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도 안오고 심심해서 글을 남깁니다.


지난주 일요일로부터 딱 5주전 월요일부터, 탄현 스브스 제작센터에서 드라마세트 제작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동기는 그냥 돈이 필요해서요ㅡㅡ 드라마는 안 보는지라 관심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일 하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 및 한드가 왜 이리 다 뻔한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나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노동 패턴: 주간(9시부터 18시까지), 다음날 철야(9시부터 익일 9시까지), 그 다음날 휴무, 이 패턴의 반복인데 팀에서 절반 정도는 번갈아가면서 쉽니다. 대체로 철야가 모든걸 다 하고 주간은 전 철야팀이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하거나 철야팀을 보조하거나 뭐 그럽니다. 주간 5만원, 철야 10만원인데 정직원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도에 비하면 적게 받는거죠. 저는 그나마 쉬는 날들이 있어서 개인시간 좀 쓸 수 있으리라 생각...은 개뿔, 철야 한번 끝나면 하루는 걍 뻗게 되더라고요;;


2.노동 강도: 랜덤입니다. 세트를 지어놓으면 소품팀과 조명팀이 세팅을 하고, 촬영이 끝나고 빠질때까지는 세트팀이 쉬는 시간. 근데 촬영이 많고 스케쥴이 서로 안 겹친다? 그러면 점심, 저녁, 야식(앞에 둘은 사먹지만 야식은 제공합니다) 먹고 쉬는시간 합쳐서 3시간 반을 제외하고 24시간을 쉼없이 일하는 개같은 상황에 처합니다. 반면에 24시간 근무였지만 촬영이 길어져서 새벽2시까지 여유롭게 일하고 8시까지 자다가 1시간 깔짝 일하고 집에 간 적도 있고요, 운이 정말 좋은 경우에는 일찍 끝나는데 21시에 한번, 자정 조금 넘어서 끝난 적도 있습니다. 일급은 그래도 그대로.


노가다 같은걸 해본건 이번이 처음인데, 엄청나게 빡셉니다. 무거운거 엄청 들고, 망치질 톱질하고 뭐 이런 일이 주를 이뤄서요. 세트벽을 이루는 나무판들이 기본적으로 2m는 넘는데다가 여기에 문짝, 창문 혹은 장식들이 붙으면 죽어납니다. 재벌집 세트가 있는데 정말 이건 만들때마다 디자이너를 세트에 못박아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3.노동 분위기: 돈을 받고, 부조리가 없으며, 좀 더 합리적으로 일한다는 점만 빼고는 군대랑 다를게 없습니다. 경력이 오래된 3~40대의 정직원들(사수라고 부릅니다)에 알바들(부사수라고 합니다)이 2인 1조로 일하는 구조이고, 남자들만 있는지라 분위기가 더욱 그렇습니다. 말이 거칠긴 한데 심할 정도는 아니였고요.


드라마는 '초한지', '부탁해요 캡틴', '태양의 신부', '내딸 꽃님이',  '폼나게 살아라', '내일이 오면' 뭐 이런것들의 세트를 만들었는데 첫번째 빼고는 존재 자체도 몰랐던 드라마들인지라. 배우들을 못 보는건 아닌데 그냥 봐도 연예인이구나, 이상의 생각은 안 듭니다. 피곤에 쪄들어있으먼 소녀시대가 근처에 있어도 걸리적거리지 말고 꺼지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요;; 이 일 하고 나니까 드라마는 더욱 보기 싫을 것 같고 이렇게 공장처럼 드라마를 찍어내니 당연히 드라마의 질이 논란이 되는게 아니겠느냐,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돈은 어느정도 벌었지만 노트북 사고 1,2월 소액결제로 불어난 핸폰 요금, 카드 대금 처리하고 나니 남는게 거의 없더라고요ㅋ 그냥 좋은 사회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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