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마치고 나면, 거의 막차를 타고 집에 오게 되는데 반 시간 정도 앉아서 듀게 모바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하지 않고 온갖 듀게에다가 올릴 글에 대해서 떠올렸다가 막상 집에 오면 올리지 않고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그 연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직 바이트 낭비 수준의 편한 글을 듀게에다가 올리는데 여러모로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죠. 글을 찰지게 쓰는 것도 아니고, 내용은 닭가슴살처럼 퍽퍽한데다, 올려 놓고 나면 매번 신경 쓰이고. 그래도 글을 편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매번 도전하고 있답니다.

하고 싶었던 트롤링 이야기부터 해보죠. 저는 부끄럽게도 상당히 어렸을 적에 트롤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완전히 잊어먹고 있다가 아주 오래전에 썼던 자기 아이디로 웹 검색을 해본 결과 그 파편들이 잡혀서 과거 기억들이 모조리 수면 위로 올라와 이불을 빵빵 차게 만들더군요. 기억이 맞다면 아마 중 1 때, 모 만화 팬 사이트의 부시샵(그 때는 운영자라고 안하고 시샵이라고 했죠. 시샵이 더 멋진데 한글 표현을 쓰자고 해서 다 운영자로 바뀌었던 걸까요?)으로 임명 되어서 온갖 권한을 다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핀트에 맞지 않는 부분에서 열심을 다하는 성격은 그때도 여전해서 굉장히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샵 회의나 채팅을 하러 갔다가, 비 오는 날에 소주에 부침개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죠. (중 1이 들으면 정말 미래 세계의 이야기였으니..)

어쨌던간에, 운명의 날은 닥쳐왔습니다. 집의 컴퓨터를 포맷을 한다고 해서, 그 동안 외국 사이트를 돌며 모아놓았던 방대한 팬아트 자료들이 날아가게 생겼던 겁니다. 플로피 디스켓 시절에 CD 라이트는커녕 리드기만 있어도 엄청나게 좋은 컴퓨터 취급을 받았던 때라 외장하드는 긱들이나 쓸 수 있는 (어린 마음에는) 신세계적 물품이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USB도 없었으니 하드 통채로 넣었다 뺐다 했어야 했어요) 어쨋던간에 읽지도 못하는 언어 사이트를 뒤져가며 쌓아놓은 물량을 포맷으로 날리기 싫었던 저는 아무런 생각없이 만화 팬 사이트의 갤러리 란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단 하루만에 저는 부시샵으로써 게시판 도배를 한다고 중징계를 먹고 일반회원보다 한단계 낮은 준회원으로 강등당했습니다. 정말 충격이 컸어요. 그렇게 열심히 게시판 관리를 했는데 왜 그런 조항이 있었는지를 몰랐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았으면 다시 복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아주 강경한 대답을 들었던듯 합니다. 그래서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고, 이 조치는 부당하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쓰다가 그조차 불가능해졌죠. 그리고 정말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마지막 투쟁(이라고 하고 투정이라고..)이 명분 사이트 시샵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 나와있었으나, 실제 사이트 시샵은 50대의 아저씨라는 비밀정보(?)를 입수해서, 그는 거짓으로 우리를 우롱하고 있다(??)는 프로파간다를 하다가 철저히 자멸해갔습니다. (그 팬 사이트의 매니아 청장년층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었고, 초년층들은 뭔소린하 했죠..) 이후 화를 참으며 콧김을 흥흥 내뿜으면서 대세는 언젠가 바뀌고 그 사이트는 언젠가 허물어질 것이다란 기대를 마음 한구석에 두고, 아주 가끔씩 그 사이트를 방문해서 제대로 있는지를 탐문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흥분도 완전히! 정말 깔끔히! 머리에서 잊은지 오래되었던 것입니다.

이불을 걷어차면서 얻은 결론은, 내가 너무나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트롤이 맘속 한 구석에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미 트롤을 뛰어넘은 섬세한 예술의 경지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차라리 바보처럼 순수하게 그 사람들에게 일말의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어주는게 좋습니다. 바보 짓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진도 모르겠지만) 또한, 그 트롤은 그렇기에 나 말고 그 그룹의 한 줄의 부당함이라도 보인다면 견딜 수 없고 참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죠. 모두가 이렇게 부당한데 그들은 다들 하하호호 잘 지내고 있고 왜 나만 눈물 콧물을 빼내었어야 되는가 하는 서러움 말입니다. 케바케스런 이야기지만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듀게 봇과 게시판 알바, 저도 이 쪽 비슷한 알바를 할 뻔 했지만 하루 동안 고민하고 못 하겠다고 정보를 전부 돌려준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 이야기고.. 저는 오래전부터 꼼꼼히 듀게를 봐왔지만, 아이디를 만들고 댓글과 글을 쓸 수 있을 때부터야 비로소 듀게 전체에 대해서 매우 세심하고 꼼꼼하고 쪼잔하게 볼 수 있게 되더군요. 인터넷 상의 버릇이나, 개개의 글투, 듀게에서 선호하는 글 등 말입니다. 그리고 구 게시판 시절보다는 조회수가 상당히 줄긴 했습니다. 거의 천~3천 조회수가 기본이었고 흥했다 싶으면 6천에 가까웠으나 현재에는 1천을 넘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생각하는 편이니까요.

또한 어떤 분이 오랫동안 듀게에서 활동하게 되면, 마치 단골 편의점 알바가 자기 알아보면 다른 편의점으로 바꾸듯이, 서로의 개인사를 너무 자세하게 알면 불편하시다는 글을 읽기도 했습니다. 글을 오래 읽다보면, 아이디를 지속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야 당연지사이며, 저는 그게 자그마한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살갑고 정겨운 일이 아닌가, 그게 듀게의 어느정도 장점이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불편 할 수도 있구나, 하구요. 그리고 듀게 봇에 대해서는 이미 인터넷 상에 글을 올렸으면 천하가 다 볼 수 있는 정말 오픈된 글이란 것이 직시적으로 나타나서 아주 체감하기 쉬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듀게의 오손도손함을 혐훼하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얼마나 확대 재생산과 끝없는 재생이 이루어지는지를 기억해야겠죠. (그게 글을 잘 안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던간, 가입을 했고 글도 쓰고 있으니 정이 새록새록 드네요. 연초에 감성적일 때 올렸으면 좋으련만, 게을러서 한 타 늦게 애매한 시기에 올리게 되네요.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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