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0 19:49
역시 다이어트를 지배하는 건 음식이죠.
생각나는 음식을 적어볼래요.
어릴 때 아부지는 스크램블에그를 자주 만들어줬어요. 투박한 손놀림으로 휘젓은 달걀은 항상 어느 부분이 짰어요. 짠 조각이 입에 들어오면, 익숙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케찹 뿌려진 흰 그릇을 상 위에 턱 하니 올리고는 같이 먹었는지, 아니면 꼬마 혼자서 커다란 상에서 혼자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모든 엄마는 음식을 잘하지만, 우리 엄마는 매운탕을 잘 끓였대요. 외삼촌네 식구들이 우리집에 가득차서 집안이 시끌벅적할 때가 있었는데, 이모나 외숙모들이 부엌에서 엄마를 도울 채비를 하자, 외삼촌들이 "내비도라 00이가 하게. 느그들이 끼면 그 맛이 안난다"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던게 생각났어요.
전라도로 도보여행을 할 때 였어요. 그 날도 그냥 터벅터벅 뙤약볕 아래로 걷고 있었는데, 보성을 지나갈 때즈음이었을거에요. 저 멀리서 아주머니가 손부채를 하면서 저를 계속 쳐다보는거에요. 알고보니 저를 부르는 거였어요. 와서 녹차라도 한 잔하고 가래요. 저 돈이 없는데... 괜찮아괜찮아 하면서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서 선풍기 밑에서 열을 식히고 있다가, 아주머니가 준 깨떡과 녹차를 마셨는데, 녹차가 너무 달달한거에요. 아.. 녹차가 너무 맛있어요. 라고 말한 후에 특유의 낯가림으로 한마디도 없이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녹차와 떡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여행 후에 바로 보성녹차를 찾았는데, 어디서도 그런 단 맛을 찾을 수가 없어요. 설탕을 뿌렸었나... 설탕 넣는 녹차가 있나요?
그 때는 네비게이션 같은게 상용화되지 않았을 때라, 종이지도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책이 접히는 부분의 길을 못보고 거의 여섯시간을 헤맸어요. 아무것도 없는 길바닥에서 접힌 부분의 직선 도로를 보고 울어버렸습니다. 그 날 시골교회에서 묵었습니다. 전도사님 부부가 사는 집 옆에 교회부속 건물에서 잤는데, 그 날 사모님이 해주신 카레밥이 음식 못하는 우리 누나가 해주는 카레밥이랑 똑같아서, 뭔가 친근한 마음에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군대 이등병 때 착한 선임이 있었어요. 뭔가 동네바보형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군대를 왔는지 몰라요. 그 형은 매달 나오는 부식을 사물함에 숨겨놓았는데, 가끔씩 행동반경안에 달달한 거라곤 그 사물함 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요. 우리끼리 키득키득 웃어가면서 그 사물함에 들어있던 웨하스를 훔쳐먹었는데, 얼마나 달던지...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아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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