니였던(?) 임해군이 유희서의 첩을 노리고 부하들을 시켜 죽였던 거여요.

이런 내막이 밝혀지자 당연히 조선은 발칵 뒤집혔는데... 사실을 자백해서 감옥에 갇혀있던 임해군의 하수인들이 감옥에서 감쪽같이 독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리하여 사건의 진상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고, 게다가 문제아 학부형... 아버지인 선조가 극구 나섰지 뭡니까. 유희서 사건은 어디까지나 임해군 소속 노비들의 단독범행이었다고...

 

"내가 우리 애 불러서 물어보니까, 아니래, 걔가 아니래잖아. 걔 요즘 밥도 못 먹고 고생이 많아..."

 

하면서, 감히 왕족을 모함한다는 이유로 화를 벌컥 내며 유희서의 아들을 오히려 처벌하고 사건을 파헤쳤던 포도대장 역시 귀양 보내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끝나면 위의 여러 단독범행 사건으로 끝났겠죠.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영의정이던 한음이 제 성미 못 이기고 쾅! 하고 폭발했지 뭐여요.

"야 이 왕 새끼야 장난하냐! 니 새끼가 싸지른 짓 천하가 다 아는데 왜 죄없는 사람에게 혐의 씌우고 지롤이야!"

 

...는 내용을 점잖은 한문으로 표현한 상소문으로 써서 올린 뒤 사표 내고 떠나버립니다.

선조는 이 글을 보고 화를 펄펄 내면서 신하들 불러다 "한음이 말야, 너무 하지 않아?" 하소연 하고, 오성을 불러다가 쫑알쫑알 한음 흉을 본 뒤 너 영의정 (대타)해라, 라고 시킵니다. 여기서 생큐! 하고 영의정 자리 낼름 받아먹었다면 오성과 한음이 아니죠.

 

"임금님아. 내가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걔랑 똑같은 생각이거덩요? 걔처럼 말 못한 거 때문에 억울해 죽겠거등요? 걔가 나고 내가 걔여요... 그러니 뻥은 작작 까세요."

 

그럼에도 선조는 안 들려 안 보여 우주방어를 시전하면서 "왜 우리 불쌍한 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ㅠㅠ" 라는 드립이나 칩니다.
결국 임해군은 지 꼴리는 대로 사고치다가, 아낌없이 감싸주던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에도 정신 못차리고 일 벌이다 동생 광해군의 명령으로 죽게 되지요.

뭐 세상 일이 다 그런 거여요.
인간사 살면서 참 단독범행들 많았죠...? 이런 식빵, 그걸 믿으라는 거냐 식의 조사보고도 많았고요.
이번 단독범행은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지 궁금해지네요.


p.s : 이 시리즈, 뭔가 다른 제목이 좋을까요?
역사 야그는 좀 너무 심심하고 잡담도 좀 그렇고... 뭔가 검색하기 딱 좋은 게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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