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옛날 옛적 이름 없는 괴물이 살았습니다. 그 괴물은 이름을 너무나 갖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상기된 책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였습니다. 화차의 여주인공은 이름이 없죠. 자신이 누군가로 불리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차경선으로 강선영으로 또 임정애로 불리는 그녀는 자신의 본 이름이 없다고 봐야죠. 다만 그녀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을껍니다. 


일본판 화차를 본적이 있습니다. 일본판에서 초기 법무사를 만나는데 법무사는 뜨거운 소면을 후루룩 하고 들이마시다 시피합니다. 그리고 교훈이 이어지죠.


그건 꼭 뭐든지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야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구조를 상징하는 장면 같더라구요. 


화차에서 그녀는 그걸 갖고 싶은 거겠죠. 자신이 아닌 다른 이름.. 장식품도 나비, 애완동물도 나비, 피에젖은 나비 등등 그녀의 상징은 나비일꺼라고 생각합니다.


번데기를 벗으면 되는 나비... 


여기서 피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 하면 피란 때론 희생을 통한 거듭남의 코드가 있죠. 대표적으로 기독교 교리에서도 희생제사나 예수의 죽음과 부활 속죄의 공식을 이야기 할때 예수의 피가 나오죠.


피를 통해 자신의 과거가 정화되고 과거와 다른 인물로 태어난다는 상징이죠.


그런 의미에서 읽다 보니 또 성당이란 장면도 무언가 희생을 통해 벗어가니 원하는 모습으로 읽힙니다. 가장 종교적이고 고귀한 희생을 인간의 모습으로 실천하는 이기적인 모습. 뭐 그랬습니다.



1. 일본 드라마 덕후들에게 듣다 보면 교훈을 주려고 하고 한국 드라마는 연애를 한다는데, 여기서도 그 원칙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그녀가 도망을 가죠. 


그건 그냥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죠. 자기가 한 짓을 알고 있고 호두 엄마가 도망가는 장면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도망가는 거죠. 마지막에 투신장면.. 


투신한 후에 모습은 무슨 패션지 화보 같았습니다. 어디선가에서 '백화점 추격신은 소비로 행복해지기 바라는 사람을 투영한 것' 이란 구절을 읽었는데 마찬가지로 철로에 구겨진채 죽은 모습이 


딱 그걸 상징했습니다. 



2. 가장 와닿던 장면은 그녀가 진짜 강선영을 죽이고 사체를 처리하던 장면이었습니다. 


배우 김민희의 이미지는 바비인형 그 자체였죠. 그냥 가십처럼 읽던 '쟤 연기 못한대' 였는데 이제 그 뒤에 '누가 그래!!'라는 소리가 붙었습니다.


피에 엉겨있던 모습을 보니 또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는 피와 오물을 뒤집어 쓰고 태어났다'는 구절도 생각납니다. 



3.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을 적시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 없는 행복을 꿈꾸는 널..


요즘 빠져 지내는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 처럼'의 가사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노래도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겨울비 이야기가 맞으려나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들어보니 


이게 딱이더군요. 형사였던 형도 취직해 바쁘게 직장 다닐꺼고 성북 경찰서 형사들은 다른 범죄자를 검거할꺼고.. 다들 바쁘게 지내겠죠.


그런데, 이선균은? 아마도 쓰리고 가슴 아픈 아무도 동정해주고 품어주지 않을 상처를 혼자 정신나간 사람 처럼 곱씹겠죠. 


만약 그녀가 사람을 호두 엄마로 다시 바뀌었다면? 아마 이 노래 가서 처럼 됐겠죠. 



사족 - 대학시절 동기 중에 단양 쪽 출신이 있는데 꼴통이었습니다. 단양 제천 이쪽 사람들 사투리를 들었는데, 영화에서 말하는 사투리하고는 달랐습니다.


단양, 제천 이쪽은 사투리가 특이해요. 강원도 사투리에 경북억양이 얹혀있습니다. 그런데 극중에선 완벽하게 강원도 사투리로 밀어붙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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