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병 시절... 일하던 회사는 IT 업계였고 직속 상사와 갈등이 깊었지만 그럭 저럭 다니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야근하다 총무과에서 술 마시자는 제의가 있어서 3명이 총무과, 저, 그리고 같은 과 남직원이 한 명, 총 5명이 마셨는데...

취기가 슬슬 올라서인지

 

총무과의 과장님: (저한테) 옷이 그게 뭐야! 여자인데 잘 입고 다녀야지. 그 귀걸이도 너무 커.

저: 왜요? 나름 신경쓴 건데. 치마도 입었잖아요!!

과장님:아냐 안되겠어. **씨 (총무과 여직원) 내가 10만원 줄테니까 같이 가서 옷도 사주고 머리도 하고 와.

**씨: 에이 구름씨만 사주는 게 어딨어요? 저는요? 저도 옷 사주세요.

과장님: 그래 그럼 20만원 줄테니까 둘이 갔다와.

**씨: 와~ 가요 가요. 그런데 구름씨 이거 다른 과에는 비밀이에요. 말하면 안되요.

 

이렇게 파장이 나고.. 저는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잊어먹고 있을 때, **씨가 찾아와서 과장님이 20만원 주셨다고 머리하러 가자고 해서

머리하고 옷 사고 다음 날 출근하니 사람들이 왁자지껄.. 왜 했어 하고 물어보길래... 술자리 약속을 까맣게 까먹은 저는...

 

아~ 과장님이 스타일 이상하다고 돈 줄테니 바꿔보라고 해서요....했답니다.   아 까마귀 고기....ㅜㅡ

 

그리고 바로 오후에 난리가 났죠. **씨가 찾아와서 말하지 말라고 했잖냐고 화를 내고 저는 미안하다고 까먹었다고 사과하고.

그런데 이상한 건..

 

**씨: 아 난 몰라요. 난 같이 안 간거예요. 10만원 구름씨한테 드릴게요. 전 안 받은 거예요. 지금 회사에서 얼마나 말이 많은 줄 알아요?

안 그래도 과장님 결혼도 안 했는데!!

 

**씨가 이렇게 말하고 사라지니 이번엔 총무과의 다른 남자직원이 찾아와서

 

총무과 남자분: 구름씨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요. 과장님이 얼마나 곤란하시겠어요.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요!! 

 

전 억울했어요 ㅜㅜ 사실 저는 그날 총무과 과장님을 처음 본 데다... 결혼 한 줄 알고 있었거든요.....ㅋㅋ 나이가 많아서...

아무래도 회사에 소문이 나이 많은 남직원이 이제 입사한 어린 여직원을 잡아먹으려 한다 라고 난 모양이더라구요.

그 외에 다른 여직원들은 왜 나에게 돈을 안 주냐 하는 불만까지...

 

ㅜㅜ 그래서 저는 두 단계 위 상사인 부장님에게 상담을 했죠.. 다른 과란 연계된 문제라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저:부장님 어쩌죠? 저 때문에 과장님 곤란하시게 되나요? 돈 돌려드려야겠죠?

부장님: 그런 일이 있었나? 그런데 그게 어째서? 그러게 왜 남의 옷에 이래랴 저래랴 하는데.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

 

ㅜㅜ 공은 다시 저에게.... 전 고민 끝에 돈 안 돌려드리기로 하고 친구 불러서 삼겹살 5인분 사먹고 과장님에게 전화했습니다.

왠지 돈 돌려드리겠다고 하면 주변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고... 실제로는 둘 다 별 생각없이 술자리 농담을 지켰을 뿐이니까요.

과장님도 사내의 소동을 잘 아시는 듯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말하시더라구요.

 

저: 과장님. 10만원 주셔서 고맙습니다. 머리 잘 했고요 옷도 이뻐요.

과장님: 아, 예. 그럼 다행이네요. 제가 회사 옮겨서 직접 보지는 못했네요.

저: ㅡㅇ ㅡ!!!!!!!! 과장님!!! 회사 옮기셨어요? 언제요?

과장님: 오늘이요. 자회사로 옮겼어요. 회사 잘 다니고 볼 수 있으면 또 보죠.

 

뚜뚜거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나만 새 됐잖아!!!! 했답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왜 나한테 와서 난리법석을 떨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부하의 과잉충성이 아니였나...

 

아니면 총무부와 연구부서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연구부서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분위기에 지위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적었거든요.

 

한 번은 영업부의 부장님이 제 자리에서 농담하시다가, 제 팔에 털을 보고

무슨 여자가 이렇게 털이 많아. 좀 밀어 하면서 쓱 만진 적이 있었는데... 저랑 영업부 부장님은 친한 사이라 저야 멍~ 하니 있었는데.

저 멀리서 연구실 부장님이 벌떡 일어나시면서

 

왜 우리 여직원을 함부로 만져 성희롱이야 만지려면 돈 내고 만져!! 돈 내고 가!! (물론 농담이나 잡스의 너 고소가 떠오르는 순간)

영업부 부장님 화들짝 놀라며.. 에이 치사해! 내가 돈 준다 하면서 천원 주셨습니다....^__^ 허허허

 

퇴사한 지 몇 년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당황스러웠는데 실은 재미있는 상황이네요...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6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50
144 반한류 시위 그만 둔다는데 왠지 화나는 글 [6] 나나당당 2011.09.19 2337
143 지금 불꽃놀이 중이네요. 인덕원쪽. [4] mockingbird 2011.09.25 1100
142 화이팅해주세요~~ 연금술사 2011.10.17 841
141 뿌리깊은 나무 뒷북망상 6화 [4] 룽게 2011.10.21 2436
140 수학 잘 하시는 분, 수학 문제 하나 풀어주세요. [4] 프레데릭 2011.10.22 1316
139 아이폰4S 예약 skt가 kt에 완패라.. 나도모르게 애플빠가 되다니..... [3] 무비스타 2011.11.04 3207
138 [200유로 내기] 세계 3대 축구리그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57] no name 2011.11.09 3728
137 원서쓰는 동생에게 해 줄 말이 없네요 [9] 타니 2011.12.12 2403
136 올해읽은 소설들 짧은 잠담 [8] 룽게 2011.12.20 2268
135 수술의 부작용으로 뻗어버렸습니다- 기묘하고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들 [9] Q 2011.12.26 3216
134 [바낭]최근에 먹는 감기약 인증 기타 등등 잡담. [10] 헤일리카 2011.12.28 1841
133 늦었지만 새해인사 [1] amenic 2012.01.01 718
132 [바낭]아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16] catcher 2012.01.07 4361
» [바낭] 복잡함에 대하여 주절 주절... [33] 구름이 2012.02.01 3356
130 두사람 [3] 가끔영화 2012.03.09 708
129 [바낭]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고양이의 습격 [2] 가라 2012.03.11 1523
128 오늘의 노래) 환희 -너를 위해 발광머리 2012.03.13 782
127 살아오면서 진상 좀 피워보셨습니까? [12] chobo 2012.03.27 2788
126 (야구 이야기) 롯데 잘하고 있습니다! [4] chobo 2012.03.27 1095
125 [레알바낭]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 눈동자 속의 far away [13] 로이배티 2012.03.31 17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