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의 나꼼수 비키니 논란 관련글

글쎄요. 제가 학문적 개념이 없기도 하고 저 두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만 정희준은 개인의 일상 생활에 있어서의 덕목.
뭐 그런 것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한윤형은 그걸 경제 체제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들어서 반박하고 있는 걸로 보이네요.

푸른새벽 // 좀 그런 감이 있죠? 저도 읽으면서 뭔가 약간 찝찝하더라고요. 한윤형씨가 그런걸 몰라서 논지전개를 저리 하진 않은 것 같고, 아마 시간에 쫓기고 하고 싶은 말은 많다보니 아귀가 안맞는 개념을 마구 섞어버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윤형씨가 하고 싶은 얘기는 요약하자면, "마음껏 표현할수 있는 적극적 자유보다는, 그것때문에 침해받아서는 안될 소극적 자유가 더 중요하다." 뭐 그런 얘기인 것 같은데, 이걸 더 매끄럽게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저는 원문은 안 읽고 본문에 인용된 부분만 읽고 얘기하는 건데 어찌됐든 저 부분만 보면
한윤형이 엉뚱한 소리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개인의 어떤 일상이라든지 도덕적인 관념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태도 차이는 경제 체제에 있어서의 그것들과 전혀 같지 않잖아요.

그닥 문제될거 없는 정희준의 명제를 자기에게 유리한 지식영역으로 끌어들여서 난도질하고 있군요. 이건 그냥 상대 뭉개려고 작정한 플레이. 한윤형은 문장이 학회 스타일인데 이택광처럼 교수가 되면 모를까 현실은 대중에게 전혀 친화적이지 않은 문체의 듣보잡 칼럼니스트군요.

제가 보기에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앞부분에 등장하는 여깁니다.

"한편 나꼼수의 비판자들은 나꼼수 및 그 지지자들이 ‘운동권’들도 20년 전 쯤에 벗어던진 후져빠진 성인지 감수성에 머무르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 말하고 있다. 감각의 문제는 사실 논리로만 따지기가 어려운데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기 보다 “내 감각이 얼마나 선진국의 (혹은 선진국 진보의) 그것에 가까운가”를 논증(?)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 사회 대부분의 정치토론이 관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질없는 메아리로 끝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정희준이 뭐라고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비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다들 성 프레임 내지는 보수/진보 프레임에 갇혀서 얘기하다보니 얘기가 자꾸 겉도는 겁니다.

저 파란색 쟁점의 상위 주제를 제가 생략한게 이렇게 되버렸군요.
그 나꼼수 팬덤들은 본인들이 성에대한 태도는 더 세련됬다 (그러니 더 진보적이다...)라는 얼척이없는 주장에대한 한윤형 본인의 반박이되겠네요.
그 논리 그대로 정희준씨의 주장은 반박이 아니라 그냥 해체를 해버렸구요. 성 프레임에 매몰되어 떠들지 말라는게 요점 같습니다.

정희준은 도덕의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통채로 보수의 영역이라고 규정하여 당연히 진보에서도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을 성역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죠.
한윤형이 가장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게 그 부분이고요,

도덕에 대한 입장이 보수와 진보가 바뀌었다는 부분은 푸른 새벽이나 warlord 님이 지적하신 문제가 약간 있기는 한데 그 건 중심 반박은 아니고, 정희준 논리를 물구나무 서서 받아들였을 때를 상정한 재치있는 비아냥을 보태는 부분 정도로 보입니다.

management / 요새는 글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대중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이 한마디로 사형 선고하는 분이 많아졌어요. 겨우 한윤형의 글을 읽고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분발하셔야죠.

정희준글 보면서 이 무슨 헛소리 하고 있는가 어이구참..했었는데
한윤형이 하나씩 섬세하게 잘 논파해주고 있네요.

[“요즘 ‘반MB’를 ‘진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진보의 울타리에 가두고 진보의 도덕성을 강요하는 것은 진보의 폭력이다.”라는 정희준의 말이 놓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나꼼수를 부담스럽게 하는 이번 논란이 ‘진보의 도덕성 담론’이 아니라 나꼼수의 청취자/지지자 사이의 상이한 감각에서 나왔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꼼수는 원래부터 마초적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그렇게 비판하느냐.”라는 반론이 허망한 건 그래서다. 사람들이 왜 하필 이 건에서 분노했는지는 비평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나꼼수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소리를 하는 이들은 많았는데 왜 저 네 명만 슈퍼스타가 되었는가? 불공평해!!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 무용한 것과 비슷하다. 또한 나꼼수와 그 지지자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기존 진보’ 진영에 요구하던 것이 저 정치적 신념의 영역을 일종의 ‘소비자 중심주의’에 복속시키는 길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그들이 ‘기존 진보’에 요구하던 것들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들은 마땅히 ‘반MB진영의 결속’을 위해 사과해야만 한다.] 222

한윤형이 진중권이나 김규항보다 더 머리가 커진 것같군요.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합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요. 좀 간략하게 글을 쓰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희준 글의 오류를 지적하느라 어쩔 수 없이 글이 길어진 것 같네요. 가독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제가 특히 공감하는 부분은 마지막 챕터예요.

[나꼼수는 시위여성을 위해서라도 사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쁜 자세는 아니지만 그 문제는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하다. 나꼼수를 비판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자발적인 비키니’ 시위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나꼼수는 그 시위를 조직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을 소외시킨 부분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청취자의 비판을 ‘조중동 알바’ ‘꼴페미’ ‘진보정당원’의 것으로 주변화시키려는 나꼼수 팬덤의 분위기에 대해서 우려를 표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김용민이 관리자로 있다고 알려진 정봉주 팬클럽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덧글이라고 웹에 공개되는 것들을 보면 문제제기하는 여성들에 대한 성적 비하 및 성폭력적 언사가 너무나도 심각하여 포털사이트 덧글이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보다도 훨씬 저질로 여겨질 지경이다. 적어도 나꼼수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선 통제를 하거나, 우려를 표해야 한다.]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나꼼수가 ‘해적방송’, ‘B급문화’, ‘잡놈’들의 것이라는 이유로 나꼼수에게 쏟아졌던 그 ‘대표성’을 부정하며 사과의 요구를 회피하려 한다. 그러나 나꼼수는 대중적 인기를 누린 이유로 다소 과잉되게 진보개혁 세력의 대표성을 부여받았으며 (민주언론상 수상을 포함하여, 이는 적절한 일이 아니었는데, 물론 이는 나꼼수만의 책임은 아니다.) 본인들이 그 위치에서 이탈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 영향력을 활용하여 ‘기존 진보’ 세력에 대한 충고를 계속해 왔다. 그리고 나꼼수 팬들은 오직 나꼼수만이 오늘날 진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고, 주장했으며, 나꼼수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견이 있는 사람들은 ‘입진보’라고 규탄하였다. 그러던 이들이 이제 와서 나꼼수가 원래부터 저질방송이었음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것도 아귀에 맞지 않다. 그들의 주장처럼 타란티노를 끌여들여 나꼼수 비판자들이 ‘B급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예전에 시민들이 경기도지사 김문수의 “<춘향전>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 발언을 비판한 것은 홍상수의 영화미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길 수 있을 게다. 우리는 조금만 생각해서 다른 사건에 적용해 보면 민망한 일이 발생하는 옹호담론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이 나라를 통치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정권이 뭔가를 잘못해서 사람들이 ‘좌파’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좌파’이기 때문에 정권에 반대한다고 믿는 데에 있다. 마찬가지로 나꼼수와 그 지지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주변화시키는 행동패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는 개혁성향 누리꾼들의 인터넷 토론문화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사를 너무 많이 퍼와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서 다 안 읽어보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제가 특히 공감한 부분들을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양해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