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3 10:01
전부터 은행권 중심으로 말이 있었고,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또 이야기한 모양이네요. 공공기관 취업 일자리 중에 특정 쿼터를 고졸에게 주겠다고. 학력, 학벌로 인생 승부가 끝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이게 맞는 방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섣불리 예측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공공기관들이 고졸 티오를 따로 책정한다면, 별도의 직급을 설정할겁니다. 이미 많은 공공기관들은 채용할 때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졸자라고 해도 출신 학교와 학점을 나타내지 못하는 곳도 있지요. 서류에는 학력 이야기를 못쓰게 하고, 학력에 관련된 각종 증명서를 최종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받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진행해보면 고졸자가 '실제로' 뽑히는 경우가 드물고, 그래서 결국 쿼터를 배정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겁니다. 그런데 기존의 공채 틀 안에서 고졸에게 특정 쿼터를 배정해 합격시키고 대졸자와 똑같이 대우하면 오히려 대졸이 역차별당하는 현상이 생기니(고졸이라는 건 불이익은 안받아야 할 지언정, 국가유공자처럼 우대받아야 하는 신분은 아니니까요), 이걸 해소하려면 고졸을 위한 '낮은' 직급을 하나 만들어서 그리로 공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뭐 일단 고등학교만 나와서 이름 대면 알만한 공공기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할지 모르지만... 이거 몇 년 지나면 과연 어떨까요. 조직 내에서 이런 '태생이 다른' 직원들의 갈등은 아주 관리하기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군대에서 사병과 부사관, 장교 간의 미묘한 갈등 생각해보시면...
지금의 이른바 '열린 채용' 시스템이 고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보통 필기시험에서 승부가 갈리는데, 그 과목들이 경제학, 경영학, 법학 뭐 이런거니까요. 고졸들은 이런 과목들을 깊게 접할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아예 대학 포기하고 이 공부를 했다면 모를까, 대충이라도 관련 전공을 한 대졸 전공자들에게도 밀릴 수밖에 없죠(물론 대충 전공한 대졸들은 작정하고 공부한 대졸들에게 밀리겠지만). 그래서 고등학교만 나와서 공공기관이라는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는 길을 '정말' 열어주고 싶다면, 차라리 필기시험 과목을 고등학교만 성실하게 나와도 잘볼 수 있는 과목으로 하거나, 시험지를 A형(대졸에게 유리한 과목들)과 B형(고졸에게 유리한 과목들)으로 나눠놓고(난이도 조절이 어렵겠지만) 자신있는 쪽으로 치게 하는게 낫지 않나요? 대졸자에게 유리한 과목만 펼쳐놓고 "고졸도 쳐도 됨"이라고 하는 것도 말장난이고, 그렇다고 고졸용 B급 직급으로 뽑는 것도 그냥 생색내기일 뿐,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될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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