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제 개씨 몸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연하장 묶음을 쥐고, 우체국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우체국 마감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듯했죠.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기도 전에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노스페이스 중딩들이 개 한마리를 둘러싸고 웅성거리네요. 슬쩍 들었더니 유기견인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귀여워 해주지만 그렇다고 주인을 찾아주긴 역부족이에요. 제가 주인을 찾아 줄 능력이 있지도 않지만요.

근데 날씨가 춥잖아요.
유기견 모양을 보니 굉장한 미견인데다 집에서 곱게만 자란 녀석입니다. 분명 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서 가출한 것 같아요.

일단 한 쪽에는 제 개씨를 안고 다른 한 쪽에는 고녀석을 안고 입에는 연하장 묶음을 물고(ㅠ.ㅠ) 도로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일단 집에 오니 제 개씨가 난리를 칩니다. 여긴 자기 구역이니 꺼지라는군요. 이 구역의 미친년(..)은 자기라네요. ㅡ.ㅡ 빨리 요녀석 주인을 찾아야겠어요.

일단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수위실에 개의
인상착의와 연락처를 남기고 전단지 제작에 들어갑니다

...프린터에 잉크가 떨어졌어요...
손으로 씁니다. ㅡ.ㅡ

고녀석은 동생 품에 안겨 눈물이 글썽글썽합니다. 순하고 예쁜 말티즈에요. 동생이 보편적인 강아지 이름들을 시험삼아 읊어봅니다.
뿌꾸 딸기 구름이 용기 ..예삐

예삐하고 부르니 글썽이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번쩍 드는군요.
이름이 예삐니? 예삐야 너네 주인님 이름은 뭐니??

수작업 전단지 한 묶음을 챙기고 담요에 감싼 예삐를 안고 본격적으로 전단지를 붙이러 아파트 1층문을 박차고 나갔더니

어떤 사람이 애타게 강아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 강아지 찾으세요?!
네!!!!!!!!

다행입니다 ㅠ.ㅠ 이렇게 빨리 찾게 되어 다행이에요. 라고 제가 감사 인사를 했어요. 으헝.
(물론 그 주인도 고마워했죠. )

현관 문이 열린 틈에 뛰쳐 나갔답니다.
집 안에서도 인식표를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애를 태우지 않았을텐데요.
제 개씨도 집에선 이름표를 안 합니다. 이젠 집 안에서도 이름표를 해야겠어요.

오늘의 교훈 : 집 안에서도 이름표를 걸어줍시다.

어쨌든 다행이에요. ㅠ.ㅠ (내 연하장은 어쩔)

그 강아지 이름. 진짜 예삐더라구요.
주인을 찾아 주고 왔더니 가족들이 다 섭섭해해요.
주인 못 찾으면 침발라서 키울 작정이었어! 이 싸람들이! 우리 개씨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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