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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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을 꾸준히 먹는데 장염 증세가 대체 왜 나아지질 않는걸까. 의사가 돌팔이 아녀?' 의아해 하다가
테스트 기에 등장한 선명한 두 줄을 보고 허거덩~ 놀라서 침대의 베개 위로 털썩- 무너져라 드러누웠던 게 언제였었나. (..)
아마도 작년 6월 초순이었던 것 같네요. 결혼한 지 햇수로 삼 년을 채 못 채운 시기.
주말 부부였고, 맞벌이였으니 쭈욱 직장에 다니면서 나름 일에 재미를 붙여가던 시기였죠.
적지 않은 나이 (서른을 갓 넘긴..)였음에도 아이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고,
간혹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2세 걱정을 하실 때마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언젠가 알아서 생기겠지 뭐. 지금 당장은 말고~' <- 남 일 보듯 태연함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거대한 감자발가락과 두개골의 소유자인 신랑도 마찬가지.
우린 너무 태평했던 것 같아요. 멍청한 직장 상사 험담을 늘어놓거나, 둘이 버는데도 왜 이리 쪼달리는건가 등등
시시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언제까지나 둘이서만 그렇게 허우적 허우적 지낼 줄 알았었는데.
병원에 가서 임신 8주가 막 지났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어쩐지 그 즈음 냉면이며 김밥이 미친듯이 당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콩알보다 작은 녀석에게 심장이란 게 생겨서 콩닥 콩닥 뛰더군요.
+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입덧. 변기와의 찌인한 포옹이 늘어났습니다. 변기가 이뻐~
하루의 태반을 학생이며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강의 도중 도저히 못 견디고 변기를 만나러 뛰쳐나간 게 딱 두 번인가 있었고
입덧으로 괴로워하면서 '방학 특강'이라는 가장 바쁜 시기를 넘겨야 했고,
고맙게도 체중은 쑥쑥 줄어들고 (순식간에 4~5kg이 쑤욱 내려가더군요. 다이어트에 최고!! @_@)
어찌어찌 임신 중기를 넘어서자 입덧이 사라져 편안한 대신 배가 불룩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체중이 불어나고, 참, 태동도 시작되었습니다.
강의며 학부모 상담 도중에도, 초반엔 얌전하게 뾱-뾱- 배를 찔러대던 녀석이, 나중에는 수시로 뻥~뻥~ 걷어차더군요.
신학기를 앞두고 학부모 프로그램 설명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십 명 모여있는 학부모님들 앞에 나서기가 차츰 민망해지기 시작..
그리고.. 막달이 되면서 삼 년 넘게 근무한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 12월. 주말 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친정 부모님댁 근처로 이사를 했고
이제는 출산 예정일을 딱 사흘 남겨둔 시점..
만삭의 배는 상기도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고
황제 펭귄들이 왜 뒤뚱뒤뚱 걸을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의 애달픈 걸음걸이 메커니즘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고
양말이며 신발을 신으려다가 벌러덩~ 나자빠지길 수차례
헐렁한 푸대자루같은 임부용 속옷을 소중하게 빨게 되었고
치골통이라는 게 뭔지, 가진통/진진통이 뭔지,
출산시 굴욕 삼종셋트며 라마즈 호흡법, 무통 분만,
자연 분만과 수술시의 장단점이라거나 등등
하여튼 온갖 새로운 지식들이 잡다구레하게 두뇌에 기록되어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 설날 오후. 드디어 이슬이란 게 비추었고..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진통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중이네요.
임신 초반에는 그저 존재 자체가 버겁고 원망스럽만 했던 세포덩어리가
뱃 속에 또아리를 튼 에일리언처럼 자꾸만 자꾸만 커지더니
이제는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좋아하는 고기 안 넣어주고 나물 반찬으로 밥 먹을 때마다 심통을 내고,
배를 만지면서 이름을 부르면 꼼질~ 반응도 해 줍니다.
아들 녀석. 며칠 안으로 제 몸을 가르고 태어날텐데
일단 많이 두렵구요. (통증이 엄청나다던데.. 잘 참을 수 있을지 걱정)
뭔가 반짝 기대가 될 때도 있고,
혹시나 출산할 때 잘못되어 내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심란하기도 하고
그런데도 아이 얼굴은 엄청 궁금하고.. 그렇네요.
듀게에, 제가 겪어온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모님이 되신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지요?
저도 무사히 산고를 겪고, 진정한 육아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과연 (..)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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