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비스타님께서 세계 10대 추리소설이라는 목록을 올려주셨죠.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EC%B6%94%EB%A6%AC%EC%86%8C%EC%84%A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373896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목록에 안읽어 본 책들이 많아서 이북으로 나와있으면 구입해 두려고 아이북스와 킨들스토어를 찾았어요. 읽어본 책들도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윌리엄 아이리시, 레이먼드 챈들러, 가스통 르루 정도인데, 레이먼드 챈들러 빼고는 대부분 다 중고등학교 때 읽은거라 다시 읽고 싶었어요. 그리고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군요. 그리고 이런 비슷한 목록들은 많이 본 것 같고 한 번 클리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다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뭔가 이상한거에요. 아이북스에도 킨들스토어에도 <Y의 비극>이 없어요. <환상의 여인>도 없어요. 아마존 서점에도 심지어 Y의 비극과 환상의 여인은 최근에 제대로 출판된 책이 하나도 없고 다 옛날 책, 중고책들만 있는거에요. 아마 어릴적 해문에서 나온 각종 추리소설 관련 책들을 읽을 때 경전처럼 취급되던 이 유명한 책들이 아마존에 없다는게 말이 되지 않아!라고 외치며, 저 목록의 출처를 살펴봤어요. <히치콕 매거진>이라는 곳에서 뽑은 10대 추리소설이라니. 그렇다면 분명 미국 아니면 영국에서 아주 잘 알려진 책들이고 혹은 저들의 목록으로 인해 저 책들이 잘 팔려야 하는게 논리적으로 맞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그래서 히치콕 매거진이라는 곳에서 뽑은 10대 추리소설을 구글 검색해봤어요. 한글로 검색하면 여기저기에 많이 등장하는데, 영어로 된 자료는 하나도 안나와요. 한글로 된 자료 중에 가장 신뢰가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바로 이 기사에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03637


여기서 김준희라는 분은   "미국의 추리전문지 <히치코크 매거진>에서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목록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추리작가와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점수를 바탕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작품목록을 작성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해요. 하지만 정확한 출처는 없지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반복해서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어요. 과연 히치콕 매거진이라는건 있는건가. 그래서 찾아보니 있어요. 정확한 이름은 Hitchcock Mystery Magazine (http://www.themysteryplace.com/ahmm/ )이라고 Ellery Queen Mystery Magazine 과 함께 유명한 잡지인 것 같아요. 56년에 창간되었다는 이 잡지에 대해 위키에서 찾아보면, 주로 이 잡지는 창작 추리물을 위한 잡지에요. 홈페이지를 보면 지금은 왠일인지 두 잡지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한국의 많은 블로그 기사 등에서는 이 히치콕 매거진의 (일부 블로그에 의하면) 1960년의 10대 추리소설 발표를 인용하지만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이 목록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영어로 구글검색을 해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어요.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당연히 궁금해졌지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목록을 보면 아마도 60년쯤에 했던 조사가 맞는 것 같은데, 현재는 영어권에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이 포함되어 있고, 레이몬드 챈들러를 비롯한 대부분의 책들이 20년대 후반에서 30년대 초반에 출판되었다는 점에서 그래요. 제 생각에는 저 목록이 60년대 70년대 일본의 추리문학계에서 아마 많이 언급되면서 널리 퍼졌을 것 같고, 그것이 일본을 거쳐 한국의 추리소설 붐을 일으켰던 80년대에 재유통되면서 어떤 권위를 부여 받은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세계 3대 어쩌구 10대 어쩌구 이런 것들은 어떤 목록이든지 간에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세뇌되어 있던 엘러리 퀸, 윌리엄 아이리시 등이 사실 지금의 영어권 추리소설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않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릴 적 추리소설에 빠져서 재미없던 책들까지 공부하듯 읽던 제 모습이 떠오르며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사실 위키피디아에는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이라는 항목으로 영미권 작가들이 뽑은 범죄소설 백선을 소개합니다. 목록은 두 개인데, 하나는 영국에서 1990년에 만든 것이고, 하나는 1995년에 미국 작가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 목록에는 모르는 이름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는 이름들만 보았을 때에는 위의 10대 추리소설 보다는 훨씬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이 목록 모두에는 엘러리 퀸도, 윌리엄 아이리시(혹은 코넬 울리치)도 SS 반 다인도, 이든 필포츠도 프리먼 크로프츠도 없어요. 


http://en.wikipedia.org/wiki/The_Top_100_Crime_Novels_of_All_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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