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꼴랑 마크 하나 붙이기 위해 작년 3월 15일 논산으로 떠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모든 미필자들이 그렇게 달고 싶다는 개구리 마크를 달고 전역했다.


1. 다들 알리라고 생각하지만 군 생활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개인구 가족구 국가구 세계구급으로 펑펑 터져나갔는데, 솔직히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날 동안 개인적으로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좀 많이 우울했었어.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일이야 하다못해 여기 하소연이라도 하지, 세상이 뭣같이 돌아가는데도 더러운 군바리 신분 때문에 글 하나 쓰지도 못하고 그냥 혼자서 욕만 오지게 하고 그랬지. 하지만 안의 선후임들과 몇 안 되는 좋은 간부들, 그리고 여기 있는 듀나님들이 나를 잡아준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어. 이 자리를 빌어서 내게 격려와 위로를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할게.


2. 사실 나오고 나서도 크게 나아질 건 없긴 해. 세상이 내일 자정을 기해서 사랑과 평화와 정의가 넘쳐날 리도 없겠고, 아침에 눈떠 보니 머리맡에 로또 1등 당첨용지가 놓여져 있을 리도 없을 거고, 집 문을 열고서 아부지가 살아 돌아와 있을 리도 없을 거고. 전역을 했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역을 마쳤다는 것일 뿐,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것들 앞에서 더는 쉽게 주저앉지 않을 거야. 이제는 진짜로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어야 할 때니까. 어린아이처럼 혼자 자기 짐을 잡고 있지 않고, 서로의 짐을 나눠서 들어줄 거야. 어린아이처럼 문제를 이리저리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벽을 넘어설 거야. 그리고 혹 그렇게 하는 데 한두 번 실패했다고 금세 포기하지 않고,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날 거야. 


3. 아무튼 다들 이런저런 일 많았던 2011년의 나쁜 일들은, 기억할 것들은 기억해야겠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내년을 위해 털어낼 건 훌훌 털어내자. 그리고 다 같이 2012년에, 물론 언제나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좀더 기쁘고 행복한 한 해를 만들자.


ps.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근태 형님, 천국이 있다면 봉하마을 영감님이랑 김대중 슨상님이랑 같이 2012년에 우리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꼭 지켜봐 주이소. 나도 미력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할 테니까. 그리고 아부지도, 천국에 있거들랑 나랑 동생이랑 조카랑 잘 살 테니까 엄니가 아부지한테 잘못한 건 전부 잊고 우리가 아부지 샘날 정도로 잘 사는 모습 꼭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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