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 제작기

2011.12.11 23:26

감자쥬스 조회 수:2673

제약회사 직원이었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처녀작 노트북은 그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약 3년간 집필한 소설입니다. 책은 1996년도에 완성돼서 출판됐으니 현재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데뷔년도 1994년은

잘못된 정보입니다. 평균적으로 한권짜리 소설 분량이 10만자 정도인데 초고를 탈고했을 때가 8만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파크스는 여기에서 더 추려내 5만 5천자 정도로 마무리를 지어 이야기의 속도감을

높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던 스파크스가 조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 받아 소설로 옮긴것이죠. 현재 원작소설에 대해 검색해보면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장인 이야기라는 얘기가 많은데 장인 이야기가 아니라 조부모 얘기입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아내는 니콜라스 스파크스와 결혼 전부터

조부모에게 잘 했고 무척이나 돈독한 사이였습니다. 이 둘이 결혼할 때 조부모 둘이 건강이 안 좋아 조부모 집에서 자가용으로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결혼식장이 있었음에도 참석을 못했는데 결혼식을 마친 스파크스의 아내가

남편에게 부탁하여 조부모네 집에서 결혼식을 또 한번 올릴 정도로 조부모를 섬겼죠. 그러다보니 결혼 전부터 조부모와 가까이 지냈고 자연스럽게 조부모의 사랑얘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인물과 남부라는 지역적 설정, 큰 기둥 줄거리 정도만 따왔고 나머지는 작가가 덧붙였습니다. 작가도 실화에 근거한 이야라고 밝혔고 독자나 영화를 감명깊게 본 관객들도 실화라는것에서 이 이야기에 더욱 빠져든것 같긴 해요.

실화가 아니면 낯간지럽게 느낄 수 있는 구성과 분위기인데 실화 쪽에 무게가 기울어져 있다 보니 그런것에서 받게 되는 감동이 있죠.

 

원작소설은 작가의 처녀작임에도 미국에선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팔렸습니다. 영화 판권 계약을 목요일날 했는데 출판 계약은 그 다음 주 월요일날 했으니까요. 출판 과정에서 가제본이

영화사를 돌고 돌았고 그래서 정식으로 도장 찍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팔린것 같아요.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책을 내면서 내심 영화화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계약금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처녀작이고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었고 책도 아직 시중에 깔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많아야 3만불 정도 받겠거니 했는데 원작이 출간도 되기 전에 영화사들을 통해 급격히 입소문을 타면서 무명작가의 미출판

원고는 무려 100만불에 팔렸습니다. 1996년 가을에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을 두고 출판과 영화판권을 계약했고 그 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출판하며 전업작가로 크게 성공합니다.

 

영화 노트북은 1996년 부터 영화화가 추진됐지만 일의 진행사항이 예상보다 더뎌져 이후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워크 투 리멤버나 병속에 담긴 편지보다도 늦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2004년도에 개봉할 수 있었는데 제작기간이 여유가 있었던 덕분에 영화에 도움이 됐죠. 일단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지명도가 높아진 상태였고 노트북이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병속에 담긴 편지와

워크 투 리멤버도 짭짤하게 성공했기 때문에 노트북에 대한 기대치가 영화 판권이 팔렸던 1996년보다 훨씬, 훨씬 더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워크 투 리멤버와 마찬가지로 영화 노트북은

제작비가 넉넉하지도 않았고 배우 지명도도 약했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어요. 당시 라이언 고슬링이나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레이첼 맥아덤스의 인지도가 약했고

제작비도 3천만불도 안 되는 소품이었습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판권료 대비율 흥행타율이 정말 좋아요. 2010년작인 디어존만 해도 제작비가 노트북이랑 비슷한 수준인데 제작비의 거의 4배를 벌어들였죠.

니콜라스 스파크스 원작소설이 영화화된 작품 중에서 노트북이 북미에선 흥행실적이 가장 높았지만 제작비 대비율로 봤을 땐 디어존이 더 짭짤했죠.

 

영화 노트북이 만들어지기까지 관심을 표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엔 톰 크루즈나 애슐리 쥬드도 있었다고 합니다.

존 카사베츠의 아들로도 유명한 닉 카사베츠 감독이 노트북의 감독으로 거론됐고 처음엔 영화사가 리즈 위더스푼이 나오는 멜로 영화를 연출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네요.

결국 리즈 위더스푼은 하차했고 레이첼 맥아담스가 그 역할에 오디션 보고 들어왔죠. 라이언 고슬링은 제일 처음으로 캐스팅됐는데 감독은 고슬링의 연기와 직업의식에 너무나도 만족해 계속

연기생활 했으면 좋겠다고 누차 말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출과 시나리오 작업에도 관심이 많은 배우였고 아직 젊고 어렸기 때문에 닉 카사베츠처럼 배우 생활 하다 감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같아요. 고슬링은 노트북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고슬링의 제안으로 영화의 장면이 바뀌기도 했죠. 영화 속에서 7년 만에 남자주인공을 만난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이 장면에서 남자주인공이 구구절절하게 여주인공에게 화내는 설정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난 아버지도 잃고

애인도 잃고 전쟁에 참여했다가 친구도 잃고 황폐해진 상태다....등등등. 그런데 이 장면을 찍을 때 고슬링이 감독에게 굳이 이 장면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냐고 물어서 아예 대사를 없애버렸다고.

그 외에도 여주인공이 이 장면에서 민망하니까 그냥 차끌고 가다가 남자주인공네 집의 답장을 차로 박는 장면도 있는데 이 역시 고슬링의 제안이었다는군요.

고슬링은 영화에 큰 도움을 주었고 성실하게 임했고 항상 고민하고 탐구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 한번, 나이든 노아 역을 맡은 제임스 가너와 의견조율엔 실패했습니다.

고슬링과 제임스 가너는 눈색깔과 머리색도 달랐고 무엇보다도 제임스 가너가 남부 사투리를 쓰려고 하질 않아 약간 마찰이 있었나 봐요. 결국 제임스 가너는 사투리를 쓰지 않고 연기력으로 커버했고

같은 배역을 맡은 고슬링이 물러날 수 밖에 없었죠.

전쟁장면은 제작비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만에 마쳤다고 합니다.  

 

노트북은 PG-13등급에 맞추기 위해 러브씬 수위를 조절해야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레이첼 맥아담스와 라이언 고슬링은 두번의 정사를 나누는데 묘사는 얌전하죠. 그러나 원래는 수위가 좀 더 높았습니다.

두 배우의 누드도 나오고 체위강도도 높았죠. 감독은 두 사람의 성관계 묘사를 진하게 해야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야기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원래 의도대로

개봉한다면 R등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간것입니다. 그렇다고 원래 장면의 섹스묘사가 낯뜨겁게 높은것도 아닙니다. 실제 촬영도 보호속옷을 입고 촬영했고 그래픽으로 지웠습니다.

검열위원회를 여러차례 들락거려 현재의 편집된 러브씬이 완성됐습니다. 확장판 러브씬은 dvd의 삭제장면에 들어있는데 보고 있으면 PG-13등급용은 아니에요.

 

dvd의 수록내용이 알차더군요. 감독 코멘터리와 원작소설가 코멘터리가 있는데 둘 다 들을만하고요. 화질도 깨끗합니다. 28분 분량의 삭제장면이 들어있는데 본 영화와 화질차이가 없습니다.

삭제씬에서는 편집기사 코멘터리가 들어있는데 각 장면을 삭제해야 하는 이유가 재미있었습니다. 배우들 연기가 별로여서 삭제한 장면도 많더군요. 직업의식이 투철한 편집기사였어요.

영화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서 과감하게 들어낼 줄 알더군요. 첫 편집본이 3시간이었고 최종 완성본이 124분짜리인데 이보다 더 긴 버전을 테스트 시사회로 했을 때 호평을 받았음에도

또 삭제해서 124분짜리 분량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레이첼 맥아담스 오디션 장면과 제작 다큐멘터리, 삭제 장면 등 70분 분량의 서플이 들어있습니다. 1디스크짜리 dvd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품질과 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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