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방금 보고 왔는데 영화 정말 괜찮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직후보다 끝난 후에 생각하게 되면서 더 슬프고 여운이 남네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걸 너무나 직설적으로 보여줘서 보기 불편하기도 했고

더더욱 와닿기도 했어요. 신분 세탁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던 피에 젖은 나비.

그냥 안쓰러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범죄자로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로 보여요. 

 

그렇지만 김민희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추리 부분상은 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특히 갑자기 표적을 바꾼 부분. 뭔가 절정에서 한번 더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인거 같은데

너무 사전 정보가 부족하고 뜬금 없어서 급작스럽고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다가 뉴스에 범죄 사실이 나오는 장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별다른 효과도 없었네요.

김민희가(극중 이름이 잘...) 강선영의 환영을 보는 그정도 선에서 끝나는게 더 깔끔했을꺼 같아요.

 

펜션 장면도 연기 자체는 압도적이였는데 전후 맥락이 뚝 잘려서 관객 스스로 상상을 해야 파악할 수 있어서

좀 불친절하고 흐름상 어색했어요. 그런데 피칠갑된 김민희가 다시 비틀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전율을 느꼈네요.

 

결과적으로, 걸작이라 하고 싶지만 걸작이라고 하기엔 구조상 허점이 좀 있어서 수작 정도로 평했어요.

 

 

그리고 김민희 정말 한국 영화계의 수확인데요?

도대체 이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왜 그렇게 한결같이 발연기로 일관해왔던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는 굿바이 솔로는 안봤고 뜨거운 것이 좋아부터 김민희2호기를 봤는데, 그때도 '연기 엄청 늘었네'

라는 생각은 했지만 기존의 직업 정의상 의미로의 배우만큼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이번 연기는 거의 전도연급이였어요. 김하늘에 이어 의외로 여우주연상 휩쓰는 배우가 될꺼 같아요.

 

분량으로 따지자면 가장 적은데, 그 짧은 분량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있네요.

몸짓, 뒤통수, 눈빛, 목소리의 흔들림, 모든걸 다 사용해서 연기할줄 아는 배우가 되어버렸네요.

박쥐에서의 김옥빈이 마음껏 뛰어놀았다면, 화차에서의 김민희는 캐릭터 안으로 빨려들어가버린 느낌이네요.

 

저는 초반에 그 지문 지우기 장면에서의 광기와 불안감이 가장 좋았어요. 모든 장면에서 다 좋았지만.

마지막에서 정말 모든걸 놓은 표정의 시체가 되어 있는 부분도 너무 좋았고, 그냥 정말 완벽하게 좋았네요.

김민희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고를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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