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맹이 본 퍼펙트 게임

2012.01.02 18:54

dlraud 조회 수:3151

저는 선동렬 선수의 이름자 겨우 들어본 정도에 야구경기는 공격 수비 개념 간신히 이해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뭐 그 정도만 알아도 별 지장은 없는 영화같더라고요.

조승우=최동원, 선동렬=양동근입니다.

여러분은 두 배우가 얼마나 실제 선수들처럼 보였나요?

조승우는 처음부터 조승우가 아닌 최동원(이란 캐릭터-전엔 알지 못했으니;)으로 보이더군요.

조승우의 80년대식 머리모양과 안경, 눈빛, 거친부산 사투리(거기에 더해 목소리 톤도 평소의 낮고 느물거리는 음색에서

 단순하면서 꾸미지않은 듯한 목소리로 바꾼것 같더라고요. )는 완벽했습니다.

양동근은 양동근하면 생각나는 얼레벌레한 말투와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데

극 진행이 중반에 다다를때까지 그냥 양동근으로 보였습니다.

조승우+안경=최동원

영화속의 조승우는 그 어느 배역을 어느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을 때보다도 섹시하고 잘 생겨보였습니다.

(이 빈약한 어깨도 너무 단아하고 강직하고 하이튼 멋있어 보임, 부산말이 한국에서 제일 카리스마 넘치는것 같음)

처음부터 아무 저항감없이 최동원의 캐릭터에 납득/몰입이 된데다 80년대 금테 안경 낀 얼굴이 너무 멋져보여서 정말 별거 아닌 소품인데도

 

조승우가 안경빨을 받는 건지 안경이 조승우빨을 받는 건지했는데.. (지금 스틸컷만 다시 보니 다 아니고 그냥 캐릭터빨인 것 같네요;;)

전 정말 단순한 인간이었습니다. 극 중 최동원의 안경을 벗는 장면마다, 머리속에서 엇 얘 조승우? 하고 물음표를 보냅디다..

 

만약 최동원 선수가 안경을 끼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조승우 연기에 대한 평가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따라서 제 양동근이 양동근으로밖에;; 안 보였다는 불평에 신뢰도가 떨어지는군요..

 

그리고 배역을 위해서 살 찌웠다는데 너무나 보통 체격 같았어요. 살이라도 더 찌우지 그랬어요..

(선동렬 선수 사진보니 귀여울 정도로 오동통하던데;;)

사실 극본이나 연출이 똑떨어지게 투탑은 아니더라도 명색이 정말 대단한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라  선동렬배역에 어느정도 공간과 자리를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양동근은 조승우에게 너무 밀립니다. 다보고나면 그냥 최동원에 대한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선동렬과 최동원 다음으로 비중있는 야구선수 김용철로는 요즘 뜨고 있는 배우, 뿌나의 무휼, 조진웅 씨가 나옵니다.

(무려 전개상 전혀 필요없는 엉덩이 노출씬이 있다능..대역인지 모르지만서도)

남성성을 과시하고 허세부리고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진한 이목구비와 곰같은 당당한 몸집에 잘 어울렸습니다. 두꺼운 금목걸이로 완벽 스타일!

그리고 4컷 포스터에 한 자리를 차지한 박만수 캐릭터- 어느정도 실화인지 혹은 전혀 아닌지 모르지만

 

영화안에서만 보자면 '뭐..스포츠 영화니까, 이런 신파캐릭터 하나 있어야 되' 하고 그 기능적 용도가 아주 뚜렷한 캐릭터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배우가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레이터, 서술자 비슷한 용도의 등장인물, 최정원이 연기한 야구에 일자무식인 여기자입니다.

사족이라는 평가를 꽤 받은 것 같은데, 사실이 그래요, 게다가 생각하기 귀찮아서 한국 기자의 클리셰로

짜집기한 것 같은 캐릭터 묘사만 아니었어도 하다못해 그냥 기자로써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으로만

채워넣었어도

"최동원 선수는 이제 한물 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최동원 본인한테)"나

혹은 "(넋나간 모습으로) 선배, 저 사람들 뭐야? 이런 경기..... 본 적 있어요?"

이런 오글오글 대충대충 뻔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한 대사를 칠 때 코웃음이 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영화의 연출은 예상 범위 안이긴 하지만 기대한 것 보다는 훨씬 더.. 촌스럽습니다.

막 야구 경기할 때, 치킨 튀기고 맥주 따르는 장면에서까지 엄청 장엄한 음악이 나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신입기자가 특종감을 발견하면 막 신문사 사무실에 번개치고 그런다능 근데 유머로 넣은게 아닌거 같애)

오프닝의 미국에서 경기하는 장면까지는 참 좋아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말이죠.

 

혹자가 신선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는, 이 두 선수의 대결이 전두환 시절 3S 정책의 입김때문이었다는 뭐 그럴법한 이야기도 단순히 '지금 이 경기가 진짜 대단한 거다, 중요한 거다'라는 비장미를 강조하기

위한 양념정도로 보였어요. (실제로 영화가 시종일관 이걸 너무 강조해서 저는 아, 그래봤자 야구지 뭐 어쩌라고 식의 반발심이;;)

 

 

미친듯한 훌리건니즘도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현했다는데(제일 심한 버스에 불지른 사건은 사실 아니라고)

그 보여주는 방식이, 이런 일도 있었다라기 보다 묘하게 야, 광팬들의 열기가 이 정도였어~장난 아니지? 하고 과시하는 듯해서 좀 짜증스럽더군요.

스포츠 팬이 아닌 사람이 보기엔 그냥 눈쌀찌푸려지는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말입니다. 무슨 과거의 낭만인 양..

 

 

뭐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 야구가 좋아진 건 당연한 일입니다. 경기 장면이 조금 길게 나올 땐

왜 내가 돈 주고 야구를 보고있지??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했지만서도;; 야구를 보는 친구가

영화 속 장면보다는 실제 경기가 "훨씬" 재밌다고 말하니 좀 솔깃하더군요.

 

 

그저 그랬을 각본과 연출, 꽝인 음악을 조승우가 살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조승우의 팬 분들은 꼭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각색이 많다고 하고, 최동원 위주라 오히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불만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영화 같더군요.

*막돼먹은 영애씨의 혁규가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가 없었어요.. 재벌집 아들로 나온 드라마도 봤는데 왜 그러지.

*찾아보니 박만수 이야기는 아예 허구인가 보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1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07
84 어쩔 수 없는 것, 그리고 잊지 말아야할 것 [8] 피로 2011.12.22 2764
83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즈에 실린 정봉주 전 의원 구속 관련 기사 [7] 라곱순 2011.12.24 2605
» 야구맹이 본 퍼펙트 게임 [14] dlraud 2012.01.02 3151
81 대법원 vs 김명호 가끔영화 2012.01.27 823
80 슬옹이란 이름이 좋은 뜻이 있나봐요 [12] 가끔영화 2012.02.01 4137
79 [바낭] 나는 가수다 시즌2 캐스팅 루머 / Miss A 신곡 티저 [9] 로이배티 2012.02.18 3194
78 오페라스타가 타 서바이벌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3] S.S.S. 2012.02.26 1939
77 하지원, 이승기 <더킹2hearts> 예고편 [5] magnolia 2012.03.01 2760
76 여우조연상 후보 두사람 [3] 가끔영화 2012.03.01 1494
75 신간 <국가의 거짓말>을 쓴 저자 임승수입니다. [18] 참세상 2012.03.06 4205
74 So real, it's unreal [5] calmaria 2012.03.08 1372
73 음향이란 참 중요한 것이군요. (케이팝 스타) 잡담. [11] poem II 2012.03.11 3545
72 4.11 총선, 여권의 교통정리가 완료된 느낌 - X선일보 님좀짱인듯 [2] soboo 2012.03.13 1554
71 어제 백분토론 보신 분 계시면 한가지 여쭙습니다 [2] 2012.03.14 1456
70 건축학개론 유료시사 보고 왔어요~ (스포 없어요~) [7] 비밀목욕형사 2012.03.14 3076
69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고.. [1] 라인하르트백작 2012.03.21 1658
68 <파수꾼>을 이을 양정호 감독의 <밀월도 가는 길>! 단관 개봉 1000명 돌파! 연장 상영! crumley 2012.03.23 1693
67 이승환에 대한 이선희 소속사 사장의 디스. [5] 자본주의의돼지 2012.03.23 4814
66 (야구 이야기) 롯데 잘하고 있습니다! [4] chobo 2012.03.27 1095
65 '보이스 코리아'를 보면서 호감과 비호감으로.... [14] S.S.S. 2012.03.31 43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