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5 10:18
제가 대단한 다독가는 아니지만, 1년에 책 한권을 채 읽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감안하면, 그래도 평균 이상으로 책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구입하는 책도 꽤 되고요. 사놓고서 어려워서 못읽고 조용히 모셔놓는 책이 많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ㅠㅠ.
그런데 제 독서 취향을 가만히 돌이켜보면(요즘은 그런 일 안하지만, 예전에 싸이 등 개인홈피가 유행할 때는 저도 제 홈피를 돌리면서 연말에 제가 읽은 책을 몽땅 써놓곤 했습니다) 분명한 한계가 느껴져서 좀 슬플 때가 있어요. 일단 저자 쏠림 현상. 편식이 음식 뿐만 아니라 독서에도 있어서, 몇몇 저자의 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작품의 부재. 소설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하루키 등의 소설을 작정하고 몰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몇 달만 지나면 줄거리는 커녕 주인공 이름도 까먹어버리는 무감각함을 깨닫고나니 소설을 읽는게 시간낭비로 느껴져서 못읽겠어요.
그렇다보니 제일 부러운 사람들은, 잡식성으로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시사점, 화두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입니다. "소설 ...를 보면 ...한 장면이 있는데, 우리의 현실과 대비해보면 ...가 떠오른다. 이에 대해 갑 의견과 을 의견이 충돌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갑 의견이 맞다고 보며 그 근거로는..." 이런 식. 다양한 책을 읽어야하고, 거기에서 화두를 끄집어낼 줄 알며, 다양한 화두에 대해 사회적으로 오가는 의견을 잘 알고있고, 거기에 대해 본인의 의견도 있는 사람. 반면에 저는 이미 누가 그렇게 끄집어낸 화두로 자기 의견을 얹은 글만 보다보니, 굳이 그 의견을 외워서 시험보기를 강요당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저자의 의견을 주입받은 것 같고, 저자가 인용한 책의 메시지 조차도 사실은 저자를 한 번 거쳤으니 원작자의 의도가 맞는지도 알 수 없고요.
사람이 좀 매말라가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 독서 취향을 좀 바꿔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추리소설 같이 명확한 결론과 해결이 있는 것들만 보다보니 그렇지 않은 소설류를 읽으며 감정적으로 느끼는 능력이 죽어가는 것 같아서 말이죠. 세상엔 해야할 일이 참 많아요. ㅠㅠ
2010.07.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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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렬했던 소설아니면 다 잊어버려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이름이 복잡한데도 주요 등장인물들 이름은 거의 기억하고요.
그냥 취향대로 재밌고 편하게 읽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굳이 의무감 느끼면서 읽으실 필요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