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간다

2012.01.12 10:58

Mott 조회 수:1984

바쁘다는 이유로 회사-집만을 몇 달 동안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멍하게 생활하는 동안 문득 뭔가가 고플 때가 있어요.

대개 '여행'이 답이지만, 단순한 저는 영화나 드라마, 책 같은 것들이 고플 때도 있어요.

저번 주말, 갑자기 일본드라마가 고프더군요.

 

한 때 쟈니스로 생활의 즐거움을 얻을 때도 있었고,

그 영향으로 분기별로 신작 일드를 챙겨보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근데 시들하더라고요 어느 날.

요즘 실제로 일본드라마 침체기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예전 같은 느낌이 없었어요 신작들이.

 

하여간 최근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있는지 잠깐 살펴봤더니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더군요.

뭐 제목부터 재미없진 않겠단 생각이 들어서 받았는데 이런.

영상과 소리의 싱크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배우정보 없이 그냥 받았는데 카리나가 나오더라고요.

싫어하진 않는데 이상하게 이 사람을 보면 언젠가부터 '배우가 연기한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포기.

 

서설이 길었네요.

다음으로 홍보사진과 플롯만으로 고른 작품이 바로 '그래도, 살아간다'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플롯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입니다.

초등학생을 살해한 중학생 남자애를 둘러싸고 관련된 사람들이 그 이후를 살아가는 얘기니까요.

그래서 무거워요. 상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한국드라마에도, 미국드라마에도 기대하지 않고 일본드라마에 기대하는 그 무엇을 보여줍니다.

 

제가 일본드라마 본다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일본드라마를 보아오면서 선호(?)하게 된 두 부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일본문화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부류, 예를 들어 '키사라즈 캐츠아이'라던지 '아키하바라 딥'이라던지.

그리고 또 하나는 일본인 특유의 담담함으로 드라마의 인물들을 침착하게 그려내는 부류입니다.

리듬이 거의 없어요. 그냥 흘러가죠.

후자의 느낌으로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자상한 시간'이에요. 같은 작가의 '친애하는 아버님께'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도, 살아간다'는 후자의 느낌입니다.

 

총 11화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한 회 한 회가 가득 들어찬 느낌이에요.

없어도 되는 인물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굳이 따지자면 에이타를 살짝 좋아하게 되어 잊을 만하면 나타나 그에게 조언하는 그 동경 아가씨 정도...;;)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고, 그저 연약한 사람일 뿐인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예요.

드라마 속의 시간이 담담히 흘러가는 동안 인물들은 부딪히고, 갈등하고, 다치고, 이해하고, 화해하고, 그리고 크진 않지만 작은 희망을 보지요.

 

보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돼요. 그게 다입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뭔가에 부딪힌다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잠잠해지는 느낌입니다.

저야 무척 단순한 타입이라 또 이 마음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요.

 

원래 에이타는 좋아하는 편이라 그 부분에서도 즐겁게 감상했는데요,

여주인공은 처음 보는 배우인데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마스크가...!

그렇게 안 꾸미고 나오는 캐릭터도 참 드물텐데(일부러 그렇게 설정된 캐릭터가 아니고서야) 반짝반짝 빛이 나요.

일드 보면서 이런 여배우는 처음이라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요상한 사진들이 나와서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만;;

암튼 외모의 느낌이나 깡마른 몸매, 목소리, 몸짓까지 그렇게 사람을 잡아끄는 배우라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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