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8 01:35
여러 댓글들 중에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어느새 삭제되버린 글을 보니 황망합니다.
의외로 격양된 댓글이 있어 글쓴님께서 당황하셨나봐요.
그래도 정성들여 댓글 달아주신 분들의 흔적은 남길 수 있게 글 내용만 지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대충 글의 내용은 하버드 도서관 앞에 붙어있었다는 30개의 글귀 이야기였고,
그들 중 대부분은 우리가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으며,
그를 프린트해 어린 딸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종에 있다보니 학부모님들을 상대할 기회가 많은데요,
행복보다 성공을 자녀에게 강요해야만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환멸감을 토로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자녀의 꿈과 소망을 무조건 억눌러가며 자신의 뜻을 끝끝내 관철시키려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왠지모를 불안과 막막함들로 인해, 하나 둘씩 주변과 보조를 맞추다보니,
어느새 본인이 가장 되고싶지 않았던 부모가 되어있더라는 이야길 듣고 가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자녀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의 한국사회가 남과 다른 길을 갔을 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있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속적 성공을 외치는 부모들 역시도 어찌 보면 구조 속의 희생자들이고,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게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댓글 중에 부모님의 말씀따라 서울대에 왔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더라는 글이 기억에 남네요.
저의 경우 너무 모든 걸 저에게 맡겨버린 부모님의 무심함이 때로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거든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주변을 돌아봐도, 부모 생각따라 세속적으로 지극히 올바른 결정을 하고나서 잘사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거든요.
어렵겠지만, 다양한 선택항을 인정할만큼 열려있고, 실패 앞에 조금은 너그러울 수 있는 부모가 되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현실이 닥쳐오면 제가 그럴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이 없네요.
부모로서 충분히 강하고, 건강하고, 똑똑해야 할텐데, 부모되는게 갈수록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어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같은 고민들로 그때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아울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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