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밑에 '윤종신 -치과에서'에 대한 오마쥬;;...고,)

안녕하세요. 7번국도입니다.

 

치과에 가는걸 좋아하시는 분은 그닥 없겠죠?  (환자로 가는거나, 직장으로 가는거나;;)

치아 건강도 오복인가 뭐시긴가 아무튼 타고나는거라고, 사후 관리를 열심히 해도 살다보면

10년에 한번 꼴로는 한번씩 대형 건으로 치과에 가게되는거 같습니다.

 

 

(1) 10대의 추억

 

초등학교 저학년때니 어렸을때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치과 의자에 누워서 이를 뽑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어렸을때 나는 유치가 빼는거는 집에서 실로 잡아당겼으니, 아마 충치 치료 같은 거였을거 같아요.

이 뽑는 것도 아프고, 이 가는 소리도 무섭고, 얼얼한 마취주사도 무서웠죠.

 

(2) 20대의 악몽

 

그리고 10년만에 20대 초중반쯤에 또 한번 위기가 왔습니다.

해외에 1년 예정으로 나가있었는데 마지막 3개월 남았을때쯤에 문제가 터졌습니다. 먹는건 커녕 가만히 있어도 심한 통증이 올만큼

치통이 심각했거든요. 응급진료도 아니고, 외국에서 치과진료를 어찌해야할 바도 모르겠고, 결국 한달 참다가 일정을 앞당겨서

예정보다 2달 먼저 귀국해서 바로 다음날 동네 치과에 갔습니다. 양쪽의 사랑니가 모두 완전히 썩어있다더군요. 뽑으면 많이 아플꺼라고;;;

수술 받는다고 생각하고 몇주는 일정을 아예 빼놓으라고 하고서는 그자리에서 위쪽 사랑니 하나를 뽑았습니다.

쑥- 어? 뭐야 아프다며. 하나도 안아프잖아. 후훗 역시 치과는 애들이나 무서워하는 법이지. "원래 위는 좀 덜아파요" 라는 말은 귓등으로

흘러듣고 아래쪽을 뽑기 위해 치과에 대한 다음날을 시작으로 2주일. 지상에서 지옥을 맛봤습니다.

 

양쪽 아래 사랑니를 모두 뽑아야는데, 하나 뽑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나마도 안뽑혀서 잇몸을 찢고 드릴;;같은 걸로

박혀있는 사랑니를 갈아 냈습니다. 50대 정도의 중년 의사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몇시간 동안 피를 철철 흘리고서야 마무리

됐는데 다 끝내고서는, 손대보니깐 동네치과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사람 불러야돼..는 아니고;; 큰 병원으로 갔어야

했는데 좀 무리했다고 탄식하더군요;; 그날부터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먹고 피만 철철 흘렸습니다. 정말 일주일 동안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이러다 죽느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고, 죽은 커녕 물도 못먹었으니 일주일만에 5킬로 가까이 빠지더군요.

 

그 다음주에 또 다른쪽 사랑니를 제거하며 일주일동안 같은 크리...;;; 완전히 회복되는데 거의 한달이 걸리고서야 사랑니 제거는 악몽만

남긴채 기억 저편으로... 

 

(3) 30대의 도전

30대 초반인 올해 다시한번 치과 진료의 시련이 와락 닥쳐왔습니다. 양치질은 평소에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는 편인데,

지난주 언젠가 양치질을 하다 거울을 보니 왼쪽 아래 어금니와 앞니의 몇개의 이 뿌리 쪽이 노란색입니다. 이건 뭐야? 하고 자세히 보니

이와 잇몸이 닿는 부분이 심하게 침식되어 있습니다. 측면으로 어렵게 거울을 대서 보니 절벽 아래쪽처럼 이 아래쪽이 깎여서 푹들어가 있더군요ㅠ

좀 심각해보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양쪽위아래에 모두 그렇게 깎인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한쪽이 가장 심하긴 한데, 다른쪽도 보니깐

조금씩 깎여있더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치경부 마모'라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치아 바깥쪽의 에나멜질이 깎여나가는 현상이고,

주요한 원인은 잘못된 잇솔질(좌우로 왕복하는)이 습관인 경우나, 양치질 하는 힘과 속도가 너무 세서 치아에 손상이 가는 경우라고 하더군요.

 

헉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회사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할때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좀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너무 느리고 힘없이 양치질을 하는

거에요. 아니 저렇게 해서 양치질이 되나? 하며 저는 항상 세고 빠르게 양치질을 해왔습니다. 음...어느정도 속도냐면 차인표의 분노의 칫솔질 정도

속도로 30여년간 양치질을 해왔다고 하면 될까...;;;

 

동네 치과에 갔더니, 역시 제가 자가진단했던 증상과 원인일 거라고 얘기합니다. 4쪽 모두 합쳐서 총 9개의 치아가 손상되었고, 그밖에도 치료 해야하는

충치가 3개가 더 있다는군요. 어찌어지 하고 치료부위가 많으니 할인해서 100만원 후반대...;;; 허걱;;;; 이게 뭐야;; 난 심한거 몇개 정도 어떻게 치료해볼까 하고

추리닝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온건데, 뭐? ;;; 생각해보고 오겠다고하고, 옆에 있는 다른 치과에 갔습니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3~4개는 마모가 심해서 즉시 치료해야하고, 나머지도 한번 패이면 계속 가속도가 붙으니 모두 진료를 하는게 맞다...그래서 비용은 어찌어찌 할인이

들어가서 100만원 초반대. 역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아 이게 도대체 뭔가;; 마침 월급도 못받고 있는 직장인 신세인데, 보험 적용이 안되도 몇만원이면 되겠지 생각하며 나왔는데 이건;;

게다가 억울하잖아! 나는 그냥 열심히 이를 닦았을 뿐이라고! 주변에 보면 하루에 한번이나 이를 제대로 닦나 싶은 사람도 있고,

안씻은 손으로 이 사이 찌꺼기를 빼서 저러 다 세균을 들이마시지..싶은 인간들도 있는데, 주변에서 제일 열심히 손씻고 양치질 하는

나는 도대체 왜 잇몸이 깎이고 충치가 있는거야!!!  억울해봤자 어쩌겠습니까. 치과 의사 말에 의하면 충치도 타고난거라, 관리 잘 안하고

내비둬도 평생 충치 안생기는 인간도 있고, 잘해봐야 평생 충치가 좀먹는 인간도 있댑니다. 그럼 뭐하러 관리...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충치가 잘 생기는 사람들은 관리 안하면 훨씬 더 심하거나 자주 생겨서 더 고생한댑니다ㅠ

 

어쩄든 동네 치과 두군데의 견적이 몇십만원 차이가 나서야, 치과 진료에 과잉진료도 많다고 불만제로도 열심히 때리던게 기억나서,

지인에, 친척에 동원해서 건너건너 아는 분이 하는 양심적이면서도 실력도 있는 곳으로 추천 받아서 어제부터 진료 시작했습니다.

마모된 치아 진단은 똑같고, 충치 3개 중에 1개는 치료하고, 나머지 2개는 심하지 않으니 양치질 잘 해주면 더 진행되지 않고 없어질거라며

하나만 진료하자고 합니다. 소개해준 사람이 같이 가서 잘 얘기하고, 어찌어찌 깎아달라고 우기고 해서 100만원 아래 두자리수 비용으로

진료하기로 하고, 9개중에 어제 3개 진료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누워서 얼굴에 초록천 뒤집어 쓰고 마취주사를 맞으니, 여전히 겁도 나고 여전히 아프기도 하고 얼얼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치아를 갈아내려고 돌리는 전기드릴;; 소리는 정말 듣기 싫어 죽을꺼 같습니다. 저게 내 이를 갈아내는 소리라니ㅠㅠ 싶으니

더 끔찍하고. 나이 먹으면서 겁나지 않은 척 해야하는게 많은데, 치과에서는 참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오후에 또 다른 쪽 진료받으러 가야는데, 정말 가기 싫어 죽겠습니다. 어디 끌려가는 기분이에요ㅠㅠ

 

 

 

결론은, 양치질 너무세게  열심히 하지 마세요.

어차피 썩을 이는 썩고, 복불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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