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차' + 개인적인 잡담

2012.03.08 18:37

정독도서관 조회 수:2657

1. 영화 재미있어요.

긴장감도 있고, 메시지도 분명하고, 전 좋게 봤는데 씨네21 별점은 좀 박한 편이네요. 거의 다 별 셋이에요. 100점 만점에 60점. 

 

 

2. 보고 난 뒤에 기사를 몇 개 봤는데 김민희에 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아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쓰이던데 이 작품 보다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가 더 맞지 않나 싶어요. 정작 전 이 작품을 안 봤습니다만;;

화차는 그동안 착실하게 성장해 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커리어의 정점이라고나 할까.

흥행도 잘 될 것 같으니 이 기회에 티켓파워도 좀 생기면 좋겠네요.

 

김민희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나 예민함과는 달리 순둥이스럽고 착한(?) 면이 있나 봐요.

지난 주였나, 놀러와 출연했을 때 칭찬 받는 거 좋아하고, 집에서 복댕이(복덩이 아님!)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에서 느꼈는데

씨네 21 인터뷰에서도 그런 기운이 느껴져요.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9241&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김민희랑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각종 패션지를 통해서 얼굴을 봐 왔어요.

KTF광고 할 무렵에 입술 깨물고 찍은 엽서크기의 홍보물 사진을 좋아해서 책상 밑에 꽂아 두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봐 온 얼굴인데 오늘 영화보면서 새삼 얼굴이 신기했어요. 

입은 옷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겠지만, 세련된 것 같으면서도 좀 촌스럽기도 하고요. 

이목구비 자체도 유심히 보게 됐는데, 코가 좀 낮고 작은데 워낙 얼굴이 작아서 그런가 별로 결점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암튼 변영주 감독이 풀샷으로 찍을 때와 클로즈 업 할 때 느낌이 다르다고 했던 게 무슨 의미인 알듯 말듯 했어요.

 

 

3. 얼마 전에 이선균이나 송강호 이런 배우들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는 글이 올라왔었죠.

물론 이선균 목소리가 울림이 커서 웅얼웅얼 하면 저도 놓칠 때가 있긴 한데, 전 사실 이선균 발음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하기 보다는 신경질 내는 때가 많아서서 말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듀나님이 말씀하셨듯이, 이선균의 신경질 내는 목소리는 정말 신경질 나서 말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ㅋㅋ

다른 연기자들 보다 더 날카롭고 짜증스럽게 들려요. 근데 전 이 목소리, 이 톤이 좋아요!! (변태같네요;)

 

제가 이선균 이름 세 글자를 인식한 건 태릉선수촌이기 때문에 그간 로맨스 드라마에서의 훈남, 로맨틱 가이 이미지 보다

다소 찌질하거나 신경질적이고 불안 초조해 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고 좋아요.

그러고 보니 김별이랑은 또 만났네요. ㅎㅎ

 

 

4. 조성하는 음...딱히 할 말이 없네요;;

분장을 일부러 더 까무잡잡해 보이고 초췌하게 보이도록 한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은 잠깐 했어요.

 

 

5. 원작 소설은 2011년 초, 혹은 2010년 말에 읽었는데 너무 오래 전인 것인지 별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어요.

그 때 읽고 느낀 점은 신용카드는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것과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나랑은 별로 안 맞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오늘 영화는 그냥 새롭게 새 기분으로 봤는데, 책을 볼 때 보다는 좀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아요.

 

 

6.  주차장 옥상에서 바라보던 용산은 좀 씁쓸했어요.

용산참사 있었던 주변을 한창 다니던 때가 있었고 요즘은 어쩌다 한번 영화를 보러 가게 되는데

여전히 폐허인 채 버려져 있는 땅을 보면 입안이 쓰죠. 그 때 시선집중으로 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듣던 것도 제법 생생하게 떠오르고요.

 

 

7.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신용불량자가 멀리 있지 않더군요. 신불자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제 친척 중에는 두 명이 있어요. 한 명은 보증을 선 게 잘못 되었고, 한 명은 음식업 사업을 하던 게 몇 번 망하면서 그렇게 되었어요.

1차적인 책임이야 당연히 보증을 서고, 사업을 망하게 한 사람들에게 있겠지만,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성실히 일하지 않은 건 아니었거든요.

단지 당시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고, 운이 좀 없었을 뿐이죠.

친척 한 명에게는 어린 딸이 있어서 상황이 더 안 좋았어요. 다른 친척들이 돈을 모아 겨우 급한 불을 끄고

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하였지만, 결국 집을 팔아야만 했지요.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사는 것도 어렵지만, 그런 소시민의 삶의 살다가 어느 순간 삐끗했을 때, 우리나라는 정말 재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들 삐끗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질주 또 질주하는 것이겠죠.

 

 

8. 영화의 강선영같은 이유, 그리고 그만큼의 절실함은 아니지만 가끔씩 저도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만나서 새 삶을 사는 거죠.

지금까지의 삶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인 듯도 하고, 그냥 단순한 리셋증후군(?)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다소 허세끼 있는 방랑벽일 수도 있겠네요.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감정은 이거예요. 여기서 더이상 행복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뭐, 언제 어디로 간들 내가 여전히 나인 상황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겠죠. 장소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도 듀게에서 놉니다. (응?;)

 

 

 

9. 아- 길고 수습 안 되네요. 혹시 끝까지 읽으신 분 있다면,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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