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에 대해 청문회가 확대되면서, 공직에 나서는 것은 은근히 두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조용환 재판관 선출안이 부결된 헌재만 해도, 출범 초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재판관이 되었는데 요즘은 그냥 법원 출신들이 장악해버렸죠. 여러 해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판관 전원이 청문회 대상이 되면서 비교적 경력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판사 출신들이 부담없이 자리를 수용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청문회라는 게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청문을 하는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노하우가 쌓였고, 그래서 집중적으로 적발되는 비리들이 생겼습니다. 흔히들 4대 필수과목이라고 비꼬아 이야기하는데, 병역면탈, 세금탈루, 위장전입, 그리고 투기, 특히 부동산 투기 입니다. 많은 공직자가 여기에 걸려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는 추천되는 고위공직자마다 거의 대부분 뭔가 하나씩은 걸리고 있죠. 저기에 교수 출신인 경우는 논문(자기)표절도 추가되고요. 저것들이 4대 과목인 이유는 사실 제 생각엔 가장 악질적인 순으로 4개를 늘어세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잡아내기 쉬운 순으로 4개를 모은 겁니다. 굳이 주변의 제보나 뒷조사를 하지 않아도 법정 서류 몇 개만 대조해보면 바로 나오거든요.

 

특히 위장전입은 하도 반복되다보니 야당시절 그걸 무기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를 많이 끌어내렸던 새누리당도 정권을 잡고서는 스스로 위장전입 전과자를 추천해야 하는 머쓱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홍준표는 "예전에 (새누리당이) 좀 너무했던 면이 있다" "위장전입이 청문회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의 위장전입만 문제삼자" 는 등의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할 정도였죠. 사실 신이 나서 두 얼굴의 새누리당을 공격해온 민주통합당도 이번에 추천한 조용환 후보자가 위장전입 경력이 있어서 망신을 당했습니다.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지 않을리가 없다는 점을 인사검증 기관에서도 모를 리가 없는데, 꾸준히 위장전입 경력이 있는 사람을 고위공직자에 올리는 걸 보면, 정말 위장전입이 흔하긴 흔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유도 다양하죠. 가장 악질적이라는 부동산 투기 목적부터, 가장 흔한 이유인 자녀의 학교 배정 문제. 그리고 가끔은 지역 케이블 티비를 위약금 없이 해지하려고 관할 구역 밖으로 위장전입하는 주변 사례도 봅니다. ㅡㅡ  그렇다보니 한편에서는 위장전입 등은 당연히 잘못된 행위지만, 그거 하나만 보고 "고위공직자 자격이 아예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4대 과목를 무조건 통과해야만 공직자를 시켜준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냥 검증 잣대 중의 하나로만 보자는 거지요.

 

그래서 말인데, 이른바 4대 과목에 대해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시나요? 저걸 하는 순간 (고위)공직자가 되는 건 아예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지, 아니면 당연히 잘한 짓은 아니지만,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인 중에 하나의 마이너스 요인일 뿐이라고 봐야 하는지... 전 사실 너무 찌들어서 그런지 이제 저것들로 공직자 끌어내리는 게 좀 지겨워지기도 했습니다. 병역비리나 투기는 사실 아무나 하기 어렵지만, 사소한 탈세나 위장전입은 주변에서도 너무 많이 봐서 과연 욕하는 국민들은 떳떳한건가 싶기도 하고요. 연말정산에서 엄밀히 따지면 공제대상이 아닌 기부금이나 의료비를 이름을 바꿔 영수증을 끊어온다거나, 자녀 학교 문제나 위약금 때문에 위장전입 하는 사례를 많이 보다보니... 뭐 "우린 그냥 소시민이고, 저들은 고위공직자니까 같이 볼 수 없다"고 위안하면 쉬운데, 그래도 욕하면서도 기분이 깔끔하진 않으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06
82748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르지 맙시다. [22] 가끔명화 2012.02.13 4667
82747 [기사펌]박희태 의장 사퇴를 선언한 후 꼼수를 부리다.. [1] 라인하르트백작 2012.02.13 1183
82746 이 상황 이해하시겠어요 [13] 가끔영화 2012.02.13 2430
82745 그래미 같이 봐요 [69] 바이엘피아노 2012.02.13 2241
82744 추운 사무실에서 일할 때 손시려움 대책 있으세요? + Museum of Sex [12] loving_rabbit 2012.02.13 4242
82743 [기사] 정말 종교 얘기 안 하고 싶은데... [6] 선나 2012.02.13 1788
82742 브란젤리나 커플 [3] 사람 2012.02.13 2037
82741 [인증] 1년 동안 준비한 초콜릿입니다. [12] 자본주의의돼지 2012.02.13 3226
82740 기사> 임성한 남편 손문권 PD 자살, 왜 그런 선택을 [15] 룰루랄라 2012.02.13 6667
82739 아니 이 인간들은 더하기도 못하나.. [7] 도야지 2012.02.13 1748
82738 하마터면 박찬욱 감독이 만든 팅커,테일러~ 를 볼수도 있었겠어요. [3] 무비스타 2012.02.13 1925
82737 [고냥]단기 합가 체험 고민 외 기타 고냥 바낭. [8] 헤일리카 2012.02.13 1415
82736 듀게 떠납니다 여러분 다들 이만요.. [33] 여은성 2012.02.13 6933
82735 [삭제]죄송합니다. [38]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2.13 5688
82734 내용은 별로 웃길 것이 없는 정치뉴스건만... [4] 데메킨 2012.02.13 1139
82733 트위터 하다가 인터넷 창에서 레이아웃이 확 바뀌는 경우 없으신지요. nishi 2012.02.13 762
» 고위공직자의 4대 비리 과목 - 병역, 탈세, 위장전입, 투기 -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DH 2012.02.13 1109
82731 [사과]여은성님과 다른 게시판 유저분들께 사과드립니다. [11]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2.13 5659
82730 (바낭+듀나인)뜨게질의 계절. 털실쇼핑몰 [6] 그냥저냥 2012.02.13 3407
82729 요즘 듣기 좋은 경음악 알고 계신가요? [14] 씁쓸익명 2012.02.13 19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