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6 08:00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맛있는 이태리 요리나 한 번 먹어볼까 생각했던 데서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파스타를 먹으려다 무심히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이태리식 스테이크의 특징인지 얄팍하게 다 익은 고기라서 보기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고기 위에 뿌려져 있는 소금에서 왠지 포스가 느껴지더라구요. 맛을 보니 고기와 소금의 조화가 기가 막히더군요. 소금에 씹히는 맛이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소금과 스테이크를 향한 열정(집착?)이 다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어요. 할 수 있는 요리가 라면, 참치라면, 김치라면, 참치김치라면, 김치참치라면 정도밖에 없지만, 여건이 맞으면 직접 불을 피우고 뭐든지 구워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3인치 두께로 잘라낸 USDA 프라임 등급의 스트립이나 립아이를 미디엄레어로 숯불에 멋지게 구워내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꿈이에요. 하지만 비싼 고기 망칠까봐 무서워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소금 뿌린 스테이크에 큐를 받아서, 따뜻한 봄이 돌아오면 올해는 기필코 제대로 된 뉴욕식 숯불 스테이크를 구워보겠노라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소금이랑 숯불 스테이크 레시피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이럴때 멘토가 되어주는 양반은 역시 모든 것을 다 먹어 본 사나이, "제프리 슈타인가튼Jeffrey Steingarten"이지요. 보그지의 푸드 칼럼리스트였던 이 아저씨의 책을 보면서 저는 음식 대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제대로 된 푸드 칼럼리스트가 되려면 편식하면 안된다는 신념으로, 제프리 아저씨는 못 먹는 음식이 있으면 8주동안 매주 두세차례씩 그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었답니다. 냄새나서 싫어하던 김치도 그 방법을 통해서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방법을 통해서 중국의 썩은 두부에 익숙해져보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난 음식 컬럼리스트가 아니니까.
어쨌거나 제프리 아저씨의 신간을 구해서 소금과 스테이크에 대한 글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스테이크에 뿌려 먹을 소금은 프랑스 꽃소금 Fleur de Sel이 있으면 좋겠더군요. 각종 첨가물이 들어가서 맛이 좋다고 주장하는 비싼 소금은 다 필요없고, 소금 결정의 모양이 중요하답니다. 씹히는 식감이 뿌려먹는 소금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요.
스테이크에 대해서는 8주간 드라이에이징한 8번과 9번 갈비뼈살이 최고라며, 드라이에이징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어요. 드라이에이징에 대해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게 고기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제대로 하려면 8주씩이나 에이징을 해야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집에서 직접 하다간 식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하고 중국에서 제대로 드라이에이징된 고기를 구하기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으니까... 그냥 대충 프라임급 고기를 구워서 하루이틀 정도 드라이에이징해서 굽는 정도로도 제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대충 감이 잡혔으니... 날이 풀리면 좀 싼 고기로 몇번 연습한 다음에..... 스테이크 구우러 출동해야지요. 벌써부터 두근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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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뉴욕 번개가 다가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