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초대권이 2장 있었는데

지난 주말까지 계속 일이 있어서 못갔었어요.

12월 31일까지 기간 내 공연에 한하고, 공연 3일 전까지 예매를 하면 된다고 해서

예매하러 들어갔더니 12월 공연은 16일까지만 예매가 된다네요.

 

뭔가 허무해지고 슬퍼요.

 

2.

 

최근의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어제는 일찍 퇴근했음에도 너무 너무 피곤해서 택시를 탔어요.

타고 가는데 아저씨가 '요즘도 크리스마스 카드 팔아요?'하고 물으시더라구요.

 

팔죠, 교보문고에서도 팔고 온라인에서도 팔고.. 했더니

'수십년만에 우리 딸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려는데 어디서 파는지 도무지 못찾겠다'고 하셨어요.

 

따님이 그간 연극을 하신다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부모된 입장에서 본인이 하고싶다는 걸 말리지는 못하고

돈벌이가 안된다는 걸 아니 걱정은 되고 하다가

몇일 전 '연극 그만두겠다'고 했다네요.

 

일견 반갑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몇 자 적어볼까 한다고..

 

자녀분들이 제 또래인데다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져서

동네 입구에 내려서 잠시 기다리시라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드렸어요.

 

그 나이 아저씨들이 팬시점 같은데서 카드 고르는 모습

보는 입장에서 매우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민망하고 멋쩍어 하시다 못 사실까봐..

 

아저씨 부인, 아들, 딸 것 사고

나머지 한 장은 '택시 아저씨께' 하고 제가 적었어요.

가족분들 사랑하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행복하고 부러웠다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고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라고요.

 

'크리스마스 선물이예요' 하고 드렸더니

아저씨도 웃고 저도 웃고 그랬어요.

로맨틱하고 귀여운 중년 아저씨였어요.

덕분에 저도 하루를 기분좋게 마감했네요.

 

3.

 

오랜만에 찾아보니 예전에 처음 닉네임 변경했을 때 이렇게 시작했더군요.

아무도 모르시겠지만...이라고.

 

역시, 아무도 모르시겠지만 닉네임을 바꾸었어요.

물을 긷는다는 건 뭔가 생산적인 일이잖아요.

 

뭐가 되었든 좋으니 조금 더 촉촉하고 시원하고 반짝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채워가는 시간이 오면 좋겠네요.

 

새해에는, 아무도 없는 산 연못 이라도

달처럼 떠서 물도 긷고 빛도 긷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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