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1 23:16
오늘 길을 가다가 우연히 가판대에 꽂힌 한겨레를 봤습니다. 민주화 큰 별이 지다.. 이런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있던가 이러며 무심히 지나가다가 얼마 전 시사인에서 김근태 의원님이 투병중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몸을 돌려 황급히 가판대로 뛰어가 한겨레를 보는데, 정말 1면에 김근태 의원님의 사진이 있더군요... 아 정말 그 순간 너무나 먹먹했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눈 앞에.. 하지만 다시 굳건히 일어나실 것 같던 분이 이렇게 역사 속으로, 그것도 이렇게 조용히 사라져가시다니...
바로 포털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인의 말로는 포털이나 기사들도 그 분이 졌던 짐에 비해 짧고 짧았다는 말에 더욱 서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누군가는 그건 좀 아니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두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보다도 더 슬프고 충격적이고 헛헛했습니다..
돌아가신 날짜가 12월 29일. 오늘이 12월 31일. 제 때 그 죽음을 알지 못하고, 제 때 명복을 빌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어
괴로운 마음에 차갑고 건조한 길 한복판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포털에서 김근태를 검색하니 사망이라는 단어가 뜨네요.
어떻게 이렇게 낯설고 허망할 수가 있는 건가요.
문득, 민주화에 몸 바쳤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 속 한줌으로 사라져가는 걸 말없이 말있이 방관하면서,
대체 우리는 누구를 더 기억하려는 드는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문으로 인해 마음껏 연설하고 걸을 수 없었던 그 사람에게 연설력이 부족하다며 손가락질하는 세상을 내버려둔 저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그 사람을 뉴타운 같은 거지같은 공약과 그걸 내건 신지호 따위에게 지게끔 이 세상이 흘러가게 둔 저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심지어 눈 감은 그 순간까지.. 어느 미친 사람이 빈소에서 난동 부리게끔 한...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김근태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데 과연 우리 그 누구의 책임도 없었던걸까요.
그냥 그 미친 여자 혼자의 정신분열일리가 없어요.. 생각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습니다..
그러기엔 그런 미친 인간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니깐요..
왜 그런 인간들이 활개치개끔 내버려두었던걸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내 힘이 부족하다 어떻다 이건 다 핑계일텐데...
사람이 살아가는 길 과실이 없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정자였던 만큼 김근태님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한 논박이 없을 수 없겠지만,
하지만 저는 그저 오늘 이 순간, 당분간은 다만 김근태 의원님을 민주화의 산 증인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그게 그 분이 이룬 길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그 분들이 몸 바쳐 뿌린 씨앗으로 다져진 이 민주주의에 피 한방울 보태지 않은 채 뻔뻔히 살고 있는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부디 가시는 길 헛헛하고 춥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 前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의 뒷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오랫동안, 똑바로, 기억할 것입니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너무나 깊이, 죄송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