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있습니다.

서러운 구직자의 하소연이라 생각하시고,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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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IQLO  (뭐, 이 정도 대기업이야 이름 까도 되겠죠)

 

매장 운영직 (매니저)를 뽑는 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 회사는 매장 당 매니저 하나(큰 매장은 더 많고요)에 거의 알바생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 위에 지역 별로 매니저들을 묶는 지역 매니저가 있고.... 그 위에 한 국가를 책임지는 매니저가 있고

뭐 이런 식입니다.

 

 

취업 설명회를 통해 '우리 회사는 글로벌을 추구한다'라는 말을 아주 지겹게 들었습니다.

글로벌? 글로벌?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가 차서 원.

 

사내 공용어를 영어로 지정했다면서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는 뭐 어쩌고 저쩌고.

뉴욕에도 있고 파리에도 있고, 더 많은 나라로 진출할 것이기에 글로벌한 인재를 원한다네요.

웃긴 건, 자기네들은 영어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취업 설명회에 온 일본인들은 영어는 커녕 한국어도 못하는 벙어리들. 일본인 일한 통역관의 한국어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았고...

 

 

이상한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몇 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는 건데 일본어를 전혀 못해도 괜찮다고 하는 것입니다. 일본어를 하게 만들어 준다나요?

영어만 잘 하면 된다네요. 이후에 일본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각 세계의 점포로 배정해 주겠다고 합디다. (원하면 일본 본사에서 일하는 방법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도 못 믿을 지원자들을 위해 먼저 뽑힌 선배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여주더군요.

대만인, 싱가폴인, 중국인(이었나?)

 

보면서.... 인터뷰를 영어로 하는데,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렇게 영어 실력을 강조하면서 이미 뽑아놓은 애들 영어는 거의 된장에 밥 비벼 말아먹은 수준.

중간중간 알바생들이랑 일어로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잠깐씩 비춰졌는데...... 뭐야, 얘네들 원래 일어 하던 애들이잖아!

.....;;;;;;

 

 

지원서도 영어입니다. 자기소개서도 다 영어로 써야 했고요.

근데 웃기는 건, 지원서 서식에서조차 말도 안 되는 영어가 보였다는 점.

 

 

뭐, 운 좋게도 인터뷰를 보게 됐습니다.

인터뷰도 영어로 본다고 아주아주아주 강조를 했어요. 우린 글로벌 회사라고. (;;;;)

 

인터뷰에서 진짜 빵 터졌습니다.

일본인 면접관 (영어 거의 못함),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 일영 통역관 (전문 통역관 아님. 내가 한 말 자세한 말 다 빼먹고 요점만 겨우 말함)

 

 

... 살다 살다 이런 면접은 처음 봅니다.

 

중간에 일어로 '죄송하지만, 일본어로 면접 할 수는 없을까요?'라고 했습니다.

안 된다는군요. 철저히 영어로 보는 면접이기 때문이라나. 그러면서 일본어를 영어보다 더 잘하냐고 묻더라고요.

바로 앞의 통역관 앞에서 '저 인간이 내가 하는 말 다 잘라먹고 이상하게 전달해줘서 스트레스 받거든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진짜 $%#% !!!!!

 

그나마도 내가 말한 요점이랑 정반대로 통역을 몇 번 했는데 그 때마다 제가 정정해줘야 했습니다. -_-;;;  영어를 써야 하기 떄문에 영어로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제 의미는...'

영어-일본어 + 일본인-한국인 

뭐 이런, 다신 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만 하고 왔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한국에서 잘 나가는 대기업 맞나 싶을 정도로 일본 본사랑 한국 쪽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더군요.

구직자들은 일본 본사 말이 맞는 건지 한국 쪽 말이 맞는 건지 항상 혼란스러운 상태였고요.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 되는 이 정도의 대기업은 처음 봅니다

 

 

 

2. 모 건설회사 (마음 같아선 이름 까발리고 싶은 회사)

 

사무직이었습니다.

중동 (현재 내전 때문에 몸살 앓고 있는 나라)에 가는 겁니다.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제가 플랜트 쪽에 관심이 있거든요.

좀 위험해도 젊은 나이에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면접

아,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굉장히 작은 회사예요

거기 여비서 분과 그 나라에서 몇 달 전에 돌아왔다는 분과 면접을 봤습니다.

현지 사정 얘기해 주시고, 거기서 찍은 사진도 보여주시고,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남자분이 '자네 혈액형이 뭔가?' '자네 애인 없어? 이런 데 왜 가?' 뭐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해서 좀 놀랐지만

그래도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자분이니 이런 무신경함은 각오하고 있었어요.

 

그 내전 사건 이후 그 쪽에는 부사장 (한국인) 하나 남아있고 다 피신온 거더군요.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근데 그 황당함이 시작됩니다.

비서 분이 묻더군요.

'자, 그럼 얼마 생각하세요?'

 

아, 그 질문이구나. 잘 대답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일반적인 한국의 기업 같은 경우는 한국 물가도 알고 있고, 비교 대상도 많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이건 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무섭게 쏘아붙이더군요. '아니, 그것도 생각 안 하고 오시면 어떡해요'

'다음 면접까지 꼭 생각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도 얼마 드려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 그 나라로 처음 신입을 보내는 거구나.

이 회사도 중소기업고 경황이 없어서 얼마 주는지 모르는구나.

알겠다고 했습니다

 

뽑히든 안 뽑히든 **다음 날** 연락을 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알고 전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연락은 없었습니다. 떨어졌구나 싶었죠.

 

 

 

몇 주가 지나서 연락이 왔습니다.

'호호호. 저희가 좀 바빠서, 유럽에 있는 본사도 이전을 한다고 하고 엄청 바빠서... 전화를 못 드렸어요. 아직도 구직중이시죠?'

 

.. 도대체 얼마나 바쁘면 전화 한 통 못해줄까 싶었지만, 아쉬운 건 저기 때문에...

 

그러더니 대뜸 묻습니다.

'연봉, 생각해 보셨어요?'

 

아직 생각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인터뷰 끝나고 당일 생각하긴 했었는데, 그 다음날 연락이 없어서

그냥 떨어졌구나 생각해서 그냥 마음속으로 정리한 상태라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도 XX씨가 얼마 정도 생각하는지를 알아야죠. 어쩌고 저쩌고... 빨리 말씀해 주세요. 어쩌고 저쩌고....'

 

대뜸 돈부터 이렇게 집요하게 묻는 게 좀 꺼림칙했지만, 아쉬운 건 저기 때문에... 비교적 솔직히 말했습니다.

 

"아... 예전 직업에서 3천만원 넘게 벌었습니다. 외국으로 가는 거고 최소 그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자기 할 말은 그게 끝인 것 같더군요.

기타 궁금한 사항 있냐고 물었고, 전 이미 머릿속에서 떠난 회사라 궁금한 걸 갑자기 생각해내느라 힘들었습니다.

 

'이번 달 내로 다시 연락 드릴게요. 한 번 더 면접 봐요. 이번엔 본사에 있는 사장님과...'

 

 

.... 그 달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아, 떨어진 거구나.

 

 

 

그 달이 지나고 또 한 주 뒤에 불쑥 연락이 왔습니다.

아 쌍. 이젠 짜증이 나더군요. 또 돈 얘기부터 시작입니다.

 

'3천 정도로 생각하신다고 그랬죠? 그건 결정하신 거죠?'

 

어이, 이봐. 3천만원 넘게 벌고 있었고 그것보다 더 많이 생각한다니까 뭔 소리야 .... "3천 정도"라니... 이 년이 진짜.

거기에 한 술 더 뜨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그 중동 국가에 보낸 신입은 거의 다 3천 안팎이었거든요. 아직 사장님과 얘기는 안 해 봤지만 그 정도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 뭐야. 신입이 있었던 거야? 그럼 지금까지 나한테 돈 얼마 원하는지는 왜 묻는 거야? 이렇게 내부 지침이 있는데?

아, 진짜 짜증나네.

제가 '3천'을 불렀기 때문에 '원래 3천 줬어'라고 저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인상마저 받았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왜 내부 지침이 이미 있는 걸 왜 저한테 계속 집요하게 물었는지 솔직히 이해도 안 되고 기분도 더럽게 나빴습니다.

그 때부터 전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죄송해요. 본사가 이사하는 바람에 그 쪽이랑 연락이 안 되고 있고....'

 

...이쯤 되면 이 회사 사정까지 눈에 훤히 보이는 듯 합니다.

 

'사장님은 XX씨를 참 맘에 들어하세요. 어쩌고 저쩌고. 그 분이랑 영어 인터뷰 한 번 보시고...'

 

 

 

근데 전 유럽 본사에 있는 사장이란 인간보다, 중동에 있는 부사장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유럽에 있다는 사장이야 내가 얼굴 볼 일 없지만, 중동에 있는 부사장은 저랑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하잖아요?

 

"저기, 그럼 그 부사장과는 면접이 없나요?"

'... 네? 왜 그러시죠?'

"그 분과 실제로 일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그 분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아 그러세요? 그러세요, 그럼'

 

... 그냥 주먹구구식입니다.

 

'조율해 볼게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또 연락 준다고? 어휴 지겨워.

 

 

이번에는 웃기게도 몇 시간 뒤에 다시 연락이 옵니다.

 

'네. 그럼 부사장님과 면접 보세요. 이번 주 X요일, 어떠세요?

"좋습니다. 근데, 그럼 유럽 본사와의 인터뷰는요?"

'그건 하지 말고요, 부사장님과 면접 보세요.'

 

.......

 

 

면접 당일, 한국 지사에서 부사장과의 스카이프 면접이 있었습니다.

 

아, 이 부사장도 진짜 골때리더군요.

 

"자네, 여기 놀러올 생각이면, 오지 마!"

'....네?'

 

"그리고, 자네, 여긴 힘든 곳이야. 저녁에도 갑자기 일이 생길 수 있어."

'...네.'

 

"그러니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알겠어?"

'...네.'

 

"주변이 다 사막이니까, 밖에 나갈 곳도 없어. 무슨 소린지 알아 먹어?"

'....네.'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느니, 자기 계발을 하겠다느니, 그런 여유가 없는 곳이야. 여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여기 오고 나서, 자네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네 어쩌네 하면서 불평하면 안 돼. 그런 생각이면 오지 마!"

'....네.'

 

"그리고 내가 시키는 일을 군말없이 따르고 나에게 순종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아직 여기 회사 직원도 아닌데, 벌써부터 절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망할 여직원의 상냥한 말.

 

'생각해 보고 전화 주세요.'

 

 

 

 

다음 날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비서가 전화를 받습니다.

 

'아, XX씨죠? 본사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연봉 3천 3백이라고... 그나저나, 결정 하셨어요?'

 

...우와. 그 놈의 연봉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것도 참 오래 걸렸습니다.

 

 

"안 할래요."

쿨하게 말하고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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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 더 있는데

아,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보니까 벌써 스크롤의 압박이.

나머지는 나중에 쓰든가 해야겠어요.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가 되네요. 정말 취업 안 되는 것도 서러운데 저런 회사들 너무 짜증나서.

어디에 좀 하소연할 곳이 필요했어요.

 

아, 대학원이나 갈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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