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0 08:12
회사에서 지정한 멘토 그룹이 있습니다. 제일 주니어인 저 - 중간 연차 직원 - 제일 시니어인 직원 이렇게 구성되죠. 제가 속한 업계는 미국에서도 꽤 보수적인 분위기고, 직업의 성취를 위해선 여성직원도 남성직원도 개인 생활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러고보니 기혼 여성 직원들이 심각하게 "아기는 승진 전에 가져도 되나" 하는 주제로 토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군요.
멘토 그룹은 저를 포함 셋 다 여성입니다. 뭐 특별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같이 점심 먹으면서 잡담을 하고, "휴가는 꼭 써라" "어떤 상사는 기대수준이 특히 높다" "일이 없을 때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이런 업무 관련 얘기, 최근 베이킹 트렌드 (이건 잘 몰라서 저는 듣기만해요), 쇼핑이나 영화, 드라마, 리얼리티쇼 얘기 등등 수다를 나누는데, 지난 금요일에 같이 점심먹으면서 시니어 멘토가 최근에 케이크팝 (사진 참조)을 만드는 법을 배웠단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무식하게도 동그란 틀에 반죽을 부어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케이크를 뭉쳐서 동그랗게 만든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오늘 오후에 내가 만든 케이크팝 가져왔으니까 마음껏 먹으렴! 하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조직의 성비는, 높은 자리엔 여성이 거의 없고, 중간 관리 정도엔 아주 드물게 여자 선배가 있지만, 주니어급에는 거의 반반에 가까운 성비였더랬습니다. 한국에서 소위 전문직 위주 조직의 성비가 이렇죠. 제 세대 정도에는 여성들이 많지만 윗쪽에는 거의 없는 피라밋 구조입니다. 그때 중간관리 급(?)의 여자 선배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업무능력은 거의 다들 평균 이상이지만, 사람들 대하는 태도, 특히 주니어 직원 대하는 태도가 많이 거칠고 권위적이라고 할까요? 업무 협조를 많이 요청해야 하는 부서에서 잠깐 일했는데, 남자 선배들이 잘 (이렇게 쓰고 "비굴하게"라고 읽어요) 말하면 쉽게 업무협조를 해주는 반면에 여자 선배들한테 오히려 뭐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웬만한 남자 직원보다 더 "남성적"인 업무 태도인거죠. 이건 생각해보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남자 위주의 조직에서 잘하기 위해선 그 조직 분위기에 맞춰야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용조용 말하고, "여성적"인 취미를 갖는 상사들이 또 업무면에서 인정받기도 하는 걸 보면서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없지만, 귀여운 케이크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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