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7 22:18
몇 일 전에 런던을 다녀왔는데, 런던 여행 사진 포스팅을 보니 반갑네요!
갑자기 대영박물관에서 뜨악했던 일이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작년에 사회학 강의를 들었었는데, 교수님께서 "대영박물관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문명들이 죽은 채로 만나는 유일한 곳"이라면서 미국 이전의 영국이 가졌던 파워를 설명하셨던 게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더 멋진 언어로 설명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기억하는 방식이 영 초라하네요.) 역시 대영박물관은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다 가져와 버리면 도대체 이집트에는 뭐가 남나 싶을 정도로 이집트관이 화려하고 컸고, 심지어 신전을 통째로 갖다가 전시하기도 했더라고요. 네 시간 정도를 있었는데도 이집트/고대세계 가이드 투어밖에 못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제가 한 번도 박물관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워낙 전시물들이 거대해서 하나하나 유리를 씌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유리를 씌우지 않는 편이 관람하는 쪽 입장에서는 더 좋습니다만... 유리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만지고, 심지어는 유물에 걸터앉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옆에는 시각장애인만이 신청할 수 있는 touching tour에서만 만질 수 있으니까 만지지 말라는 경고가 써 있지만, 그런 글 뿐인 경고가 먹히나요... 조그만 갤러리들에도 직원들이 한 룸에 한 명 정도씩은 있는데 대영박물관에서는 직원들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어떤 유물들은 제주도 돌하르방들이 하도 만져서 코가 닳아없어지듯이 코부분이 없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파르테논 갤러리에 들어갔는데 오디오 가이드 설명이 가관이더군요.
기억이 희미한데, 외교관으로 가 있던 영국인이 신전을 영국으로 가져왔는데 그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유물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어요(오디오 가이드가). 그에 대한 근거로 대영박물관이 그 유물을 더욱 잘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과, 대영박물관이 아니었다면 이 유물을 이렇게까지 잘 보존할 수 없었을거라는 이유를 들더라고요(오디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는 어차피 이 유물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파르테논 신전에 이 전시물이 실제로 전시될 일은 보존의 문제로 없기 때문에 기왕 있던 자리에 전시되지 못할 거 보관 잘하는 우리가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얼척이 없더라고요.
몇백년 전 일이라고는 하지만 남의 물건 훔쳐다가 전시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관람객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방치하면서 자기들이 더 잘 보존하니까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다니 참 뻔뻔하다 싶었지요.
박물관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한 번 더 영국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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