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목표가 심각할 정도로 훼손당할 가능성은 커진 반면에, 그로 인한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 또한 커졌기 때문입니다. 단언하건데 통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못할껍니다. 되기는 커녕 2004년 총선의 10석도 건질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2. 저는 통진당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이런 심증을 굳혔습니다. 그들이 김근태의 도봉 갑, 정봉주의 노원 갑 등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15곳을 요청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그 문제도 중요합니다. 네티즌의 비난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요. 그들은 이정희의 관악 을 양보요구와 맞물려 통진당이 능력도 안되는 주제에 놀부 심보를 보인다고 비난합니다. 사실 이해는 됩니다. 저 역시  통진당이 그리 능력있다고 안봅니다. 오히려 패권주의자들, 또는 권력주의자들이 당을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있었던 경기 하남과, 구리 등지에서의 논란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통진당 내부에서 NL 대 비 NL이라는 해묵은 싸움이 또 보이는 것에서도 통진당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통진당이 외통수에 걸려 이도저도 못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합니다. 제가 지적하는 건 좀 다른 곳입니다. 이번주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는 통진당의 사무총장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총선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단독으로 당선될 힘은 없지만, 누구를 떨어뜨릴 힘은 된다. 그 힘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하겠다."가 핵심입니다. 전형적으로 소수들, 즉 마이너리티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죠. 저는 이 방법이 전술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세가 약하고 지지율이 약한 통진당으로서는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생각했겠죠. 


4.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통진당이 내놓은 '고추가루 뿌리기' 전술은 정말 최악의 전술입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현재의 역풍이고, 두번째는 미래의 역풍입니다. 두 가지 문제를 모두 따져보도록 하죠. 우선 현재의 역풍입니다. 이 고춧가루 전술을 가장 잘 사용했던 사람은 바로 유시민 현 통진당 대표입니다. 그는 이미 이 방법으로 6.2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를 따냈고 4.27 보궐선거에서는 이봉수를 후보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이게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치의 전략 중에서는 분명히 고려해 볼만한 전술입니다. 유시민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전술을 사용합니다. 지금 친이계들이 사용하는 방법도 이거죠. 문제는 고춧가루의 상징이 유시민이고 그가 두 번이나 이 작전을 쓰고도 실패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유시민이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비효율적이다. 라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러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습니다. 


5. 이 문제는 현 한명숙 지도력과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한대표는 15% 여성 의무공천과 여성 당직자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하면서 기존 민주당 당원들의 반발을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제 개인 감정을 적어놓도록 하죠. 저는 한명숙 대표를 전형적인 이미지형 정치인이라고 봅니다. 친소관계에 의지하고 공사 관계의 구분을 못합니다. 더구나 능력도 없습니다. 저는 한 대표가 전형적인 조직 내 무능력자라고 봅니다. 이유요? 그녀가 장관, 총리,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했던 행적을 보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명숙 대표의 시민단체 경력이 얼마나 화려한지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공직에 있었던 자리에서 좋은 뒷 말 나오는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해볼까요?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때 운 것 하나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온겁니다. 그 전까지 한 대표를 안 국민들이 몇 명이나 됐죠? 그 이전의 이해찬 전 총리는 좋으나 싫으나 이미지라도 있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아무튼 한 대표의 무능으로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통진당의 요구가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게 됩니다. 한 대표는 통진당과의 연대를 주장했고, 그녀가 얻은 상당한 표는 그 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던진 표입니다. 즉 한 대표는 연대 지지파들의 우두머리나 마찬가집니다. 좋던 싫던 박지원 최고위원이 한 대표에 반대에 서있구요. 근데 한 대표의 지도력에 상처가 나고 리더십이 잘 운영되지 않게 되면 민주당 내부에서 통진당 연대에 대한 목소리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통진당이 '땡강'이라는 구태 의연한 전략을 들고 나왔으니 민주당 독자파들 입장에서는 더 신나는 일이겠지요. 


6.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통진당의 전략은 절대적으로 안철수 원장이 총선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때 세운 전략입니다. 왜일까요. 안 원장의 지지층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걸쳐있지만, 통진당의 지지층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걸쳐있죠. 그리고 안 원장의 지지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즉 안 원장이 총선에 나온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굳이 통진당과 같이 갈 필요가 없습니다. 안 원장 지지층만 확실히 안고 가면 되니까요. 지금 민주당이 안 원장의 지지선언이나 출마 선언을 얻어낸다면 통진당이 모든 선거구에 다 나와도 단독으로 150석 이상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이럴 경우 170석 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유를 설명하면 워낙 길기에 패스합니다만, 쪽지를 보내주신다면 상세히 설명해 볼까요? ㅎㅎ


7. 아무튼 간에 통진당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안 원장이 총선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총선에 대해 한 마디만 했다가 안 원장 지지층은 통진당 보다는 민주당에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간단합니다. 안 원장은 총선 지지선언을 할 때 특정 정당을 지칭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 간 안 원장의 발언을 상기해 볼때 그는 반 한나라당의 의식을 갖고 있지, 특별한 지지정당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안 원장의 성미로 볼 때 지지선언에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반 한나라당을 위해 투표해 달라, 연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하는 식의 두루 뭉술한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게 안 원장의 정치이기도 하겠죠. 


8. 그런데 통진당의 기대처럼 안 원장이 총선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정치쪽으로 한 걸음 더 발을 뗀 것 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재단 설립때 정치권 인사는 아니지만 관련 인사들을 기용한 것, 그리고 트위터를 개설한 것, 그리고 모호한 표현들까지 지금 안 원장은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경우 어찌되었던 간에 총선에 대한 입장을 표시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안 원장은 자신을 도구화 하는 걸 아주 잘하는 사람입니다. 안철수 연구소를 만들 때도 그랬고, 서울시장에 나가려고 할 때도 그랬죠. 자신의 욕심보다는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사람입니다.  자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보죠. 


9. 안 원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가 총선에서 한 마디도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평생 사회적 기여도에 대해 고민해 온 사람이 자신의 인기도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해왔던, 아니 사회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게 가능합니다. 왜 안 원장이 총선에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을려고? 지금까지 충분히 오해를 받아왔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왔던 사람입니다. 안 원장이 그런걸로 고민할 필요가 없죠. 저는 안 원장이 총선에 대해 어떤 형태로던 개입을 할 꺼라고 봅니다. 그게 발언이던, 편지던, 아니면 직접 행동이던 말이죠. 


10. 문제는 안 원장의 발언, 그러니까 반 한나라당이나, 야권 연대의 발언이 나왔을 경우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통진당 쪽 어느쪽으로 움직이느냐 입니다.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눈치 챌껍니다. 민주당으로 갑니다. 그것도 기존 통진당의 지지층 보다 몇 배나 되는 수가 갈껍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굳이 통진당과의 연대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요. 고춧가루를 뿌리면 뭐하나요. 맞아봤자 별로 아프거나 매콤하지도 않은데요. 그리고 지금 통진당이 벌이는 쇼들이 민주당의 욕심을 정당화시킬껍니다. 그것도 아주 합리적인 방식으로요. 


11. 그렇다고 통진당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없죠. 지지율 3~4% 밖에 안되는 지지율로 뭘 어떻게 할까요? 분명히 민주당은 통진당 내의 네임드 몇 명 -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이정희등- 한테만 공천을 주는 시늉을 하고 나머지는 학살하려고 들 껍니다. 아니 이정희도 공천 받을지 여부는 불투명 할 테죠. 유시민은 아예 떨어지겠죠. 이런 상황에서 통진당이 민주당과 거래할 카드가 변변찮아요. 지지율도 낮고, 유명 정치인들도 몇 없습니다. 단단한 지지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몰표가 나오지도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가 등장하면 끝나는 상황에서 누구나 다 아는 블러핑을 들고 허세를 부리겠다고요?


12. 애당초 이 싸움은 그 결말이 결정난 싸움이었습니다. 민주당이 혁통, 시민사회 계열을 끌여들여 민주당을 만들었을때 통진당도 가서 블럭을 쌓던가 했어야 했죠. 정당의 이념은 어쩌냐고요? 민노당과 참여당이 합친건 이념에 따른 거였나요? 시사인 만화가인 굽시니스트가 지적했듯이 통진당과 민주당은 친노를 갈라먹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친노세력이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상황에서 통진당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국회의원 욕심만 내는 어린아이로 비춰집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대책도 딱히 보이지 않아요. 지금도 그렇고 나중도 그렇구요. 항상 말하지만 정치는 실전이고 단 한번의 타이밍 싸움에서 모든 게 결정납니다. 통진당은 고춧가루 전략을 들고 나온 순간 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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