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6 21:30
저는 친구가 없어요
알고 지내는 학교 동기 몇 명은 있지만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 앞에서 눈물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친구는 한 명도 없어요
사춘기 때는 딱히 눈에 띄는 방황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 속에서 고요한 폭풍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혜린의 어느 글에서 발견한 글귀에서처럼 절대로 평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저는 그냥 평범하고 초라한 여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생이 됐는데 부족한 형편에 어렵게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은 항상 가라앉아 있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칙칙함의 그림자는 항상 제 주변에 있었어요.
그래도 성인이 되어서 인생론 약간을 얻을 수 있어 버텼어요
아마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조금 이해할 수 있어서 자기혐오가 연민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버티기가 힘드네요.
얼마 전에 지인이 제 카톡 친구 목록을 보고 웃으면서 '넌 왜 이렇게 등록된 친구가 적어'라고 말하더라구요.
음.. 웃으면서 대충 넘기긴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정말 적더라구요.
이렇게 힘들 때 전화해서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는 건 정말 슬픈일이에요.
지금껏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슬픔이 이렇게 조용히 찾아와 저를 휘청거리게 하다니.. 배신감이 느껴져요:)
예전에 그 슬픔이라는 에너지를 어느 순간 분출해도 부끄럽지 않았던.. 그런 상대가 있었을 때에는 역설적이게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저는 항상 사람만이 저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종교인 거죠. 언제쯤 자아가 강해질 수 있을런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012.02.26 21:39
2012.02.26 21:42
2012.02.26 21:43
2012.02.26 21:45
2012.02.26 21:45
2012.02.26 21:46
2012.02.26 21:49
2012.02.26 21:51
2012.02.26 21:55
2012.02.26 22:05
2012.02.26 22:07
2012.02.26 22:12
2012.02.26 23:02
2012.02.27 01:06
2012.02.27 02:43
2012.02.27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