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

2012.01.21 00:08

hybris 조회 수:3909

LGBT 소모임 모집 글 아래 있는 덧글을 보고 갑갑한 기분에 

블로그에 몇자 적었습니다. 적고 나니 뒷담화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군요.

당사자는 볼 수 없는 곳에서 험담을 한 것이니까요.


어투를 듀게용으로 바꿔

다시 적자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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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게시판에서 LGBT 소모임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금 게시판 쪽지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가입하고 싶지만 쪽지를 보낼 수 없다'는 리플들이 아래에 달렸습니다. 

그러자 모집글을 쓴 사람이 쓰시기를,
자신이 본의 아니게 아웃팅한 게 아니냐고, 예비회원님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글쎄요, 회원가입하고 싶다고 덧글 다는 행위가
차라리 온라인 커밍아웃이라면 커밍일 수 있겠지요.

그것이 어떻게 아웃팅이 될까요.
어차피 성정체성을 안 밝히고 싶은 사람은 
그런 내용의 덧글을 안 달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반임을 밝히는 것은
(설령 본인 의지에 따른 행동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될 행위' 이고 
성적 소수자의 성정체성은 '당연히 숨겨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들,
그리고 그런 인식을 전제로 한 발언들은 

노골적인 호모포비아보다 더 싫습니다. 


저는 이반 커뮤니티 내의 아웃팅 반대 캠페인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아웃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성적 소수자의 밝은 미래는 더 멀어진 것처럼 느껴져요.


물론 자신의 정체성이 밝혀지는 것이 
겁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겁'이 규범화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겁먹어야 당연하다고 전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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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오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우 댓글 한 줄 가지고 이리 길게 말할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댓글 한 줄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들, 태도들을 너무 많이 접했습니다.
지금은 그 댓글과 같은 태도가
당연한 '예의'이자 '기본'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꽃병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화가 나네요. 
 
본인이 원한다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도록, 혹은 밝혀지도록 내버려 두세요.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길게 하고 싶지만,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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