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질문입니다.

도대체 조는 누가, 어떻게 짠 거죠?; 오디션의 룰과 참가자들의 개성, 실력, 최근의 분위기 등등을 모두 고려해서 '대략 이런 스토리로 가는 거지'라는 식으로 짜 놓은 게 너무나도 역력하더라구요. 가끔 의외의 결과가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그럴만한 조'에서 벌어진 일들이었죠.


특히 마지막 조가 그랬어요. 본인 실력 + 프로그램 자체 푸쉬로 대세에 등극한 참가자 둘을 붙여 놓고 어차피 떨어져야할 자리(...)에다가 안타깝게 떨어지는 게 참으로 잘 어울릴 참가자 한 명을 배정해서 이야기를 꽉 채울 수 있게 만들어 놨더라구요. 그 자리에 생방송 진출이 마땅할 실력자를 넣어뒀다면 보기도 불편하고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손해였겠죠. 박정은양이라면 초반에 화제를 뿌려 놓은 게 있어서 존재감은 있고, 반면에 노래도 랩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허접한 수준이라 떨어져도 어쩔 수 없는 분이니 마지막을 장식하고 버릴 카드로 적절했습니다. 덧붙여서 스타일도 나머지 둘과 많이 달라서 무대가 지루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던 듯 하고...

심지어 무대 순서도 셋 중 첫 번째였잖아요. 이 분의 안타까운 드라마 다 끝낸 후에 맘 편히(?) 주인공들의 대결을 보여준 후 프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비난은 아닙니다. 그렇게해서 짜여진 스토리가 그럴싸했고 결과도 대략 납득할만 하면서 드라마틱한 순간을 많이 만들어냈으니 오히려 칭찬해주고 싶네요.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과 비교해서 이 프로가 가장 낫단 얘길 몇 번 했었는데, 오늘 정말 확실하게 느꼈어요. 제작진 참 대단합니다. -_-b



2. 그냥 잡담 몇 마디만 덧붙이자면.

- 김나윤양은 같은 조의 경쟁자들을 보는 순간 왠지 1등할 것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다른 두 참가자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나니 거의 확신이; 떨어진 이승주양이 아깝긴 하지만 무려 '케이팝 스타'를 만들겠다는 방송이라면 김나윤양이 훨씬 더 가진 게 많다는 느낌이 들어서 결과는 납득하구요. YG는 참 자기네 회사 색깔과 어울리는 참가자일 경우엔 장점 살려주는 쪽으로 확실하게 트레이닝 시켜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낙 컨셉이 확실한 회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 같이 SM에서 연습한 이승주양의 탈락과 이정미양의 조 1위를 보니 사람이 맘 독하게 먹는다는 게 참 중요한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정미양의 노래와 무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프로그램 초반에 개인사 버프(?)를 받아 좀 애매하게 살아남았었다는 '매우 개인적인' 편견이 있기도 하고 또 목소리나 창법도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하지만 결국 오늘까지 와서 보여준 무대를 비교하니 두 분의 차이가 너무나도 역력하더군요. 감탄했어요 이정미양. 단기간동안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에서 이런 장족의 발전은 보기 힘든데 말이죠.


- 이하이양은 어린 나이에 벌써 스타일이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든 저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든 별 기복이 없는 것 같아요. 뭐 워낙 스타일이 고정적이라 생방송에서 이런저런 미션 받다 보면 삽질할 때도 있을 것 같고. 또 그 본인 스타일이란 게 오디션 프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프로그램 이후가 가장 기대되는 참가자입니다. 다만... 아이돌 기획사보단 배고프고 고독한 음악하는 집단에 들어가서 배우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이승훈군은 반드시 살아서 생방송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케이팝스타의 차별점 중 하나가 '노래 좀 부족해도 다른 부분으로 커버가 되면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것인데 지금 생존자들 면면을 보면 결국 다 노래 잘 하는 사람들만 하나 가득이죠. (보다가 가끔은 '언제부터 니들이 그렇게 노래 실력만 신경썼니.' 라는 생각이 들기도;;) 이 분까지 떨어져 버리면 '뭔가 다른 기준을 보여주마!!!'라던 프로 시작될 때의 호언장담이 참 어색해져 버리지 않겠습니까. 뭐 2위한 사람들 중 과반수가 합격하는 모양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양현석이 전날 밤에 랩 바꾼 것 때문에 좀 비난을 받긴 하는데... 전 '오죽했으면 하루 전날에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_-;;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리미리 봐 주지 않은 책임은 없어지지 않겠지만요.


- '지금 한국의 아이돌들은 12월 29, 30, 31일 3일동안 모두 다른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하룻밤 동안 연습하고 바로 해내고 있다.' 라는 말은 사실 별로 공감이 안 갔어요. 그 말이 담고 있는 메시지엔 공감하는데 예시가 적절하지 못 하단 느낌이 좀;  연말 가요 프로에 서는 아이돌들 중 대부분이 본인들 원래 무대를 거의 그대로 하는 데다가 몇몇 팀이 보여주는 특별한 무대는 콘서트 레파토리 재활용인 경우가 많고 또... 그 분들은 이미 프로이고 노래나 춤 실력을 떠나서 그런 생활에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진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 이하이를 맡았던 박진영이 박지민과 이하이를 비교하며 이하이 찬양 모드로 들어가자 박진영이 전에 했던 코멘트를 고대로 따와서 반박하는 보아의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사실 제게 이 프로가 가장 재밌어지는 순간은 바로 이렇게 셋이 서로 디스하는 장면이에요. 생방송 들어가서도 계속 싸웠음 좋겠는데 그건 좀 힘들겠죠(...) 


- 이 프로 끝나면 서바이벌 오디션은 그만 보려구요. 이젠 많이 질리네요. 오늘 부모님 댁에 놀러갔다가 '보이스 오브 코리아' 스페셜을 몇 시간 동안 몰아서 봤는데, 다들 참 노래 잘 한다.... 싶으면서도 집중이 안 되는 것이, 이젠 그냥 서바이벌 가수 오디션 프로 자체에 질린 것 같아요; 보던 것들만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게 제 정신 건강과 시간 활용에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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